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연간의 격정 1
김혜량 지음 / 북레시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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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허무한 게 인연이라니. / p.221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인기 있던 장르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선호도를 보자면 궁궐 로맨스 장르는 바닥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서진 배우의 명대사로 인기가 많았던 다모부터 시작해 송중기 신드롬을 일으켰던 성균관 스캔들, 박보검 배우의 구르미 그린 달빛, 박은빈 배우의 연모까지 드라마 이름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줄거리를 말하라고 한다면 지퍼를 채운 것처럼 입을 꾹 다물게 된다. 하나도 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사극이라는 분야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장벽인 것 같기도 하다. 어디에서 보았던 것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사극에서 역사를 왜곡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모든 사극이 다 그렇다는 점은 아니지만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가 뇌리에 박혔다. 부끄럽지만 이 또한 편견으로 나도 모르게 사극을 거리를 두게 되었다. 

이 책은 김혜량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사극과 궁궐 로맨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눈에 띄게 된 이유는 아직까지도 의문이다.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라는 소설이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 같다. 드라마는 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소설은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십여 년도 전에 읽었던 소설의 재미를 느끼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소설에는 유가경이라는 태학생과 조융이라는 황제가 등장한다. 유가경의 친구가 감옥에 갇히게 되면서 이를 구하고자 유가경은 수소문을 해 추신의 소개로 황제를 만난다. 황제는 이미 유가경을 알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지아비를 하라는 황당한 제안을 듣는다. 알고 보니 유가경을 만나기 위해 황제가 꾸민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유가경은 황제의 동성 연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소설에서는 조융과 유가경의 파란만장한 사랑과 추신을 비롯한 궁중 사람들의 정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과거 읽었던 소설의 분위기를 예상하면서 읽게 되었지만 생각보다 어려우면서도 묘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다. 특히, 등장 인물들의 심리와 생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몇 번을 다시 읽다 보니 완독까지 시간이 더디게 걸렸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소설 인물들 중에서 가장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유가경의 아버지인 유렴이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보내는 부성애와 마지막에 이르러 비통한 심정으로 이성의 끈을 놓았다가 사회적 지위로 다시 냉정을 되찾는 모습은 참 슬프게 느껴졌다. 사실 유렴이라는 인물 자체가 등장하는 비율이 적기 때문에 중반에 이르기까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은 없었던 것 같다.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다투는 게 연애라고 하지만 조융과 유가경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연애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급제를 위해 공부하라고 하더니 갑자기 우가경이 가지고 있는 책을 빼면서 다투는 모습이나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 갑자기 죽으라는 막말을 던지는 싸움 등 전체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심리 상태로 내 머릿속은 물음표를 그리고 있었다. 

그러다 중반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조융과 유가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읽게 되었다.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사람의 인연이자 연애일 텐데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싸울 수도 있겠지 싶었다. 물론, 궁중의 로맨스이기 때문에 이들의 스케일은 크다. 마치 지금으로 말하면 재벌의 연애를 보는 듯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것은 가난한 이부터 부자인 사람들까지 마음과 감정은 비슷하면서도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누구보다 이들이 평범한 커플들처럼 인식이 되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추신이라는 인물을 내내 의심했었다. 조융의 자리를 넘보는 욕망을 가진 인물로 말이다. 소설에서 조융의 약점은 동성의 연인 유가경이다. 아마 내용으로 보았을 때에는 황후를 비롯한 궁궐 사람은 모르는 듯했는데 이를 유일하게 아는 인물이 추신이었다. 유가경과 조융을 이어주는 당사자이기도 했는데 어쩌면 이를 빌미로 자신의 권력을 세우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착각이었다. 소설에서는 추신보다 더 욕망이 가득한 대신들이 많았으며, 이들이 싸우는 모습은 마치 사극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추악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구보다 충신이라고 보이는 인물이었다.

궁궐 퀴어 로맨스라는 장르에 맞게 유가경과 조융의 욕망과 사랑이 잘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조융은 유가경을 만나면서 이름을 바꾸었다. 또한, 누구보다 애틋한 사랑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유가경 역시도 특유의 천진난만함을 보이면서 조융을 누구보다 사랑했다. 마치 세상에는 두 사람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조융이 유가경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마음이 아프면서도 아름답게 와닿았는데 중간마다 마음을 녹이는 문장들이 더욱 기억에 남았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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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요코제키 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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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범죄인가, 또는 비열한 범죄인가. 개인과 사회에서 충분히 논제가 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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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버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음,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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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버의 이야기에서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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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버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음,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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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그는 거머리처럼 달라붙었다. / p.44

학교를 다녔을 때에는 당연하게 느끼던 것이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 조금은 이상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학교의 교무실을 학생들이 정리한다는 사실이었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고 말하면서 왜 선생님들의 공간을 학생들이 치워야 하는지 말이다. 당시에는 선생님의 말은 곧 법이었기에 당번이 되면 자연스럽게 컵을 설거지한다거나 바닥을 닦았지만 지금의 나라면 작게 의문을 가졌을 듯하다. 그렇다고 교사라는 직업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의 장편 소설이다. 뭔가 출판사 소개와 줄거리가 요즈음 맞닿아 있는 의문을 속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이야기처럼 보여서 관심을 가지게 된 책이다. 당시의 교육 체제에 반기를 드는 학생이 뭔가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내용에 금서로 지정이 되었다고 하니 너무 궁금했다. 원래 금서나 하지 말라는 것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 않은가.

소설의 주인공은 게르버라는 인물이다. 8학년에 재학 중으로 졸업 시험을 앞두고 있다. 낙제가 될 시에는 졸업 시험을 보지도 못하는데 게르버는 약간 선생님들에게 미움을 받는 학생인 듯하다. 특히, 반의 담임 선생님인 쿠퍼는 게르버의 부모님께 엄포를 놓는 등 게르버를 괴롭힌다. 게르버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거나 가정 학습을 받자는 아버지의 설득에도 끝까지 학교에 남아 졸업 시험을 보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학교 체제에 불만과 게르버의 순수한 사랑, 졸업 시험에 대한 압박감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게르버가 참 반항적인 인물일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다. 흔히 말하는 문제아 계열에 들어가서 선생님의 눈밖에 난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지만 읽는 내내 의문이 들었다. 적당히 학교에서 일탈을 한다거나 학교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청소년처럼 말이다. 아마 대한민국에서도 게르버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청소년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게르버는 평범한 인물이었다.

반면 선생님인 쿠퍼에 대해 불만을 가지면서 읽게 되었는데 어떻게 보면 괴짜라는 선에서 이해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나의 기준만 보자면 선생님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학생을 괴롭히는 악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낙제를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낙제를 외친다거나 갑자기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을 자신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해 수업 시간이 끝날 때까지 관련 질문을 하는 등 도저히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 선생님이라면 인권위에 신고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게르버의 사랑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성관계 등의 육체적인 사랑에 대해 논할 때 게르버는 성애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 리자와 육체적인 사랑에 거리를 두고자 노력한다. 여러 남자와 관계를 맺는 리자의 모습을 보고도 편에 서서 순애보적인 사랑을 보인다는 게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한 마음이 참 기억에 남았다.

아무래도 오스트리아라는 나라의 특성상 교육 체제가 조금 어려웠고, 철학과 종교적인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편이어서 쉽게 읽혀진 것은 아니었다. 특히, 대한민국의 수학능력시험은 성적이 아닌 접수로 치룰 수 있으며, 지필 고사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오스트리아는 낙제일 경우에 볼 기회가 박탈되거나 구술 고사로 이루어지는 게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읽는 내내 이러한 부분은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졌지만 게르버에게 감정이입이 되다 보니 책장을 넘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마지막 내용이 씁쓸한 맛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또한, 이게 비단 오스트리아라는 공간적 배경을 떠나 대한민국의 학생들에게도 해당이 될 듯했다. 공부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나 역시도 그랬고, 지금 수험생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에 게르버의 고민과 중간중간 내용을 형광펜 인덱스로 표시할 정도로 마음에 남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현실적인 결말로 느껴졌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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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도시 탐구 - 우리나라 도시에 숨겨진 과학 이야기
곽재식 지음 / 아라크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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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 오래전에 방랑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 p. 4

이 책은 곽재식 작가님의 인문학 도서이다. 곽재식 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은 터라 이제는 믿고 볼 정도가 되었다. 불과 한 달 전 정도 전에는 소설을 읽었는데 이번에는 인문학 책이다. 소설도 참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서 아직까지도 인상적이었는데 이렇게 신간으로 인문학 도서를 만나 반가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대한민국 도시 열 곳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과학 이야기뿐만 아니라 역사, 사회에 대한 내용까지 담겼다. 더불어, 저자 특유의 유머와 도시에 대한 추억은 덤이다. 읽는 내내 웃으면서 읽기도 했었고, 얼핏 알고 있었던 정보, 아예 몰랐던 내용 등 도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참 흥미로웠다. 그렇게 얇은 두께는 아니었지만 후루룩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었다.

외가 근처의 지역이어서 나름 자주 방문했던 곳이어서 익숙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속초 이야기가 참 인상 깊었다. 설악산의 울산 바위를 듣기는 했지만 속초에 울산이라는 지명을 가진 바위가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울산에 있는 바위가 금강산을 가려다 설악산에 정착해서 그렇게 붙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또한, 명태의 다양한 이름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백태, 깡태 등의 새로운 이름은 흥미로웠다. 마지막에 명태의 습성과 관련해 잠수를 타는 사람들에게 명태라는 이름을 붙여 주자는 저자의 유머 코드와 상상력은 너무 잘 맞았다.

그밖에도 대전이 화학의 도시가 된 이유, 부산이 고무신 제조업으로 유명했던 사실도 흥미로웠다. 저자의 말에도 나오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열 곳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특히, 광역시는 대전, 울산, 부산 이렇게 세 군데만 다루었다. 살고 있는 지역을 포함해 서울이나 대구 등의 다른 도시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했던 터라 이 부분은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어차피 대한민국의 도시는 많을 테니 시리즈로 나온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학자이기 때문에 직장을 다녔을 때와 학술대회 등 다양한 일로 지역을 방문했던 일화들을 보면서 열 곳을 책으로 여행하는 느낌도 들었고,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지역이었던 청주와 울산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청주에서는 메타세콰이어 길이, 울산에서는 학성이라는 유래를 보면서 관심이 생겼고 시간이 된다면 꼭 여행으로 방문하고 싶다. 

곽재식 작가님의 이야기는 늘 옆에서 듣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번 책도 마찬가지였다. 도시에 대한 다양한 썰을 듣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여행을 다닐 일이 많지 않았는데 덕분에 독서 여행을 떠난 것 같아 만족스러웠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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