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부 동반 모임은 플라토닉 스와핑 모임 아닙니까? 부부동반은 부부 교환의 암어 아닙니까? 솔직히 다들 상상하셨잖습니까. 저이가 내 남편이라면, 저이가 내 와이프라면, 상상했잖습니까. 우리는 그동안 부부 교환의 설렘을 품고 모임에 나왔습니다. 그 환상 없이, 그 상상 속 재배치 없이, 어떤 부부가 토요일 밤마다 안락한 소파를 등지고 종교 모임에 나올까요?" - P253

예전부터 내 소설을 시간 내어 읽어준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어아껴둔 말이 있다. 단편소설의 핵심을 설명하는 조지 손더스의 ‘압축은 예의이자 친밀감의 한 형태이다"라는 말이다. 이 책에 담긴 여덟 편의 소설을 쓰며 단편소설이란 미술시간의 접이식 물통 같다고 생각했다. 쓰는 사람은 마음에 품은 긴 이야기를 짜부라뜨려 압축한 소설로 건네고, 읽는 사람은 그 소설을 펼쳐 가려져 있던 주름의 이야기를 읽는다. 아니, 주름에 자신의 이야기를 써넣는다. 함께 아코디언을 접고 펼치며 노래하는 친근한 공간을 상상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하다.


2022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이미상 -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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