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했다. 나는 남자를 죽일 것이다. 모두가 죽이고 싶었지만 죽이지 못한 남자를 죽일 것이다. 그 남자를 죽인 사람은 B구역의 가장 넓고 양지바른 곳에 묻히게 될 것이다. 살인자 중의 살인자, 남자 중의 남자가 될 것이며, 감옥으로도 무덤으로도 팬레터가 날아들 것이며, 옥중 결혼뿐 아니라 옥중 재혼도 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 사람의 야심과 추진력과 철두철미함이었다면 여자 스물 둘, ‘주변에서 바로 찾지는 않는 여자‘라면 서른 명쯤은 일도 아니게 죽일 수 있었을 거라고. 그런데도 여자를 죽이지 않고 남자를 죽였으니, 대략 서른 명의 여자가 그의 손에 살아남아 오늘도 크고 작은 일상을 꾸리고 있는 거라고. 그는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음으로써, 하지 않음을 베풂으로써, 결국 해버린 자들을 우습게 만들었다고. 이것이 진정한 살인의 마스칸이 아닐지. 신실한 벗으로서 당신께 요청하나니, 이 말을 기억할 것.
적의 수준이 곧 나의 수준이다. - P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