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 플랜더스
다니엘 디포 지음, 류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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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런 그의 생애 또한 놀라우리만치 파란만장했다. / p.13

인간의 삶은 각자의 방식으로 파란만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평탄한 사람이 살았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기준일 뿐 누구나 언덕은 있었을 것이다. 한때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나의 삶을 이야기할 때 그냥 무난하게 큰 사건없이 살았다고 대답했다. 시간이 흐르고 책을 읽기 시작한 다음부터 인지하지 못했던 굴곡이 있지 않았을까. 이 정도 되면 무딘 것이라고 봐야 할지 모르겠다.

이 책은 대니얼 디포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전혀 모르는 작가와 작품이었는데 줄거리 하나로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다양한 직업과 범죄를 저질렀지만 영특한 재능과 예쁜 미모로 이름을 알렸던 한 여자의 이야기. 어느 누구라도 관심을 가지게 될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 고전 작품의 독서 비율을 높이고 있는 만큼 더 고민의 여지도 없이 선택해 읽었다.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기대감을 가졌다.

소설의 주인공은 몰 플랜더스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다. 플랜더스의 어머니는 사형 선고를 앞두고 임신해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보모로부터 길러져 온 플랜더스가 하녀로 일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부잣집에 취업하게 되었고, 아름다운 미모로 부잣집의 두 도련님의 구애를 받는다. 두 번째 도련님과 결혼했지만 그는 곧 사망하고 이후로도 네 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다. 도둑, 매춘부 등의 직업을 전전한 플랜더스의 일생을 다룬다.

술술 읽혀졌다. 문체가 몰입도를 높였다. 에세이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력을 가진 작품이었다. 이미 허구임을 밝히고 있지만 작가가 살고 있는 시대의 작법으로서 마치 플랜더스의 자서전처럼 흘러가다 보니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문화가 낯설게 다가왔지만 그동안 읽었던 고전 소설이 비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두꺼운 페이지 수가 유일한 장벽이었다.

개인적으로 플랜더스의 자신감이 인상적이었다. 멀리 보면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애가 강한 사람처럼 보였다. 초반에 일했던 부잣집의 두 딸보다는 외모가 낫다는 스스로의 평가나 어디를 가도 먹히는 매력을 어필하는 지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절도와 매춘이라는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면서 죄책감은 보이지 않았다. 불편하면서도 의외의 대단함을 느꼈다. 그 정도 기개가 있었기에 큰일을 저지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 플랜더스의 삶은 동전의 양면이다. 당시 사회에서 볼 수 없는 당당하고도 주체적인 여성상을 가진 인물로서 시대를 호령했다. 하지만 그녀의 방법은 옳지 않았다. 아니, 법과 제도를 비웃는 듯했다. 온갖 불법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불렸다. 심지어, 그에 대한 처벌마저도 피해 갔으며, 노년에는 회개로 마무리했다. 과연 그녀를 성공한 커리어 우먼으로 보아야 할까, 불순한 악마로 보아야 할까. 플랜더스의 일생을 평가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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