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램프 - 2025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바누 무슈타크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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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거꾸로 뒤집어 엉망으로 만든다. / p.220

이 책은 바누 무슈타크라는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띠지의 문구가 눈길이 가서 선택한 책이다. 아무래도 여성으로서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소외나 차별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공감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거기에 한강 작가님의 영향으로 부커상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전에 최종 후보에 올랐던 박상영 작가님의 작품들이 그래도 나름 취향에 맞았던 터라 기대감이 컸다.

소설집에는 총 열두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인도 국적의 작가님이어서 소설에 등장하는 화자들이 전부 인도 사람이었고, 배경 자체도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도의 여성으로서 받고 있는 차별들이 주로 소재로 등장했고, 문화적인 배경이 많이 깔린 편이다. 결혼을 앞두고 가족과 갈등이 벌어지거나 결혼 이후 화자를 배척하는 친정들의 이야기들이 인상적으로 남는 작품들이었다.

어렵게 느껴진 작품이었다. 언급한 것처럼 인도의 문화가 짙게 깔린 스토리여서 전체적으로 낯설게 다가왔다. 특히, 인도의 종교와 맞물려 이를 이해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힌두교나 이슬람교는 한국에서 주류 종교가 아니어서 용어들을 검색의 도움을 받아 읽었고, 여성 차별에 대한 내용 역시도 한국보다는 더 보수적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완독까지 대략 네 시간 정도가 소요된 듯하다.

개인적으로 표제작인 <하트 램프>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메룬이라는 이름의 여성이다. 친정에서 배척을 받고 있는 듯하다. 남편없이 친정을 찾았다는 이유인데 남편은 메룬을 두고 간호사와 외도 중이었다. 어머니는 메룬에게 참으라고 했고, 다른 가족들은 망신시키지 말라고 했다. 메룬은 가족들의 반응에 견디다 못해 성냥을 들고 위험한 선택을 하려고 한다.

다른 작품들도 핍박받는 여성들의 삶을 대변하지만 유독 강하게 다가왔다. 특히, 남편이 이혼이라는 뜻의 '탈라크'를 세 번 외치면 그게 성립이 된다는 사실을 이용하는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그것을 심지어 딸을 시켜 어머니인 메룬에게 전하라는 내용인데 읽는 내내 화가 치밀어 올랐던 부분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륜 자체가 인간의 신뢰를 저버린다는 측면에서 그마저도 자유가 없다는 게 답답했다.

분명히 어려웠지만 인식을 깨트릴 수 있는 소설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사실 소설들의 온전한 의도나 의미를 이해했다고 하기에는 자신이 없다. 느끼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게감을 가진 작품이었다. 이렇게 얄팍한 이해도를 가진 독자인 것이 스스로 죄책감이 들 정도이다. 주변에 책을 깊이 읽을 줄 아는 지인들과 이 문제를 많이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았지만 그만큼 도전이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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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 개정판 모든 요일
김민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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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전에 작가님의 에세이 <내 일을 건너가는 법>을 읽었다. 그때 일에 대한 인사이트와 방향을 접하게 되었고,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이번에 개정된 <모든 요일의 기록>과 <모든 요일의 여행>이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그동안 접하지 못했는데 작가님의 이야기로 어떤 인사이트를 얻게 될까.



금요일에 즐겨 시청하던 북 크리에이터 님의 리드윗미 영상을 배경 삼아 한가로운 토요일 오전 작가님의 개정판 에세이 중 하나인 <모든 요일의 기록>을 읽어 보았다. 그동안 요일에 대한 감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작가님의 요일에는 어떤 기록이 담겨 있을까. 결론적으로 소감만 간단히 언급하자면 평화로운 토요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에세이를 읽은 듯했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두 가지 에피소드이다. 첫 번째는 신혼여행 중 발생한 일에 대한 이야기. 신혼여행을 계획해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지만 티켓의 잘못된 점을 인지하지 못한 버스 기사님과 이를 알지 못했던 작가님께서는 목적지로 향하는 비행기를 그만 놓치고 말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삐그덕거린 이 상황에서 떠오른 문장. 대학교 시절 때 배웠던 그리스 관련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이었다. 걱정을 달고 사는 나에게도 공감이 되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야구를 모르는 카피라이터의 야구 관련 이야기. 야구 구단과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나눈 대화가 너무 취향 저격이었다. 정근우 선수의 응원가인데 정작 작가님께서는 야구에서 홈런밖에 모르시는 분이었던 것이다. 야구 룰 중 하나인 도루를 설명하는 과정이 웃겼던 것이다. 도루는 베이스를 훔치는 것을 뜻하는데 훔치는 게 나쁜 것이지 않냐고 되묻는 내용이었다. 십 년이 넘게 야구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내내 생각이 나서 웃었다.



오독에 대한 내용도 참 인상 깊었다. 예전에 황석희 번역가 님의 에세이 <오역하는 말들>에서 잠시 오역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는데 독서에서도 그 부분은 어느 정도 통한다고 생각한다. 독서하는 사람으로서 작가의 의도나 스토리를 해석하기 위해 신경을 쓰는 편이지만 작가님의 생각을 접하고 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오독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



읽는 내내 이렇게 인덱스를 붙이게 되는 부분이 많았던 에세이였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 사소하게 여길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상하게 많은 공감이 되었다. 커리어를 위해 노력하셨던 작가님께서도 퇴사를 생각한 적이 있으시고, 당황스러운 인문학적 지시에도 업무를 추진해 오셨다. 일상에 대한 작가님의 이야기들이 참 흥미롭게 다가왔다. 아마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사진마저도 참 매력적이었다. 특히, '찍다: 눈의 기록'의 사진들은 감탄하면서 읽게 되었다. 자주 언급하는 편은 아니지만 필름 카메라를 찍는 게 하나의 취미인 사람으로서 공통관심사가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벽 사진도 참 예술적으로 와닿았고, 누군가에게는 일상이 되었을 풍경들도 좋았다. 조만간 <모든 요일의 여행>을 구매해 읽을 예정이다. 그곳에서는 어떤 작가님의 소소한 여행기를 경험할 수 있을까. 1월의 마지막 날에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게 된 것이 너무나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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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문법
박민혁 지음 / 에피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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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에게 소중한 기억은 무엇일까. / p.9

남들은 학창시절에 사랑했던 선생님이 있다고 하던데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그런 기억이 없다. 원래 눈이 높은 것인지, 아니면 이성에 관심이 없었던 시기를 지난 것인지 몰랐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이상형이 어느 정도 정립이 되고 나니 그 이유를 알았다. 가장 큰 기준이 나이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이를 유독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학창시절에 만났던 선생님들은 대부분 나이 차이가 많이 났다. 그냥 선생님이었을 뿐이었다.

이 책은 박민혁 작가님의 에세이다. 결혼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어서 모르고 있었는데 우연히 보게 된 책 소개 영상으로 접했다. 뭔가 흥미로운 사랑 이야기처럼 들려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선생님과 제자의 사랑 이야기. 인간극장 다큐멘터리에도 나왔던 것으로 얼핏 기억이 나서 선택하게 되었다. 재미보다는 어쩌다 보니 이끌려서 페이지를 넘겼다.

작가님께서는 고등학교 3 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짝사랑했다. 선생님과 여덟 살 차이가 났는데 당시에는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스무 살이 되어 독일로 이민을 떠나셨다. 그리고 일 년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담임 선생님께 사랑을 고백한다. 세상의 편견과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한 작가님의 아내분께서는 밀어냈지만 결국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다. 현재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작가님의 기억을 다룬 이야기이다.

술술 읽혀졌던 책이었다. 에세이의 특성도 있겠지만 누구나 마음에 담고 있던 사랑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그런 경험조차도 없었지만 충분히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책을 읽기 전 인간극장에 나온 작가님의 이야기를 정주행했다. 시청한 이후 책을 접하고 나니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200 페이지 내외의 작품이었는데 한 시간 반 정도 소요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충만한 사랑이 인상적이었다. 다큐멘터리는 작가님의 사랑 이야기 위주로 드러났는데 아버지와 많이 여행을 떠나게 된 것, 교수셨던 어머니와의 일화,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일상 등 에세이는 작가님의 일생에서 겪었던 일화가 많이 등장했다. 전자는 이성 간의 애정이었다면 후자는 가족에 대한 애정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더욱 모든 이야기들이 사랑의 집합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난 이후에 어머니께 "내가 여덟 살 연하의 이성과 결혼하겠다면 어떨 것 같아?"라는 질문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작가님의 어머니처럼 개인의 선택에 맡겼을까, 아니면 격렬하게 반대했을까. 믿음과 사랑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러면서 이런 사랑을 해 보고 싶다는 소망도 생겼다. 결혼 장려 에세이라는 느낌은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생각을 바꾸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뚝심이 굳건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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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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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바꿀 수 있었던 이들의 이야기. 어느 정도는 현실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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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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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하빌리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 시기에 가나는 몇 번이고 '운명의 사람'이라는 말이 머릿속을 스치곤 했다. / p.18

인생에 많은 선택의 순간들이 있다. 오죽하면 인생은 B(Birth)+C(choice)=D(Death)라는 말이 있을까. 그런데 선택을 참 싫어하는 편이다. 점심 메뉴를 묻는 상사의 질문에 이것조차도 답답함을 느끼고, 책을 결제하는 순간에도 읽을 수 있을지 온갖 고민을 하게 된다. 세상이 정해진 것으로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적어도 결정이 어려운 나에게는 그것 또한 재미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히라노 게이치로라는 일본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사실 작가는 처음 접한다. 번역가 선생님을 보고 선택한 책이었다. 그동안 일본 소설을 참 많이 읽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 <졸업> 등의 많은 작품들과 인상 깊었던 츠지 히토나리의 <한밤 중의 아이>에 이르기까지 일본 작품의 절반은 읽었던 것 같다. 흥미로운 소재와 평균 이상의 만족도를 가졌기 때문에 고민도 없이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집에는 총 다섯 편의 작품이 실렸다. 모두 언급한 것처럼 선택을 주제로 하고 있다. 어느 한 순간의 선택으로 주인공은 삶을 살아가기도, 또는 고통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선택들이 전반적으로 일생을 다루는 큰 선택은 아니었다. 어쩌면 두고두고 생각할 정도의 선택이었는데 과연 작품에 드러난 주인공들은 어떤 선택을 했으며, 그 결과로 삶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지만 편차가 크게 다가왔다. 일상적으로 공감이 크게 다가왔던 작품도 있었지만 일부 작품들은 애매하게 SF 소재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머릿속으로 그리기 어려웠다. 심지어, 읽고 난 이후에 왜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건지 주인공의 생각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줄거리 자체는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가벼운 작품이었다. 완독까지 두 시간 반이 소요되었다.

개인적으로 <후지산>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화자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작가인 한 남자를 만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여서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남자와 결혼할 생각까지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남자와 여행을 떠나기로 했는데 기차 여행 도중 지나가는 한 아이의 시그널을 보고 돕고자 하차한다. 반면, 화자의 도움에 이를 거절했고,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된다. 시간이 흘러 화자는 남자의 소식을 뉴스로부터 접한다.

사실 크게 눈에 띄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 평범하게 다가왔는데 결말을 읽는 순간 머릿속에 '선의'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화자의 행동도 맞고, 결말에 닿은 남자의 행동 또한 화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그 순간에 아이의 시그널을 읽고 내린 화자와 다르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남자의 선택이 그 상황에 이른 것이다. 어쩌면 같은 상황에서 왜 선택이 다른 것일까. 곱씹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불호에 가까웠던 작품 역시도 뇌리에는 크게 박힐 듯하다. 소재 자체는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충분히 이해가 되는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언급한 것처럼 '왜 굳이 저런 생각을 해?'라는 반문이 터지기는 했다. 일상적이지만 이러한 소재나 내용 하나하나가 흥미롭게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선택에 대한 무거움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여전히 선택은 어렵다. 아니,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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