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걸
하비에르 카스티요 지음, 박설영 옮김 / 반타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악의 상황이 언제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 p.11

범죄를 다룬 프로그램을 종종 보면서 그만큼 사건들을 간접적으로 접했다. 늘 인상적인 사건이기는 하지만 그 중 피부로 와닿았던 사건들이 바로 유괴 납치 범죄다. CCTV가 많은 현재는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는데 어렸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납치 사건들이 주변에서도 종종 일어났고, 뉴스 보도에서도 많이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다른 범죄들과 달리 현실감이 느껴졌던 사건들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은 하비에르 카스티요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유괴를 주제로 했던 일본 단편소설집이 꽤 인상적이었다. 물론, 그 작품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유괴와 다른 결말이었다. 영상 매체로 제작될 정도의 작품이라면 어느 정도 재미가 보장된 이야기라는 예상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거기에 유괴라는 소재 자체가 흥미롭게 생각했던 것도 있었다. 물론, 실제 유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소설은 미렌이라는 인물의 시점으로부터 시작된다. 미렌은 언론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었는데 수업 중 접한 키에라 실종 사건 기사에 매료되어 이를 파헤치기로 한다. 키에라는 추수감사절에 아버지의 손을 잡고 퍼레이드를 즐기던 중 실종이 되었다. 행복했던 가족은 풍비박산이 났다. 키에라의 아버지는 술에 취해 딸을 그리워했고, 키에라의 어머니는 아이를 유산했다. 그런데 오 년이 흘러 딸의 영상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가 우편함에 배달된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초반의 몰입도가 상당해서 다른 책은 쳐다도 보지 않을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다. 스토리 자체도 크게 이해를 요구하는 편은 아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을까. 영상화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내용도 머릿속에 마치 하나의 필름처럼 상상되는 면도 있었다. 완독까지 세 시간이 소요되었다.

개인적으로 저널리즘이 인상적이었다. 미렌은 과거 강간을 당했던 경험이 키에라 사건에 강렬하게 느껴져 이를 파헤치게 되었다. 미렌의 교수는 탐사 보도의 권위자 중 한 명이었는데 신문사와 결이 맞지 않아 해고 통보를 받기도 한다. 키에라 사건을 과제 주제로 정했을 때에도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왜 굳이 어렵게 가는지 이해할 수 없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마주했는데 이들의 모습을 접하면서 기자로서의 태도나 가치관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전문가는 아니기에 저널리즘이라는 용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그저 신문이나 매체로 보도를 접하는 일개 독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명의 같은 직업인으로서 생각해 본다면 직업 정신으로도 조금 더 넓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 자극적인 이야기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과연 어떤 보도가 많은 이들에게 더 나은 정보와 진실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 이 소설에서 분명히 생각해 볼 지점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나 아렌트
토마스 마이어 지음, 홍원표 옮김 / 현암사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 후 그녀는 이력서를 타자로 정리했다. / p.19

이 책은 토마스 마이어가 집필한 한나 아렌트의 전기다. 종종 철학 도서를 읽다 보면 자주 등장했던 철학자 중 한 명이 바로 한나 아렌트였다. 물론, 여러 책을 통해 스스로 철학자라고 불리는 것을 거부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많은 철학자와 이들에게 철학을 전파했던 인물이라는 지점은 변함이 없다. 어려운 도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나 아렌트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에 선택해 읽게 되었다.

한나 아렌트는 1906 년에 독일 하노버에서 태어나 철학과 개신교 신학, 그리스 문헌학을 전공했다. 이후 1933 년에 프랑스 파리로 이주했으며, 유대인 문제를 연구하며, 난민 어린이를 위한 재단을 설립했다. 그밖에도 다른 나라를 다니면서 다른 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하는 등의 업적을 남겼다. 1975 년에 미국 뉴욕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었는데 우리가 알지 못했던 한나 아렌트의 삶을 다룬 책이었다.

솔직히 많이 어려운 책이었다. 언급한 것처럼 어려운 도전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책장을 넘겼지만 그럼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이는 번역이나 내용의 문제보다는 한나 아렌트라는 사상가를 이렇게 깊게 접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식의 부족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나 아렌트가 살아온 시대와 환경 역시도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과 괴리감이 있었던 부분도 있었다. 두께가 두꺼운 책이어서 받은 이후로부터 꽤 오랜 시간을 붙들고 있었다.

무언가 하나의 에피소드나 멈춰진 시간이 인상적이었다기보다는 전체를 아우르면서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사유를 중요시하게 생각했던 사상가였는데 사상은 이미 알고 있는 것에서 정체된 것이 아닌 새로운 것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게 흥미로웠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는 내내 멈추고 사유하면서 다시 책장을 펼쳤다. 그밖에도 한나 아렌트가 살아온 과정으로서 정립된 철학 역시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책을 온전히 이해했는지 묻는다면 물음표가 여전히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한나 아렌트의 삶을 보는 일은 그것보다는 곱절로 어렵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도전한 것이 결코 후회되지는 않는다. 혼란과 변화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재에 한나 아렌트가 남긴 사유의 유산은 적어도 내 삶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실 내가 보기에도, 일의 바탕을 따지고 볼 때, 무엇보다 강하게 내 마음을 끄는 것은 그 학대자의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이 벌어지는가 하는 것이다. / p.13

이북리더기를 구입한 이후로 종이책과 전자책의 비율이 조금씩 바뀐다. 여전히 손맛을 잊지 못해 종이책을 선호하지만 이북이 끌리게 되는 책들도 있다. 두꺼운 책이어서 도저히 들고 다니기 힘들다거나, 종이책으로 소장하기에는 가볍게 느껴지는 내용의 소설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가장 크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는 도저히 종이책으로 읽기에는 감정의 폭이 크게 다가오는 책이다. 종이책을 읽다 보면 흐름이 자주 끊기게 되기 떄문이다.

이 책은 네주 시노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SNS에서 꽤 많이 보였던 책이어서 기대가 되었다. 대부분의 후기들은 화가 난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대체 어떤 스토리를 가진 소설이길래 다들 잔뜩 화가 났을까. 자세하게 쓴 후기들도 읽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모르고 읽는 책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는 어떤 정보도 접하지 않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화자는 히피족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부모님께서 이혼하셨다. 어머니와 살게 되었는데 의붓아버지로부터 성적으로 학대를 받은 인물이다. 시간이 지나 의붓아버지를 고소했고, 의붓아버지는 법적인 처벌을 받았다. 전체적인 내용은 마치 파편처럼 화자가 성적 학대를 받았고, 어떤 이유로 의붓아버지를 고소하게 됐고, 받으면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다룬다. 성적 학대로부터 시작된 생각과 감정들이 펼쳐진다.

술술 읽혀지지만 어렵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내용 자체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소재가 워낙에 감정적으로 큰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 보니 감정의 폭이 꽤 컸다. 거기에 소설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에세이 또는 사회학 도서처럼 느껴질 수 있는 문체여서 공부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완독까지 대략 이틀이 소요되었는데 시간으로만 따진다면 다섯 시간 정도가 걸린 듯하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개인적으로 성적 학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인상적이었다. 담담하고도 객관적으로 성적 학대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는데 의붓아버지를 무조건 나쁘게 그리지 않았다. 의붓아버지의 성적 학대가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지만 그것을 부정적인 면만 말하지 않는다. 또한, 법정에서 이를 인정한 것을 두고 적은 이야기들은 동정심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분명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지만 객관적으로 그리는 게 기억에 두고두고 남았다.

이 책은 종이책을 소장하고 있지만 전자책을 결제해 읽었다. 서두에 언급한 이유 중 가장 마지막에 해당이 될 것이다. 소재를 떠나 의붓아저씨의 행태를 가만히 읽고 있으니 감정적으로 몰입되었다. 아마 종이책으로 읽었더라면 책을 어디로 던지는 행위로 이를 표출했을지도 모르겠다. 차분하고도 이성적인 문체와 다르게 감정은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문체가 감정의 결이 같다면 오히려 매력이 반감되지 않을까. 담담한 문체가 마음을 쓰리게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폭풍으로 들어가기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바다는 엄청나게 아름답고 거대한데, 사람들이 바다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건 본인들 잘못이었다. / p.152

이 책은 카롤리네 발이라는 독일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전에 발간되었던 <스물두 번째 레인>이라는 작품을 우연히 인터넷 서점 신간 소식에서 접하고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좀처럼 기회도 닿지 않고, 다른 작품들을 읽느라 자꾸 순위에 밀려 그동안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최근에 그 작가의 새로운 신작 소식을 듣게 되었다. 역시 새 작품으로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다라는 인물이다. 이다의 어머니께서 약물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이후 큰 충격을 받았다. 죄책감으로 방황하다가 언니가 살고 있는 집에 가기 위해 기차에 올랐다. 그런데 돌연 연고지가 없는 외딴 뤼겐이라는 동네에 내렸고, 그곳에서 가게를 하는 크루트라는 노인을 만난다. 크루트의 도움으로 가게에서 일하게 되고, 노인의 아내인 마리안네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이다와 크루트, 마리안네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추리 장르 소설과 결이 정반대의 소설이어서 머리를 쓸 필요도, SF 장르의 소설처럼 지식을 요구하는 것도 없었다. 그저 감정적으로 수용이 가능한 마음만 있으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도파민을 추구하는 독자들에게는 많이 심심하게 느껴지겠지만 스토리 자체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350 페이지 전후의 작품이었는데 완독까지 대략 두 시간 정도 소요된 듯하다. 빠르게 읽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다에게 공감하면서 읽었다. 이다는 어머니를 많이 원망하면서도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세상에 자신을 이해해 주고, 지켜 줄 사람이 없다는 것에 큰 불안을 가지기도 한다. 읽는 내내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렸다. 아버지 역시도 술을 좋아하셔서 그로 인한 지병으로 돌아가셨는데 원망이 들면서도 아버지를 조금 더 이해하지 못했던 스스로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중이어서 더욱 몰입했다.

또한,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먼 친척에게 맡겨져 있던 소녀가 점차 바뀌어가는 스토리인데 화자를 성인으로 바꾼다면 어떻게 전개가 될까. 나이를 먹으면서 겪는 세상의 온갖 희노애락 한 스푼, 성숙해지는 마음 한 스푼, 동심보다 더 커져버린 현실간 한 스푼씩 담다 보면 마치 이 작품이 한 접시의 맛있는 음식처럼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 작품에서 감동을 받았던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 해결할 일이 늘어가면서 혼자 하는 일들이 익숙해지지만 체온을 기다리게 될 때가 있다. 과연 내 인생을 바꾸어 줄 귀인은 나타날까. 아니, 내가 그 누군가의 손을 잡아 줄 만큼 따뜻하고도 다정한 사람일까. 크누트와 마리안네의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늙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여전히 인간으로부터 인류애를 상실하겠지만 마음을 데워 주는 스토리에 동하는 것을 보면 나 역시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의 독서, 광녀의 춤 - 여자의 내장에 대해 말하기
김경연 외 지음 / 오월의봄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과 영화 등의 매체를 통해 여성의 억압과 저항을 재인식시켜 주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