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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구라미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정민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이란 원래 그런 거야. 영원이라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지. / p.131
인간은 다른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소설의 주인공들에게는 너무 흔한 일이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준 친구, 절망의 끝에서 죽음을 떠올렸을 때 삶으로 다시 이끌어 준 낯선 이, 더 나아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그들에게는 익숙한 일이었지만 현실로 들여다 보면 사실 잘 모르겠다. 사사로운 구원은 쌓여도 삶을 변화시키는 구원은 기적인 듯하다.
이 책은 마치다 소노코 작가의 연작소설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매력이 있는 작가의 작품이다. 현재 다섯 편째 나오는 베스트셀러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시리즈>와 많은 독자들에게 조금 낯선 소설 <새벽의 틈새>가 바로 대표적인 예시다. 전자는 전형적인 힐링 소설로 불호에 가까웠다면 후자는 누군가에게 선뜻 추천해 줄 수 있는 명작으로 남았다. 과연 이번 작품은 어느 쪽의 손을 들게 될 것인가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되었다.
소설은 총 다섯 편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간적 배경과 등장인물을 공유하되,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만 작품마다 바뀐다. 처음에는 친구를 임신시키고 떠난 남자와 그 남자를 기다리는 친구가 등장한다. 다음 작품에는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과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로 스토리가 이어지는 식이다. 그렇게 주인공이 다른 누군가로부터 구원을 받는다거나, 인생을 구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소설에 숨겨진 이들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다른 작품에서 이미 보았던 조연이 나왔을 때의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또한, 평소 관심 없던 물고기와 이야기를 연관 짓는 방식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소재와 흐름이라는 점에서 약간 아쉬움도 들었다. 가볍게 읽을 일본 작품을 찾는 독자들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물결 사이를 떠다니는 옐로>라는 단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은 남자 친구를 떠나 보냈다. 아니, 남자 친구가 스스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녀를 버린 것이었다. 충격에 힘들어하던 그녀는 한 식당에서 일하게 된다. 그 식당에는 스스로를 '온코'라고 부르는 여장남자 사장 후미가 있다. 어느 날, 후미에게 과거 직장 동료였던 다마키가 엽서를 들고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며칠 사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후미가 불륜을 저지른 남편으로부터 고통받던 다마키를 구원했듯,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가족을, 친구를, 이웃을 살렸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생명을 구했고, 간접적으로 삶의 의지를 불어 넣어 주었다. 이 또한 소설이기에 한낱 허구의 구원이 크게 와닿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인류 구원의 희망을 이들의 이야기로부터 조금이나마 믿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