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문법 - 두려움, 불길함, 섬뜩함을 자극하는 노골적이고 미묘한 것들에 대하여
듀나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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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보고 싶어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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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장르와는 거리를 두는 성향이라고 생각했다. <곡성>, <부산행>처럼 너무나 유명한 작품뿐만 아니라 얼마 전 개봉한 <호프>, 명불허전 해외 공포 영화의 끝판왕 <엑소시스트>에 이르기까지 관심조차도 없었다. 평소 겁이 많은 스타일이어서 일부러 피했다. 그런데 호러 장르의 소설이 생각보다 무섭지 않게 느껴진다. SNS에서 뜨거운 작품들을 하나씩 읽는 중인데 지금까지 그 기대에 부응하는 스토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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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을 조금이나마 재미있게 즐기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 바로 듀나 작가님의 인문학 도서다. 그동안 작가님의 작품을 종종 접했지만 솔직하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나의 제한된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그 세계관들을 그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흥미있는 스토리도 단편적으로만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번에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 발간 소식을 듣고 소설과 다른 인상을 경험하고 싶어서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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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공포를 다루지만, 이론적인 이야기보다는 작가님의 사견이 담긴 책이다. 호러 장르의 영화 감독인 '스티븐 킹'과'스탠리 큐브릭'의 기법 차이,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와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이해처럼 소설이나 영화 속 문화에서 드러나는 공포 이야기, 처녀귀신과 괴물, 뱀파이어, 좀비 등 우리가 매체에서 자주 보고 들었던 귀신에 이르기까지 공포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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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와닿았던 책이다. 언급한 것처럼 그동안 공포 장르를 잘 모르는 사람 중 하나다. 최근 접하고 있는 소설들도 대부분 한국 작가의 작품에 편중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책에 등장하는 감독과 작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읽는 내내 인터넷으로 검색했는데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더라면 더 풍부한 감상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더욱 재미있는 게 와닿는 책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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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14장의 <남은 것들에 대하여>라는 목차의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이스라엘에는 이상한 법이 통과되었다. 바로 테러 혐의로 유죄를 받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기본 형량이 사형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60년 넘게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나라에서 특정 집단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법을 만든 것이다. 공포의 크기가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가장 피부에 와닿았던 파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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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는 인간이 가진 욕심으로부터 오는 생명의 위협감을, 같은 지구 안의 누군가는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 원초적인 본능을, 작가님께서는 원고 마감 기한으로부터 오는 약속의 압박감을, 이야기를 접한 나는 새로 알게 되는 세계에서의 혼란을 느낀다. 그저 저마다 가지고 있는 공포의 형태와 크기만 다를 뿐이다. 어쩌면 살고 있는 이 세상이 하나의 공포는 아닐까. 앞으로 경험하게 될 공포의 세계는 깊고도 다르게 보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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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것들의 밤
정보라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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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에게는 없다. 피도 눈물도 땀도 체온도. 생명도.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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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이야기. 인공지능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입장에서 그들이 오류값을 낼 때마다 아직은 먼일이라고 코웃음을 치지만, 파파고가 이세돌 바둑기사를 이기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 순간 현실로 체감되고,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기계와 인간은 어느 순간부터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음은 명백하지만, 과연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날이 올까. 아직까지도 많이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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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허구 그 사이에서 공상을 펼치다 집어든 정보라 작가님의 연작소설이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고통에 관하여>, <붉은 칼>에 이르기까지 세 번째 접하는 소설이다. 지금까지 읽은 작품들 중 인간의 저항이라는 카테고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을 꼽는다면, 역시 정보라 작가님의 소설이었다. 기계에 저항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고 해서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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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 나는 죽음의 위기에서 선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의 도움으로 흡혈인이 되었다. 그녀가 사는 시대는 기계가 인간을 사는 세계를 지배한 후, 기계를 온전히 믿는 추종자들은 기계에 저항하는 이들을 찾아 처단한다. 인간의 흔적이 없는 수영장에서 기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인조인간 빌리와 주인공 무리가 함께 기계 연구소를 무너뜨리고, 기계 무리에게 저항해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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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현실적으로 상상이 가능한 장르를 선호하는 독자로서 SF나 판타지 또는 필모그래피 자체가 곧 장르인 작품의 세계관은 완독률이 낮다. 이 작품은 명백하게 후자에 속했는데 사회 이슈와 철학을 관통한다는 점에서 읽는 내내 여러 번 곱씹으면서 읽었다. 분명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을 한 호흡에 완독할 수 있었던 것은 스토리가 주는 몰입감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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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이 화장실에서 타인의 피를 빨아들이고, 빌리로부터 받았던 ‘인간의 조건’에 대한 질문을 다시금 되뇌이는 장면과 화장실 안에서 벌어지는 그 여성의 서사는, 오늘날 우리가 자주 접하는 몰래카메라 범죄를 겹쳐 읽게 만드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그 공간이 주는 불쾌함과 냄새가 마치 코끝을 맴돌았다. 여러 모로 이 계절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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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기계와 기계 추종자, 기계 저항인과 흡혈인의 싸움이 아니다. 지배하려는 권력과 그에 맞서는 자들의 저항이자 투쟁의 이야기다. 거칠고, 더럽고, 잔인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 그들의 습도 높은 이야기가 이 여름의 불쾌함과 어울러져 더욱 피부에 와닿았다.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는 미묘한 현실과 소설에서 볼 수 있는 가상의 경계선에서 공상의 그림을 더욱 짙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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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구라미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정민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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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이란 원래 그런 거야. 영원이라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지.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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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다른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소설의 주인공들에게는 너무 흔한 일이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준 친구, 절망의 끝에서 죽음을 떠올렸을 때 삶으로 다시 이끌어 준 낯선 이, 더 나아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그들에게는 익숙한 일이었지만 현실로 들여다 보면 사실 잘 모르겠다. 사사로운 구원은 쌓여도 삶을 변화시키는 구원은 기적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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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치다 소노코 작가의 연작소설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매력이 있는 작가의 작품이다. 현재 다섯 편째 나오는 베스트셀러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시리즈>와 많은 독자들에게 조금 낯선 소설 <새벽의 틈새>가 바로 대표적인 예시다. 전자는 전형적인 힐링 소설로 불호에 가까웠다면 후자는 누군가에게 선뜻 추천해 줄 수 있는 명작으로 남았다. 과연 이번 작품은 어느 쪽의 손을 들게 될 것인가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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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총 다섯 편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간적 배경과 등장인물을 공유하되,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만 작품마다 바뀐다. 처음에는 친구를 임신시키고 떠난 남자와 그 남자를 기다리는 친구가 등장한다. 다음 작품에는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과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로 스토리가 이어지는 식이다. 그렇게 주인공이 다른 누군가로부터 구원을 받는다거나, 인생을 구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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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소설에 숨겨진 이들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다른 작품에서 이미 보았던 조연이 나왔을 때의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또한, 평소 관심 없던 물고기와 이야기를 연관 짓는 방식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소재와 흐름이라는 점에서 약간 아쉬움도 들었다. 가볍게 읽을 일본 작품을 찾는 독자들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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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물결 사이를 떠다니는 옐로>라는 단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은 남자 친구를 떠나 보냈다. 아니, 남자 친구가 스스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녀를 버린 것이었다. 충격에 힘들어하던 그녀는 한 식당에서 일하게 된다. 그 식당에는 스스로를 '온코'라고 부르는 여장남자 사장 후미가 있다. 어느 날, 후미에게 과거 직장 동료였던 다마키가 엽서를 들고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며칠 사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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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가 불륜을 저지른 남편으로부터 고통받던 다마키를 구원했듯,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가족을, 친구를, 이웃을 살렸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생명을 구했고, 간접적으로 삶의 의지를 불어 넣어 주었다. 이 또한 소설이기에 한낱 허구의 구원이 크게 와닿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인류 구원의 희망을 이들의 이야기로부터 조금이나마 믿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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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는 언제나 매디
리사 제노바 지음, 김희정 옮김 / 북스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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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VORA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그 어느 것도 원하지 않는다. /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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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도 짧은 생을 돌아보면 굴곡이 없이 살아온 듯하다. 자기소개서 첫 문단에 나오는 전형적인 문장처럼 엄격하신 아버지와 인자하신 어머니 사이에서 평범한 어린이, 보통의 청소년, 정상적인 성인으로 성장했다. 인생을 뒤흔들 만한 사건은 삼십 대에 맞이한 가족을 떠나보낸 일인데 그 이후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아니, 누가 봐도 평화롭게 보이는, 잔잔한 마음의 호수에 의문의 돌이 하나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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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끼어든 의문로부터 해답을 찾고자 선택한 책이 바로 리사 제노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알게 되었다. 표지가 계속 눈에 들어왔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아 그냥 보기만 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SNS에서 호평 후기들을 접하면서 확신했다. 재미는 보장할 수 없지만 분명히 마음에 울리는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직감. 주말 내내 도파민으로 잔뜩 절여진 뇌를 조금이나마 씻기 위해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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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매디다. 매디는 겉으로 보았을 때 남부럽지 않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새아버지, 활동적이면서도 가정에 헌신적인 어머니, 누구보다 동생 매디를 챙기는 오빠와 언니. 심지어 매디는 뉴욕대학교에 입학 예정인 모범생이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 자신이 정상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했다. 스무 살에 발현된 양극성 장애를 인식하게 되는 이야기이자 정상성의 의미를 찾아가는 성장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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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었다. 혼란스러운 사춘기 또는 정답이 없는 이십 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고민할 법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매디의 시각에서 몰입이 되었는데 벌어지는 일들을 가만히 읽고 있으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감정의 변화가 있었다. 동적인 성장형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아마 매디가 곧 당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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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매디의 서사에 집중해서 읽었다. 공감과 답답함 그 사이를 바이오리듬처럼 번갈아 경험했다. 분명 매디가 가지고 있는 질환의 특성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약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안 좋은 결과를 맞이할 때에는 단전에서 화가 올라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정상성을 의심할 때에는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연민이 들었다. 매디를 믿지 못하는 강압적인 어머니의 태도 역시 불쾌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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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연 사회가 원하는 정상일까.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금 되묻게 되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과 정상, 평범은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닿았다. 인생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 보통은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특이한 것이다. 매디가 언제나 매디로 남았던 것처럼 모자란 것도, 부족한 것도, 특이한 것도 나 자신임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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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였다 ㅣ 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반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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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과 호불호도 날려버릴 가볍고도 몰입감 넘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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