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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
벤자민 마이어스 지음, 최리외 옮김 / 다산북스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냥 인간일 뿐이란다, 로버트. / p.64
문학은 결국 한 사람을 천천히 느리게 응원하는 일. 민음사 김민경 편집자님의 이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과거 어렸을 때에는 지식을 직관적으로 얻을 수 있는 비문학에 몰두했는데 지적 허영심 하나로 똘똘 뭉친 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덕분에 지금 잡지식을 얻게 되었지만 문학을 성인이 되어 접한 부분이 못내 아쉽다. 문학의 본질은 지식보다 간접경험에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벤자민 마이어스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최근 다산북스에서 출판한 신작들을 두루 읽는 중이다. 의도성을 가지고 접근한 부분은 아니다. 단지 선택하고 보니 그 출판사의 소설이었다는 것이다. 제1차세계대전의 참혹함을 다루었던 <인 메모리엄>, 한국의 구전 설화와 이민자의 잔혹한 애환을 담았던 <눈알이 맛있단다>가 상반되게 흥미로웠다. 이번 작품은 어떤 매력을 가진 작품일지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열여섯 살 로버트이다. 로버트의 가족은 대대로 탄광 노동자의 길을 걸어온 집안이다. 로버트 역시도 이 지점을 인식하지만 어쩔 수 없이 대학보다는 취업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 우연히 떠난 여행길에서 혼자 살고 있는 덜시 할머니를 만난다. 덜시는 특유의 불친절하지만 낯선 청년에게 맛있는 식사와 안락한 공간을 제공한다. 그 뜨거운 이팔청춘의 여름이 로버트를 한순간에 바꾸어 놓았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비교적 서사가 단순한 편이었다. 시를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스토리를 이해하기에는 충분했다. 직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비유 표현이 많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몰입되어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었다. 존 윌리엄스 작가의 <스토너>,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의 <남아 있는 나날>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만족감을 안겨 줄 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덜시가 로버트에게 대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언급한 것처럼 덜시는 로버트에게 과한 친절을 보이지 않는다. 초면에 마실 찻잎을 따서 오라고 주문한다. 반찬이나 식사 또한 마찬가지다. 또한, 멀리 떠나지 못하는 로버트에게 잔소리도 한다. 그런데 덜시의 말과 행동이 따뜻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것처럼 보을까. 로버트가 느끼듯 덜시는 어린 소년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배우고 싶은 태도였다.
이렇게 다정하고도 문학적인 잔소리라면 내 남은 평생의 여름을 이 오두막에 바치고 싶다. 이팔청춘의 나이에 이 작품을 접했더라면 내 어린 시절은 충만한 감성으로 가득 채워졌을 것이다. 아니, 세상의 불안을 낭만으로 채울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그의 나이를 한참 지나온 독자는 지나간 세월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문학으로 천천히 응원한다는 말은 곧 로버트의 삶으로부터 증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