한국사 이상현상 연구원
최인서 지음 / 다이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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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단, 반드시 탐사원 본인의 안전을 먼저 확보해주시기 바랍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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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뜨거운 작품들은 피하는 편이다. 보통의 인기 작품들과 결이 안 맞고, 그렇게 좋은 인상을 받은 경험이 별로 없다. 직접 고른 소설들이 오히려 더 좋아서 다른 SNS 지인들에게 추천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럼에도 사람이라는 게 호기심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최근에는 호불호를 떠나 0.1%의 관심이 있는 작품은 접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한번 체험해 보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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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SNS 피드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 책은 최인서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사실 처음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나폴리탄 괴담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고, 소설의 전형적인 형식과 다르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뿐 아니라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라, 순수한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어떤 작품이기에 많은 독자에게 인기를 얻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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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은 한국사 이상현상 연구원이라는 가상의 회사다. 대한민국의 사적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실종되고, 정체불명의 존재들에게 목숨을 잃는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바로 이 연구원이며, 직원들은 가상의 사적에 들어가 임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일들을 연구원에서 탐사하는 직원들의 탐사보고서와 기록, 대화를 중심으로 실종자를 구조하고 조사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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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어렵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은 쉬운 편이다. 계속해서 사건이 발생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큰 맥락은 초반부만 읽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페이지가 더디게 넘어간 이유는 소설 형식이 낯설다는 데 있다. 화자나 작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구조가 아니다. 보고서나 기록들을 토대로 독자가 파악해야 한다. 이게 낯선 독자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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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등장인물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읽는 내내 같은 직장인으로서 지태성 팀장을 비롯한 구성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생식기>에 등장하는 쇼세이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들의 직업정신이 투철해 보였다. 과거 구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어렵고 위험한 업무에 자원하는 지율에게 가장 마음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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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 속 사적의 모습들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아마도 이러한 신선함이 독자를 사로잡은 것이 아닐까. 한국의 색이 물씬 풍기는 방탈출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서 꽤 오래 인상적으로 남을 듯하다. 직업인으로서의 현실을 떠올리게 되는 평소 독서 습관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문학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서 읽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독서의 재미를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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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흔
데라오 데쓰야 지음, 김소희 옮김 / 드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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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는 고통 없이, 오직 즐거움만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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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책을 다 읽고 나면 한동안 느낀 것들에 대해 깊이 곱씹게 된다. 예전에는 없던 습관이었다. 휘발되더라도 그냥 덮고 곧바로 다른 작품을 골라 읽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잠깐이나마 '내가 왜 이 감정을 느꼈지?', 또는 '이런 생각이 왜 드는 거지?' 하고 스스로 묻고 답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아마도 이렇게 독서 기록을 남기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하다. 그렇다고 독서 기록에 '남는 것 없음'이라고 적을 수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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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곱씹는 시간이 길었던 이 책은 데라오 데쓰야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작가 이름만 보고 당연히 일본 작품일 줄 알았다. 그런데 추천사는 다 중화권의 작가나 전문가의 글이었다. 다시 확인해 보니 일본식 필명을 쓰는 타이완 작가의 소설이었다. 처음에는 이름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으로 끌렸고, SNS에서 읽은 후기들 때문에 더욱 관심이 생겨서 선택하게 되었다. 기대감과 걱정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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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에는 아홉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각각의 이야기를 관톨하는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제헝이다. 그는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좋은 회사에 취직하게 된다. 남부러울 것 없는 제헝에게는 누구에게도 터놓을 수 없는 감정과 생각들이 자리한다.끈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되묻고, 학창 시절에 겪었던 불완전한 기억들을 되새기며 고통스러워하고, 타인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시험한다. 과연 제헝은 나를 찾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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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렵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단편집이지만, 연작소설집 또는 장편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서사를 따라가면 이야기의 흐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자극적이거나 불편한 지점이 있어서 책장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특히 초반부에 등장하는 장면은 다 읽은 이후에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전반적으로 수위가 높은 편이어서, 이러한 묘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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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읽는 내내 허무감이 짙게 느껴졌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직장인, 제헝은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다. 아니,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배경을 지닌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속은 우울하고 어둡기만 하다. 제헝의 생각과 감정들이 마치 손에 잡히지 않는 모래처럼 느껴졌다. 비슷한 또래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허무감과 닿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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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감'으로 페이지를 넘겼지만, 결국 마지막에 남는 감정은 '불쾌감'이었다. 이 불쾌감은 어디에서 왔을까. 물론 제헝이 학창 시절 친구인 우이샹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활자로 마주한 자세한 묘사나 제헝에게서 느낀 우울감이 불쾌한 감정으로 남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찝찝함이 생각보다 깊고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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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노은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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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가 걸어온 길을 통해 묻는다. 현재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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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노은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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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러니 그대 회상들이여, 나 대신 말하고 선택하라.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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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은 자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들여다 본다. 고전 소설을 읽으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시대상을 접하고, 그 안에서 교훈을 찾는다. 물론, 조부모님이나 어른들로부터 우리나라의 역사들을 듣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미 이 세상에는 없는 이들이 들려 주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남아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여운과 삶의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책을 찾는 이유도 그런 곳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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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생애를 토대로 혼란의 시기를 톺아보는 이 책은 슈테판 츠바이크 작가의 에세이다. 작가의 명성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고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지인들도 입문작으로 <우체국 아가씨>, <초조한 마음>을 추천했을 정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조금 어려운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라는 작품으로 접한 터라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선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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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의 생애를 다루었다. 1881 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했다. 그 시기의 유럽은 안정된 상태였다. 츠바이크는 유럽의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다양한 분야를 접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황금기를 보낸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평탄한 인생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생하면서부터다. 그후 제2차 세계대전과 망명에 이르기까지 그의 발자국을 통해 바라본 역사,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소회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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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렵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유럽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으로서 그 시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츠바이크의 문체나 스토리의 가독성은 매끄러웠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속도가 붙었다. 7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었는데 충분히 완독이 가능했다. 츠바이크의 작품을 자주 접한 독자들이나 그의 문체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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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말의 힘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츠바이크는 단순히 수동적인 태도와 적에 대한 거친 비방 행위에 동참하지 않는 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이 작가였고, 말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신념을 표현해야 할 의무마저도 인지하고 있었다. 검열이 삼엄한 그 시대에 <외국의 친구들에게>라는 글을 써서 보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윤동주 시인님이 떠올라서 내내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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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한 한 사람의 연대기가 아니다. 잊을 수 없는 유럽사의 기록이자 인간이 살아가야 할 길을 알려 준 길잡이다. 츠바이크는 인간의 욕망과 악으로 벌어진 전쟁에서도 부러지지 않았다. 누구보다 문화와 인간을 사랑했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을 꿋꿋이 걸어간 위인이었다. 그의 삶을 본 우리는 지금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만 할까.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그 도전이 결코 후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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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공원, 농구하는 소녀 ㅣ 여행그림책
천선란 지음, 이주향 그림 / 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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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그 시간에 대해, 새벽 네시에 대해 말하고 싶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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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물론이고, 주변의 사람들이 나에 대해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고요함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말수도 없고, 정적인 편이며, 침묵을 견딜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환경을 선호할 것이라고 생각다. 하지만, 나에게 고요는 무서움과 같다. 혼자 있을 때마다 일부러 예능 프로그램 또는 빗소리 ASMR을 재생시킨다.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그 정적이 나에게는 너무 공포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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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 네 시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 책은 천선란 작가님의 산문집이다. 평소 동화책을 별로 선호하지 않아서 고르지 않았을 책이다. 하지만, 작가님의 <천 개의 파랑>은 아직도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있는 소설이다. 또한, 다른 작가분들과 함께 집필하셨던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라는 에세이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터라 취향과는 조금 다른 장르임에도 선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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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주요 내용을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작가님의 한 달 뮌헨 살기이다. 그런데 그냥 가벼운 내용이 아니다. 나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떠난 길이다. 고요한 새벽 네 시의 괴로움을 고백했는데, 독일에서는 그 시간을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사용했다. 공원에서 자연의 소리를 느끼면서 산책하고, 딱딱하기로 소문난 독일 빵을 먹기도 한다. 낯선 땅에서의 한 달은 작가님의 자신을 찾아가는 큰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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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동안 작가님의 소설이나 에세이를 접해온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체도 쉽게 읽히지만, 감성적인 그림이 더해지면서 작가님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었다. 그림책이 낯선 독자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다. 페이지 수도 얇아서 부담감 없이 넘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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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세 가지 정체성이 인상적이었다. 직업으로서의 정체성,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 그동안 소설가와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살아왔는데 자신의 정체성을 오롯이 마주해야 하는 시간을 경험하면서 이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셨다고 한다. 직장인이 새벽 네 시를 마주할 기회는 많지 않지만, 우연히 그 시간을 만날 때마다 괴로웠던 사람으로서 깊이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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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 가족 구성원, 그밖에 부여되는 여러 역할들. 세상은 많은 역할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착용하게 되는 가면이 있다. 가면을 벗고 온전히 나를 바라본 적이 있을까. 아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작가님의 내밀한 고백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고요를 두려워하던 내가 새벽 네 시를 다르게 맞이할 수 있을까. 아니,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그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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