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의 무덤이 장차 내가 누구를 죽일 것인가에 관한 글이라면, [라스트 코요테]는 누가 나를 죽이러 올 것인가에 관한 글이잖아. 앞의 질문이 미래를 향해 있다면, 뒤의 질문은 과거를 보고 있지. 고향에서 조용히 낚시하며 은퇴 생활을 즐기는 전직 형사 매키트릭은 망망대해를 보며 끝없이 자문했어. 누가 나를 죽이러 올 것인가. 그건 죄를 묻는 질문이지. 내가 누구 손에 죽을지 상상하는 건, 내가 누구에게 죄를 지었는지 돌아보는 것과 다르지 않아." 사장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상상해본 적 없어? 일요일 밤에 재활용쓰레기를 잘 분류해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뒤도는데 앞에 그 사람이 있는 상상. 보는 순간 아, 왔구나, 묘한 안도감이 드는 그래, 다른 사람이 아니라 네가 나를 죽인다면 나도 인정, 쌉인정, 하며 편해지는 마음." - P209
그래, 네가 나를 죽이면 나도 인정, 쌉인정.....… "자긴 자긴 누구야?" 사장이 웃는 얼굴로 나를 보며 물었다.
일요일 저녁, 나는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한다. 페트병을 밟자 ‘직‘ 소리가 난다. 인간이란 참 이상도 하지. 왜 내가 내는 ‘콰직‘ 소리는 상쾌한데 남이 내는 ‘콰직‘ 소리는 짜증날까? 어이없어 하면서도 손발은 부지런히 캔은 여기, 종이는 저기. 분리수거를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케아 가방을 메고 돌아서는데 그가 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내 과거, 내 잘못, 내 인생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망치를 들고. - P211
샌드위치는 바다에 던져졌다. 남편은 아내의 샌드위치를 배 밖으로 던지며 말한다. 누구든 저 샌드위치처럼 바다에 던져버릴 생각이었다고. 나는 그런 구절을 읽을 때, 샌드위치가 된다. 보이와 사장은 참회하고, 보슈와 매키트릭은 추리하는데, 나는 샌드위치가 된다. 구남 O는 선언하고, 사장은 전두환을 발견하는데, 나는 샌드위치가 된다. - P212
하드보일드 레이디가 뛰기 시작한다. 거대한 샌드위치가 그녀를 쫓고 있다. 바다 이끼에 뒤덮인 샌드위치. 무엇도 그녀를 붙잡지 못한다. 그녀는 점점 더 빨라진다. 무감해진다. 잔인해진다. 자유로워진다. 휙, 아내가 공들여 싸준 샌드위치를 바다로 던질 수있는 사람이 된다. 휙, 잘린 머리를 구덩이에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머리 위에선 물방울이 영원히 똑똑똑 하드보일드 레이디가 달리면서 고개를 든다. 천장이 길게 찢어져 있다. 터진 하늘에서 고개를 내민 여자들이 눈을 커다랗게 뜨고 눈물을 흘린다. 그 너머로 뒤집힌 무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 P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