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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문법
박민혁 지음 / 에피케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에게 소중한 기억은 무엇일까. / p.9
남들은 학창시절에 사랑했던 선생님이 있다고 하던데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그런 기억이 없다. 원래 눈이 높은 것인지, 아니면 이성에 관심이 없었던 시기를 지난 것인지 몰랐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이상형이 어느 정도 정립이 되고 나니 그 이유를 알았다. 가장 큰 기준이 나이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이를 유독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학창시절에 만났던 선생님들은 대부분 나이 차이가 많이 났다. 그냥 선생님이었을 뿐이었다.
이 책은 박민혁 작가님의 에세이다. 결혼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어서 모르고 있었는데 우연히 보게 된 책 소개 영상으로 접했다. 뭔가 흥미로운 사랑 이야기처럼 들려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선생님과 제자의 사랑 이야기. 인간극장 다큐멘터리에도 나왔던 것으로 얼핏 기억이 나서 선택하게 되었다. 재미보다는 어쩌다 보니 이끌려서 페이지를 넘겼다.
작가님께서는 고등학교 3 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짝사랑했다. 선생님과 여덟 살 차이가 났는데 당시에는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스무 살이 되어 독일로 이민을 떠나셨다. 그리고 일 년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담임 선생님께 사랑을 고백한다. 세상의 편견과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한 작가님의 아내분께서는 밀어냈지만 결국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다. 현재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작가님의 기억을 다룬 이야기이다.
술술 읽혀졌던 책이었다. 에세이의 특성도 있겠지만 누구나 마음에 담고 있던 사랑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그런 경험조차도 없었지만 충분히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책을 읽기 전 인간극장에 나온 작가님의 이야기를 정주행했다. 시청한 이후 책을 접하고 나니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200 페이지 내외의 작품이었는데 한 시간 반 정도 소요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충만한 사랑이 인상적이었다. 다큐멘터리는 작가님의 사랑 이야기 위주로 드러났는데 아버지와 많이 여행을 떠나게 된 것, 교수셨던 어머니와의 일화,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일상 등 에세이는 작가님의 일생에서 겪었던 일화가 많이 등장했다. 전자는 이성 간의 애정이었다면 후자는 가족에 대한 애정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더욱 모든 이야기들이 사랑의 집합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난 이후에 어머니께 "내가 여덟 살 연하의 이성과 결혼하겠다면 어떨 것 같아?"라는 질문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작가님의 어머니처럼 개인의 선택에 맡겼을까, 아니면 격렬하게 반대했을까. 믿음과 사랑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러면서 이런 사랑을 해 보고 싶다는 소망도 생겼다. 결혼 장려 에세이라는 느낌은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생각을 바꾸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뚝심이 굳건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