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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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실 내가 보기에도, 일의 바탕을 따지고 볼 때, 무엇보다 강하게 내 마음을 끄는 것은 그 학대자의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이 벌어지는가 하는 것이다. / p.13

이북리더기를 구입한 이후로 종이책과 전자책의 비율이 조금씩 바뀐다. 여전히 손맛을 잊지 못해 종이책을 선호하지만 이북이 끌리게 되는 책들도 있다. 두꺼운 책이어서 도저히 들고 다니기 힘들다거나, 종이책으로 소장하기에는 가볍게 느껴지는 내용의 소설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가장 크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는 도저히 종이책으로 읽기에는 감정의 폭이 크게 다가오는 책이다. 종이책을 읽다 보면 흐름이 자주 끊기게 되기 떄문이다.

이 책은 네주 시노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SNS에서 꽤 많이 보였던 책이어서 기대가 되었다. 대부분의 후기들은 화가 난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대체 어떤 스토리를 가진 소설이길래 다들 잔뜩 화가 났을까. 자세하게 쓴 후기들도 읽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모르고 읽는 책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는 어떤 정보도 접하지 않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화자는 히피족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부모님께서 이혼하셨다. 어머니와 살게 되었는데 의붓아버지로부터 성적으로 학대를 받은 인물이다. 시간이 지나 의붓아버지를 고소했고, 의붓아버지는 법적인 처벌을 받았다. 전체적인 내용은 마치 파편처럼 화자가 성적 학대를 받았고, 어떤 이유로 의붓아버지를 고소하게 됐고, 받으면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다룬다. 성적 학대로부터 시작된 생각과 감정들이 펼쳐진다.

술술 읽혀지지만 어렵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내용 자체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소재가 워낙에 감정적으로 큰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 보니 감정의 폭이 꽤 컸다. 거기에 소설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에세이 또는 사회학 도서처럼 느껴질 수 있는 문체여서 공부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완독까지 대략 이틀이 소요되었는데 시간으로만 따진다면 다섯 시간 정도가 걸린 듯하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개인적으로 성적 학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인상적이었다. 담담하고도 객관적으로 성적 학대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는데 의붓아버지를 무조건 나쁘게 그리지 않았다. 의붓아버지의 성적 학대가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지만 그것을 부정적인 면만 말하지 않는다. 또한, 법정에서 이를 인정한 것을 두고 적은 이야기들은 동정심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분명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지만 객관적으로 그리는 게 기억에 두고두고 남았다.

이 책은 종이책을 소장하고 있지만 전자책을 결제해 읽었다. 서두에 언급한 이유 중 가장 마지막에 해당이 될 것이다. 소재를 떠나 의붓아저씨의 행태를 가만히 읽고 있으니 감정적으로 몰입되었다. 아마 종이책으로 읽었더라면 책을 어디로 던지는 행위로 이를 표출했을지도 모르겠다. 차분하고도 이성적인 문체와 다르게 감정은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문체가 감정의 결이 같다면 오히려 매력이 반감되지 않을까. 담담한 문체가 마음을 쓰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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