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킹 라오
바우히니 바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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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잃은 느낌을 나타내는 단어가 있다. / p.482

요즈음 AI와 인공지능에 대한 시각이 직종마다 다르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보통 비슷한 직종의 지인들은 오히려 편해졌다고 말했다. 프로포절을 작성할 때 외부 데이터 해석이나 문장을 수정할 때 많이 이용했고, 거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반면, 디자인이나 다른 직종의 지인들은 직업이 사라질 걱정부터 한다.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 이것 또한 AI가 해 줄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누가 봐도 지극히 전자의 입장이었다.

이 책은 바우히니 바라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표지에서부터 주는 압도적인 느낌이 있었다. 멀리에서 보면 스티븐 잡스가 보이기도 했다. 뭔가 유명한 IT 기업의 CEO의 사진 같아서 선택했다.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고 하면 더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사실 IT 책은 아예 문외한이어서 평소의 취향이라면 그냥 지나칠 책이었다. 그러나 소설이라는 점도 선택의 한몫했다.

소설에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라오와 아테나이다. 라오는 불가촉 천민이지만 조부께서 가진 막대한 부의 영향을 받았다.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IT 기업 코코넛을 세웠고, 코코넛의 주도 하에 '주주정부'를 통제하는 인물이 된다. 아테나는 라오의 딸이다. 소설은 라오와 아테나의 시점으로 교차되어 전개되며, 라오의 일대기가 마치 자서전처럼 전개된다.

생각보다 어렵게 읽은 작품이다. 우선, 언급했던 것처럼 인물의 시각이 바뀐다. 몰입해 읽다가 다른 인물의 눈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니 혼란스러웠다. 거기에 IT가 소설의 소재로 등장하는 만큼 낯설게 다가왔다. 인도의 신분 제도나 문화적인 내용도 생소했다. 이 지점들을 극복하고 나니 그래도 속도가 붙었다. 5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었는데 오전 시간을 꼬박 투자해서 완독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뭔가 표현하기 힘든 미묘함이 들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조지 오웰의 <1984>처럼 과거에서 미래로 보내는 하나의 메시지처럼 와닿았다. 누가 봐도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는데 미래에서 겪게 될 현실처럼 보이는 느낌. 멀리에서 보면 라오 개인의 흥망성쇠를 그린 자서전처럼 보이는데 이게 단순하게 와닿지는 않았다. 무분별적으로 AI를 호의적으로 보는 미래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듯했다.

사실 그렇게 비현실적인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당장 뉴스만 보더라도 AI나 인공지능을 다루는 기업의 수장들이 이런저런 소리를 늘어놓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정치적인 욕심이 아닌 세계를 품겠다는 야망들을 그 모니터 너머 눈빛에서 종종 느낄 때가 있었는데 그 느낌이 활자로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내용 그 자체보다는 거기에서 주는 메시지가 너무 소름이 돋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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