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에 갇힌 여자 ㅣ 스토리콜렉터 12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허형은 옮김 / 북로드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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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교외에서 싱글맘으로 평범하게 살던 깁슨의 삶은 지옥행 열차에 올라탔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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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집안이 망하는 소재의 드라마에서 자주 언급되는 댓글이 참 공감된다. 어떻게 저렇게 쉽게 속아 넘어가냐는 것이다. 재미있게 시청했던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도, 어머니께서 자주 시청하시는 평일 드라마에서도 똑같다.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봐도 헛점투성이의 감언이설인데 이렇게 잘 속을 수 있을까. 현실에서 재벌을 볼 일이 없다는 점에서 확인이 되지는 않지만 늘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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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데이비드 발다치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라는 작품을 처음 접했는데 흔히 말하는 킬링타임으로 괜찮았다. 한국에서 스릴러 작품으로 많은 팬들을 보유한 작가의 신작이니만큼 기대가 되었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특별한 능력보다는 현실적인 자산 이슈를 다룬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갔다. 전작보다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예상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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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미키 깁슨이다. 과거 경찰로 근무했지만 현재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싱글 맘이자 자산 정보를 다루는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어느 날, 불분명한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고 현장에 갔다가 살해된 남자를 마주한다. 침착하게 경찰에 인계했지만 깁슨은 용의자가 된다. 가족들은 이 사건에 손을 떼기를 원하지만 깁슨은 그 누군가와 함께 이 사건을 파헤친다. 깁슨에게 접근한 사람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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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우면서도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스토리는 비교적 금방 정리가 되었다. 그럼에도 미키를 둘러싼 인물이 너무 많아서 헷갈렸다. 심지어 미키와 대립 관계를 이루는 인물도 신원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관계성이 흔들렸다. 조금만 인물을 덜어냈더라면 집중도가 더 높지 않았을까. 인물 관계가 복잡한 만큼 따라가는 데 품이 들었지만, 그 산만함을 상쇄할 만큼 이야기의 속도감은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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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미키의 양면성이 인상 깊었다. 소설에서 미키의 성격이 동전의 양면처럼 선명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읽는 내내 조금 의아하게 다가왔던 양면성이었다. 과거 경찰의 직감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예리함이 매력이지만 대립 관계를 이루는 클라리스에게 쉽게 정보를 전달하는 단순함 또한 있다. 클라리스를 의심하는 것만큼만 하더라도 조금 수월하게 풀리지 않았을까. 이 지점이 답답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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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타임으로 꺼내든 이 책에서 의외의 물음을 가지게 되었다. 인간의 믿음은 어디에서 나올까. 미키는 사탕발림으로 가득 채운 거짓말과 스스로를 숨기는 이에게 아무렇지 않게 사건의 정보를 흘렸다. 가상의 이야기로만 들리던 스토리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달콤한 혀로 남들의 자산과 인생을 탐하는 이들의 이야기, 뉴스만 틀면 나오던 사건들과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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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 플랜더스
다니엘 디포 지음, 류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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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의 양면과 같은 한 여자의 이야기. 인간은 누구나 양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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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 플랜더스
다니엘 디포 지음, 류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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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런 그의 생애 또한 놀라우리만치 파란만장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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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각자의 방식으로 파란만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평탄한 사람이 살았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기준일 뿐 누구나 언덕은 있었을 것이다. 한때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나의 삶을 이야기할 때 그냥 무난하게 큰 사건없이 살았다고 대답했다. 시간이 흐르고 책을 읽기 시작한 다음부터 인지하지 못했던 굴곡이 있지 않았을까. 이 정도 되면 무딘 것이라고 봐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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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니얼 디포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전혀 모르는 작가와 작품이었는데 줄거리 하나로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다양한 직업과 범죄를 저질렀지만 영특한 재능과 예쁜 미모로 이름을 알렸던 한 여자의 이야기. 어느 누구라도 관심을 가지게 될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 고전 작품의 독서 비율을 높이고 있는 만큼 더 고민의 여지도 없이 선택해 읽었다.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기대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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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몰 플랜더스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다. 플랜더스의 어머니는 사형 선고를 앞두고 임신해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보모로부터 길러져 온 플랜더스가 하녀로 일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부잣집에 취업하게 되었고, 아름다운 미모로 부잣집의 두 도련님의 구애를 받는다. 두 번째 도련님과 결혼했지만 그는 곧 사망하고 이후로도 네 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다. 도둑, 매춘부 등의 직업을 전전한 플랜더스의 일생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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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혀졌다. 문체가 몰입도를 높였다. 에세이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력을 가진 작품이었다. 이미 허구임을 밝히고 있지만 작가가 살고 있는 시대의 작법으로서 마치 플랜더스의 자서전처럼 흘러가다 보니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문화가 낯설게 다가왔지만 그동안 읽었던 고전 소설이 비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두꺼운 페이지 수가 유일한 장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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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플랜더스의 자신감이 인상적이었다. 멀리 보면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애가 강한 사람처럼 보였다. 초반에 일했던 부잣집의 두 딸보다는 외모가 낫다는 스스로의 평가나 어디를 가도 먹히는 매력을 어필하는 지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절도와 매춘이라는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면서 죄책감은 보이지 않았다. 불편하면서도 의외의 대단함을 느꼈다. 그 정도 기개가 있었기에 큰일을 저지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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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 플랜더스의 삶은 동전의 양면이다. 당시 사회에서 볼 수 없는 당당하고도 주체적인 여성상을 가진 인물로서 시대를 호령했다. 하지만 그녀의 방법은 옳지 않았다. 아니, 법과 제도를 비웃는 듯했다. 온갖 불법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불렸다. 심지어, 그에 대한 처벌마저도 피해 갔으며, 노년에는 회개로 마무리했다. 과연 그녀를 성공한 커리어 우먼으로 보아야 할까, 불순한 악마로 보아야 할까. 플랜더스의 일생을 평가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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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
벤자민 마이어스 지음, 최리외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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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의 나이를 훨씬 지난 독자에게는 부러움과 안타까움이 가득했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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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
벤자민 마이어스 지음, 최리외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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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냥 인간일 뿐이란다, 로버트.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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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결국 한 사람을 천천히 느리게 응원하는 일. 민음사 김민경 편집자님의 이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과거 어렸을 때에는 지식을 직관적으로 얻을 수 있는 비문학에 몰두했는데 지적 허영심 하나로 똘똘 뭉친 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덕분에 지금 잡지식을 얻게 되었지만 문학을 성인이 되어 접한 부분이 못내 아쉽다. 문학의 본질은 지식보다 간접경험에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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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벤자민 마이어스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최근 다산북스에서 출판한 신작들을 두루 읽는 중이다. 의도성을 가지고 접근한 부분은 아니다. 단지 선택하고 보니 그 출판사의 소설이었다는 것이다. 제1차세계대전의 참혹함을 다루었던 <인 메모리엄>, 한국의 구전 설화와 이민자의 잔혹한 애환을 담았던 <눈알이 맛있단다>가 상반되게 흥미로웠다. 이번 작품은 어떤 매력을 가진 작품일지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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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열여섯 살 로버트이다. 로버트의 가족은 대대로 탄광 노동자의 길을 걸어온 집안이다. 로버트 역시도 이 지점을 인식하지만 어쩔 수 없이 대학보다는 취업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 우연히 떠난 여행길에서 혼자 살고 있는 덜시 할머니를 만난다. 덜시는 특유의 불친절하지만 낯선 청년에게 맛있는 식사와 안락한 공간을 제공한다. 그 뜨거운 이팔청춘의 여름이 로버트를 한순간에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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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비교적 서사가 단순한 편이었다. 시를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스토리를 이해하기에는 충분했다. 직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비유 표현이 많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몰입되어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었다. 존 윌리엄스 작가의 <스토너>,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의 <남아 있는 나날>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만족감을 안겨 줄 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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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덜시가 로버트에게 대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언급한 것처럼 덜시는 로버트에게 과한 친절을 보이지 않는다. 초면에 마실 찻잎을 따서 오라고 주문한다. 반찬이나 식사 또한 마찬가지다. 또한, 멀리 떠나지 못하는 로버트에게 잔소리도 한다. 그런데 덜시의 말과 행동이 따뜻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것처럼 보을까. 로버트가 느끼듯 덜시는 어린 소년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배우고 싶은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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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정하고도 문학적인 잔소리라면 내 남은 평생의 여름을 이 오두막에 바치고 싶다. 이팔청춘의 나이에 이 작품을 접했더라면 내 어린 시절은 충만한 감성으로 가득 채워졌을 것이다. 아니, 세상의 불안을 낭만으로 채울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그의 나이를 한참 지나온 독자는 지나간 세월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문학으로 천천히 응원한다는 말은 곧 로버트의 삶으로부터 증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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