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시간 1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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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에 한 방 먹이면 끝이라는 사실. / p.11

이 책은 존 그리샴이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전에 <카미노 아일랜드>라는 작품으로 접한 적이 있다. 도박 관련 스릴러 작품으로 기억하는데 꽤 흥미로웠다. 도박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장르에 푹 빠져서 읽었다. 푸른색의 밝은 표지가 눈에 띄었다. 이번에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읽게 되었다. 스토리만 본다면 전작보다는 이번 작품이 오히려 취향에 맞을 듯하다.

소설의 주인공은 드루라는 인물이다. 어머니는 재혼해 스튜어트, 드루와 그의 여동생도 함께 산다. 스튜어트는 난폭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에게 욕설은 기본이며, 손찌검도 한다. 어느 날도 비슷했다. 술에 취해 들어와 어머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바닥에 쓰러져 숨을 쉬지 않는 듯하다. 드루는 동생과 숨어 있는데 어머니의 모습을 보자 몰래 뛰쳐나온다. 그리고 이 모습을 견디지 못한 드루는 스튜어트를 살해한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읽기 전에는 걱정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두께가 생각보다 있었는데 심지어 분권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걱정이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시작하고 나니 페이지는 너무나 쉽게 넘어갔다. 드루의 입장에서 몰입해 읽다 보니 500 페이지 정도의 분량에 세 시간 반이 걸렸다. 아마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거나 존 그리샴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더욱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사실 읽기가 조금 힘들었다. 술술 읽혀지는 것과 반대로 드루를 보니 안타까움을 넘어 피부에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촉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숨이 막히는 아버지의 학대를 버티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거기에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평판이 좋은 스튜어트이니 드루의 아픔은 그들에게 닿을 일이 없다. 그저 드루는 아버지를 살해한 나쁜 아들로만 남았다. 이 안타까움이 어떻게 변화가 될까. 2편이 어떻게 전개가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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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심리학 - 일 년, 열두 달 마음의 달력
신고은 지음 / 현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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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별을 준비하는 단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p.21

이 책은 신고은 작가님의 심리학 도서이다. 꽤 오랜 시간을 소설에만 푹 빠져서 살았다. 아마 올해에는 아예 소설만 읽은 달도 있는 것 같다. 지금도 추리 스릴러 장르가 끌리기는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선택한 도서이다. 비문학 장르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익숙한 게 사회학과 심리학인데 관심 있는 분야부터 하나씩 다시 리듬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열두 달에 챕터 하나씩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심리학을 전문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작가님의 에피소드에 툭 심리학 지식들이 등장하는 편이다. 너무나 익숙한 심리 용어가 있는 반면, 요즈음 심리학 쪽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용어까지 다양하게 실렸다. 또한, 달마다 감정을 테마로 잡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뽑아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술술 읽혀졌던 책이었다. 심리학 용어를 너무 전문적으로 다루었더라면 조금 벽이 느껴졌을 법도 한데 언급한 것처럼 너무나 쉽고 친절하게 다루었던 책이어서 크게 어렵지 않았다. 특히, 전기를 이용한 사회심리학 실험을 비롯해 대학교 전공을 배우던 시기에 사회심리학과 발달심리학 등을 배웠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오히려 더 익숙하게 와닿았다. 350 페이지가 조금 안 되는 책이었는데 완독까지 두 시간 반이 걸렸다.

개인적으로 <개구리화 현상>이 등장했던 3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지만 마음으로 공감이 되었던 게 바로 좋아했던 사람이 자신에게 고백하면 마음이 식는 것이었다. 과거 연애를 돌아보았을 때 스스로가 너무 이상하게 생각이 들 정도로 왜 그랬나 싶었다. 이게 바로 개구리화 현상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개구리 왕자라는 동화에서 시작된 용어라는데 몰랐던 사실이어서 흥미로웠다. 과거 내 행동이 정당화된 기분도 들었다.

또한, <블루먼데이>가 언급된 1월도 인상적이었다. 육체적으로는 수요일이 가장 힘든 날이지만 감정 상태로만 보면 월요일이 가장 우울했던 것 같기도 하다. 책에 따르면 토요일과 월요일이 가장 사망률이 높다고 한다. 토요일은 사고로 인해 높은 편이고, 월요일은 자살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일요일만 오후가 되면 초조해지는 게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쉽게 넘어갈 블루먼데이는 아닌 듯했다.

단순한 심리학 도서가 아니어서 좋았다. 읽는 내내 약간의 자기계발서의 느낌도 받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성공을 외치는 차가움보다는 매일 지치고 힘든 감정을 어루만지는 따뜻함이 와닿았던 책이었다. 매달 마지막에는 가장 키워드가 되는 심리학 용어와 작게 실천할 수 있는 세 가지의 팁도 실려 있었는데 그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단 한 가지의 아쉬움이라면 매달마다 이 책으로 시작하고 싶은데 이미 완독했기 때문에 나에게는 안 본 눈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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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두 죽어야 하는가
심너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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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요. / p.16

이 책은 심너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몇 년 전에 읽었던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와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라는 소설집은 아직도 머릿속에 강력하게 각인이 되어 있다. 특히, 얼마 전에 파주에 다녀오면서 동행인에게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라는 소설 작품을 소개해 줄 정도이다. 믿고 읽는 이야기꾼 중 한 분이기 때문에 신작도 기대가 되었다. 한동안 작가님의 작품을 읽지 않은 것도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서효원이라는 인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효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은밀한 제안을 하나 받는다. 블루워터 리서치에 언더커버로 들어가 잠입하라는 것이다. 블루워터 리서치는 제약사의 부정을 양지로 끌어서 돈을 버는 회사이다. 장관의 제안에 응한 효원은 블루워터 리서치의 사장인 이청수와 협업하는 척 장관이 요청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블루워터 리서치의 다음 목적지는 도르나이 바이오틱스이다. 다른 때보다 이청수는 이 회사의 부정을 찾고자 눈에 불을 켠다. 도르나이 바이오틱스는 홍해파리 유전자를 활용해 인간의 불로장생을 연구하고 있다. 도르나이 바이오틱스의 대표인 최민과 이청수의 관계, 최민과 보건복지부 장관의 관계 등 전반적인 사실 관계들이 드러나면서 효원은 혼란에 빠진다. 과연 블루워터 리서치는 도르나이 바이오틱스를 망하게 만들 수 있을까.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SF의 특성상 어려운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점을 그냥 넘기고 읽어도 이해의 흐름에는 크게 영향이 없었다. 물론, 과학적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더욱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3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었는데 대략 두 시간만에 완독이 가능했다. 그만큼 흥미로웠던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죽음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최민은 영생을 원했고, 이청수는 그 반대의 생각이었다. 또한, 효원은 코로나 19 시기에 어머니를 떠나보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서 죽음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사람이기도 하다. 처음에 죽음이 주제라고 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죽음의 권리에 대한 내용인 줄 알았다. 그런데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욕망처럼 보였다. 최민을 통해 더욱 그 지점이 강렬하게 와닿았다.

사실 이 작품을 읽고 나니 제목에 의문이 들었다. 왜 "모두"라고 표현했을까. 적어도 내 기준에서 죽음에 대한 욕망을 보이는 자는 최민과 서효원, 그리고 아직 밝히지 못한 인물. 이렇게 세 사람뿐이었다. 도르나이 바이오틱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언급되기는 하지만 다수가 죽음에 대한 생각을 가졌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죽음을 다루었던 다른 작품들과는 결이 조금 달라서 새롭게 느껴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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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
찰스 S. 코켈 지음, 이충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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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의 안내와 함께 이 모든 풍경을 둘러볼 여행에 여러분이 기꺼이 동참하길 기대한다. / p.14

어렸을 때부터 택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타고나기를 멀미가 심한 편인데 버스보다는 택시에서 더욱 크게 반응했다. 거기에 택시 기사님의 친절한 스몰토크는 오히려 부담이었다. 지금이라면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을 테지만 청소년기는 극강의 내향형 그 자체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역의 특성상 세대 간의 정치적인 시각 차이가 크지 않아서 불편한 정치 의견은 듣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 책은 찰스 S.코켈이라는 작가의 과학 도서이다. 제목부터 흥미로웠다. 택시에서 어떻게 우주 이야기가 시작될까.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택시를 탔지만 우주의 이응도 안 꺼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서양 작가이기 때문에 문화권이나 소재가 조금 다를 수 있으려나 싶었다. 제목만 보고 선택한 책이다. 표지는 예전에 읽었던 한국 작가님의 SF 소설이 떠올랐는데 그 그림도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호감도가 더 상승했다.

작가는 택시 기사님의 질문으로부터 책 집필을 결심한 듯하다. 우주에도 택시가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아니, 외계인 택시 기사도 있는지 묻는 것이었다. 이 질문이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책은 전반적으로 하나의 질문이 물꼬를 터서 이야기가 시작하는데 택시로 목적지로 향하는 중 택시 기사님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 천천히 과학 지식들이 등장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되게 어렵게 느껴진 책이었다. 우선, 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보통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내용에서 등장하는 전문적인 용어들이 너무 낯설게 다가왔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지구과학과 화학, 물리 지식들을 야금야금 머릿속에서 꺼내 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벅찼던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300 페이지가 조금 넘는데 시간을 재지 못할 정도로 꽤 오래 걸렸다. 내용 자체는 너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스토리 텔링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택시 기사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어 챕터가 연결된다. 그래서 친근하게 와닿았고, 질문에 집중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기꺼이 몰입할 수 있었다. 물론, 중반에 이르러 과학적 지식이 등장하면 머리로 지식을 입력하면서 읽기는 했지만 호기심을 느끼게 만드는 도입부가 너무 좋았다.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별 다섯 개를 주었을 것이다.

극강의 현실주의자인 나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소설처럼 느껴졌다. 살아가면서 택시 기사님께 우주에 대한 질문을 받을 일도, 외계인을 이해할 수 있는지 고민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그래서 작가가 택시 기사였고, 독자인 내가 그 안의 택시 손님인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활자로 적힌 책이지만 '손님, 외계인을 이해하기 이전에 우주의 구성 요소는요.'라며 이야기의 물꼬를 트는 가상의 작가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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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킹 라오
바우히니 바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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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잃은 느낌을 나타내는 단어가 있다. / p.482

요즈음 AI와 인공지능에 대한 시각이 직종마다 다르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보통 비슷한 직종의 지인들은 오히려 편해졌다고 말했다. 프로포절을 작성할 때 외부 데이터 해석이나 문장을 수정할 때 많이 이용했고, 거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반면, 디자인이나 다른 직종의 지인들은 직업이 사라질 걱정부터 한다.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 이것 또한 AI가 해 줄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누가 봐도 지극히 전자의 입장이었다.

이 책은 바우히니 바라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표지에서부터 주는 압도적인 느낌이 있었다. 멀리에서 보면 스티븐 잡스가 보이기도 했다. 뭔가 유명한 IT 기업의 CEO의 사진 같아서 선택했다.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고 하면 더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사실 IT 책은 아예 문외한이어서 평소의 취향이라면 그냥 지나칠 책이었다. 그러나 소설이라는 점도 선택의 한몫했다.

소설에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라오와 아테나이다. 라오는 불가촉 천민이지만 조부께서 가진 막대한 부의 영향을 받았다.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IT 기업 코코넛을 세웠고, 코코넛의 주도 하에 '주주정부'를 통제하는 인물이 된다. 아테나는 라오의 딸이다. 소설은 라오와 아테나의 시점으로 교차되어 전개되며, 라오의 일대기가 마치 자서전처럼 전개된다.

생각보다 어렵게 읽은 작품이다. 우선, 언급했던 것처럼 인물의 시각이 바뀐다. 몰입해 읽다가 다른 인물의 눈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니 혼란스러웠다. 거기에 IT가 소설의 소재로 등장하는 만큼 낯설게 다가왔다. 인도의 신분 제도나 문화적인 내용도 생소했다. 이 지점들을 극복하고 나니 그래도 속도가 붙었다. 5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었는데 오전 시간을 꼬박 투자해서 완독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뭔가 표현하기 힘든 미묘함이 들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조지 오웰의 <1984>처럼 과거에서 미래로 보내는 하나의 메시지처럼 와닿았다. 누가 봐도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는데 미래에서 겪게 될 현실처럼 보이는 느낌. 멀리에서 보면 라오 개인의 흥망성쇠를 그린 자서전처럼 보이는데 이게 단순하게 와닿지는 않았다. 무분별적으로 AI를 호의적으로 보는 미래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듯했다.

사실 그렇게 비현실적인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당장 뉴스만 보더라도 AI나 인공지능을 다루는 기업의 수장들이 이런저런 소리를 늘어놓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정치적인 욕심이 아닌 세계를 품겠다는 야망들을 그 모니터 너머 눈빛에서 종종 느낄 때가 있었는데 그 느낌이 활자로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내용 그 자체보다는 거기에서 주는 메시지가 너무 소름이 돋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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