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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이 제일 맛있단다
모니카 김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4월
평점 :
<본 포스팅은 VORA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그제야 우리가 처한 상황의 끔찍함이 다시 내 마음속으로 파도처럼 밀려들어 왔다. / p.17
성인이 되어도 이해가 안 되는 것투성이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어두육미다. 생선은 머리가 맛있고, 육고기는 꼬리가 맛있다는 말. 후자에는 동의하지만 전자에는 도무지 동의할 수 없다. 아니, 발라서 먹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생선 눈과 시선을 마주하면 죄책감과 무서움이 드는데 어떻게 머리를 먹을 수 있을까. 아마 평생이 지나도 그 맛은 느낄 수 없을 듯하다. 자녀에게 부드러운 생선살을 먹이기 위한 부모님들의 계략이 확실하다.
이 책은 모니카 김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 이후로 한국계 작가의 작품들을 자주 접했다. 그러다 최근에 앤절라 미영 허 작가의 <우리 메아리처럼>을 읽으면서 다시금 자연스럽게 디아스포라 문학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SNS에서 K-호러의 장르를 연 작품이라는 평을 읽고 관심이 생겼다. 그동안 읽었던 작품들과는 결이 다른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국 이민자 2세인 지원이다. 아버지가 가출한 이후 어머니께서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생선의 눈알이 가장 맛있다는 것이다. 동생인 지현은 그럴 때마다 화장실로 달려가 구역질을 했고, 지원 역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어느 날, 용기가 생겨 생선 눈알을 먹었다. 시간이 흘러 어머니께 조지라는 이름의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겼다. 조지의 푸른 눈을 보자 먹고 싶다는 광기에 시달리는 지원의 이야기다.
술술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생선의 눈알이 맛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지만 어두육미라는 개념만큼은 익숙한 사람으로서 스토리에 드러 한국 문화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가족의 뿌리가 대한민국이며, 그 가족의 역사가 현재 대한민국의 가족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쉽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장녀 포지션에 있는 독자들이라면 더욱 큰 공감을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지원의 심리가 궁금했다. 소설에서 제프리는 갈색 눈동자를 가졌고, 조지는 푸른색 눈동자를 가진 남자였다. 두 사람 모두 백인 남성이지만 왜 하필 파란색의 눈동자를 가진 조지에게 반응했을지 의문이 들었다. 단순히 백인이 타겟이었다면 제프리에게도 해당이 될 텐데 백인의 상징성이 푸른색의 눈동자여서 그렇지 않을까. 아니면 빠르게 최고의 연애 상대인 백인으로 갈아탄 어머니에 대한 증오일까. 여러모로 의문이 생겼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순종적인 어머니, 감정적으로도 살림 밑천이 되어야만 하는 장녀. 예외라는 것이 존재하듯 사랑이 흘러 넘치는 가정이 있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어디를 가도 대한민국의 피가 흐르는 가족들에게는 찐득한 관계성이 있다. 비행기로 하루 가까이 이동해야 되는 먼 나라 미국에서도 이들은 자유롭지 못했다. 당분이 잔뜩 흐르는 피가 피부에 묻은 것처럼 찝찝함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