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르버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음,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0월
평점 :


거기에 그는 거머리처럼 달라붙었다. / p.44
학교를 다녔을 때에는 당연하게 느끼던 것이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 조금은 이상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학교의 교무실을 학생들이 정리한다는 사실이었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고 말하면서 왜 선생님들의 공간을 학생들이 치워야 하는지 말이다. 당시에는 선생님의 말은 곧 법이었기에 당번이 되면 자연스럽게 컵을 설거지한다거나 바닥을 닦았지만 지금의 나라면 작게 의문을 가졌을 듯하다. 그렇다고 교사라는 직업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의 장편 소설이다. 뭔가 출판사 소개와 줄거리가 요즈음 맞닿아 있는 의문을 속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이야기처럼 보여서 관심을 가지게 된 책이다. 당시의 교육 체제에 반기를 드는 학생이 뭔가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내용에 금서로 지정이 되었다고 하니 너무 궁금했다. 원래 금서나 하지 말라는 것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 않은가.
소설의 주인공은 게르버라는 인물이다. 8학년에 재학 중으로 졸업 시험을 앞두고 있다. 낙제가 될 시에는 졸업 시험을 보지도 못하는데 게르버는 약간 선생님들에게 미움을 받는 학생인 듯하다. 특히, 반의 담임 선생님인 쿠퍼는 게르버의 부모님께 엄포를 놓는 등 게르버를 괴롭힌다. 게르버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거나 가정 학습을 받자는 아버지의 설득에도 끝까지 학교에 남아 졸업 시험을 보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학교 체제에 불만과 게르버의 순수한 사랑, 졸업 시험에 대한 압박감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게르버가 참 반항적인 인물일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다. 흔히 말하는 문제아 계열에 들어가서 선생님의 눈밖에 난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지만 읽는 내내 의문이 들었다. 적당히 학교에서 일탈을 한다거나 학교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청소년처럼 말이다. 아마 대한민국에서도 게르버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청소년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게르버는 평범한 인물이었다.
반면 선생님인 쿠퍼에 대해 불만을 가지면서 읽게 되었는데 어떻게 보면 괴짜라는 선에서 이해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나의 기준만 보자면 선생님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학생을 괴롭히는 악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낙제를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낙제를 외친다거나 갑자기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을 자신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해 수업 시간이 끝날 때까지 관련 질문을 하는 등 도저히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 선생님이라면 인권위에 신고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게르버의 사랑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성관계 등의 육체적인 사랑에 대해 논할 때 게르버는 성애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 리자와 육체적인 사랑에 거리를 두고자 노력한다. 여러 남자와 관계를 맺는 리자의 모습을 보고도 편에 서서 순애보적인 사랑을 보인다는 게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한 마음이 참 기억에 남았다.
아무래도 오스트리아라는 나라의 특성상 교육 체제가 조금 어려웠고, 철학과 종교적인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편이어서 쉽게 읽혀진 것은 아니었다. 특히, 대한민국의 수학능력시험은 성적이 아닌 접수로 치룰 수 있으며, 지필 고사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오스트리아는 낙제일 경우에 볼 기회가 박탈되거나 구술 고사로 이루어지는 게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읽는 내내 이러한 부분은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졌지만 게르버에게 감정이입이 되다 보니 책장을 넘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마지막 내용이 씁쓸한 맛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또한, 이게 비단 오스트리아라는 공간적 배경을 떠나 대한민국의 학생들에게도 해당이 될 듯했다. 공부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나 역시도 그랬고, 지금 수험생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에 게르버의 고민과 중간중간 내용을 형광펜 인덱스로 표시할 정도로 마음에 남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현실적인 결말로 느껴졌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