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물은 바다와 연결되어 있어서 끊임없이 흐르는 걸까. 언제가 되어야 눈물이 그칠까. - P95

수아는 밤에 태어났을 거야. 낮의 활기참을 모아 밤의 다정함 속에서 태어났겠지. 살을 에는 겨울바람에 머리를 들이밀고 나왔다가 많은 사람 중에 나와 눈이 마주쳤을 거야. 채 떠오르지도 않은 햇살을 눈동자에 담아서 내 몸과 마음을 녹여 준 게 분명해. - P100

"인어로 잘 지내고 있던 널… 그냥 두는 게 나았을까?"
자신의 사랑이 강요였을까 하는 의문은 차마 꺼내지 못했다. 그러나 삼킨 말마저 들었다는 듯 수아의 얼굴이 굳었다. 수아는 바닥에 앉아 마리의 발을매만졌다. 그 옛날 혹은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그랬던 것처럼, 발가락 하나하나를 매만지고 발등을 쓰다듬고 복숭아뼈를 손바닥으로 어루만졌다.
"그렇게 따지면 마녀로 잘 살고 있는 너를 흔든 내가 먼저 잘못한 거 아닐까?"
마리가 수아의 볼을 매만지자, 수아가 그 손바닥에 얼굴을 기댔다. 살며시 얹히는 무게감이 행복했다. 자신과 수아는 서로를 사랑했을 뿐이었다. 단지... 서로의 죽음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아 곱씹고또 곱씹은 탓에 상대방을 발견한 순간 정신없이 몰두했던 게 문제였다. 마녀로 살아온 시간이 너무 길어, 상대를 배려하지 못했다. 자신의 방식만을 강요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수아가 자신에게 달려올 때부터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우리가 그때 무사히 도망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마리는 내뱉고서야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차리고 웃어 버렸다. 모든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 시점에서 다시 시작하려면 도대체 시간을 얼마나 거슬러가야 하는 걸까.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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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온 게 왜 내 탓이야? 누가 무녀로 태어나고 싶었대? 안 해! 놓으라고!"
"무녀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요괴에게 단단히 홀렸군."
"수아 님은 요괴가 아니야!"
"가망이 없어. 안 되겠다. 안타깝지만 방법은 하나뿐이다. 바다님과 하늘님께 제물로 바쳐야겠어. 묶어라."
"그냥 이대로 자빠뜨려 애를 배게 하는 건 어떨까요?"
자신의 몸을 훑는 남자의 시선이 일렁이는 어둠속에서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놔, 싫어, 뭐 하는 거야!"
"땅이 썩었는데 어찌 좋은 싹이 나올까."
"그럼 이제 기원은 어떻게 드리지요?"
"저 계집을 태워서 얻은 재를 마신 임부가 아기를 무사히 낳으면 그 아기가 다음 대 무녀가 된다. 마침 애를 배고 있는 이가 둘이나 있으니 둘다에게 먹여 보면 되겠지. 걱정 말거라."
"웃기지 마, 이렇게는 못 죽어, 안 죽어."
"이렇게라도 남은 이들에게 사죄할 수 있으니 다행이 아니냐. 죽어서도 반성해라." - P47

"내가 수아 님을 지켜 드릴게요. 사랑해요. 사랑해, 수아야…."
THE마리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장작이 타들어 가는불규칙한 소리와 일정한 박자로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삼켜졌다. 갑자기 마른하늘이 하얗게 번쩍거리더니 이내 벼락이 마리를 향해 내려왔다. 한 번내리꽂힐 때마다 마리를 감싸고 있던 불꽃이 하늘을 찌를 듯 활활 타올랐다.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한 광경에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문제는 벼락만이 아니었다. 저렇게 내리치는 벼락을 불 속에서 맞으면 분명죽어야 하는데..… 왜 아직도 우리와 시선이 마주치는 거지?
어느새 장대에서 풀려난 마리가 팔을 휘두르자작은 불꽃이 작살을 휘두르던 남자를 향해 날아갔다. 남자의 머리카락에 옮겨붙은 불꽃은 불티를 날리며 살아 있는 뱀처럼 남자의 몸을 휘감더니 한순간에 크게 타올라 남자를 집어삼켰다.
"요, 요괴다! 무녀가 요괴가 되었다!"
화려하게 흩날리는 불꽃이 마리의 몸을 옷처럼감싸고 있었다. 살아 있는 듯 휘몰아치는 불꽃은 시시각각 기묘한 문양을 만들었다. 날카로운 매의 눈같기도 했고, 이미 죽은 지 오래인 생선 눈알 같기도했다. 소용돌이치는 태풍과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파도를 연상케 하는 무늬를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 P51

마리는 눈물 자국이 선명한 얼굴에 귀기 어린 표정을 띄우며 타오르는 장작 위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모든 한을 담은 듯 무거우면서도 거리낄 것이없다는 듯 가벼운 몸짓이었다. 마리가 움직일 때마다 주변에서 불꽃이 파도치듯 너울거렸다. 손을 들어 나뭇하게 휘젓자 살아 있는 불꽃이 사람들에게옮겨붙었다.
마리의 발걸음은 바람처럼 가볍고 벼락처럼 매서웠다. 불꽃을 온몸에 두르고 파도의 박자를 따라춤을 추듯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짝 잃은 새가 넋놓고 우는 듯 애달팠고, 망망대해 위에서 죽어 지상을 떠돌게 된 영혼을 위로하는 것처럼 상냥했다.
사람들은 불이 자신의 몸을 잡아먹는 것도 모른채 넋을 놓고 마리를 바라보았다. 불은 신당에 있던사람들을 잡아먹으며 점점 커졌다. 바닷가에 있던사람들은 태양이 내려앉은 듯한 불이 코앞에 다가오는 걸 보고 혼비백산하여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빙 돌아 헤엄쳐 마을로 돌아오려고 했으나 기다란해초에 온몸이 칭칭 감긴 것처럼 물속으로 가라앉아 숨만 보글보글 빠져나갔다.
사람들이 타오르고, 아래로 가라앉고 있을 때 마리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정말로 무녀를 태워서 얻은 재에 힘이 있다면……
"무녀인 저와 제물들을 함께 보내니 수아를 무사히 살려 주세요.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눈물조차 흐르지 못한 채 끓어올랐고, 너울거리는 열기 속에 모든 것이 타오르더니 이내 재만 남고 말았다.
살아남은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옥가락지만 달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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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죽지 않으면 뭐 하나. 이 섬에 매여 다른 이들의 뜻을 전하는 것 외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지? 때가 되면 흘레붙은 가축처럼 원치 않는 새끼를 배고 죽을 힘을 다해 낳고 그아이가 자랄 때까지 병든 몸으로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말라 죽을 듯한 뜨거운 햇살 아래서 끊임없이 기원만 드려야 하나?
어두운 바닷속보다 더 깜깜한 미래를 떠올리자 팔다리에서 힘이 빠졌다. 죽는 순간에라도 지긋지긋한 섬을 벗어날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마지막으로 달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있는 힘을 다해 눈을 뜨니 은하수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너울거리는 긴 머리카락 사이로 아침에마주쳤던 얼굴이 어두운 바닷속에서 뜬 달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아침에는 어여쁘게 웃어 줬는데 지금은 다급하고 놀란 표정이었다. 웃어 주세요, 날보고 웃어 줘요. 행복하게 갈 수 있도록……

눈이 감겼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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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린느 마이에르의 책 때문에 격노했던 《엘》의 저널리스트 미셸 피투시는 1987년, 가족을 돌보는 것과 일을겸할 때의 어려움 및 여성해방의 유감스런 결과들이 주제인 《슈퍼우먼들이혐오하는 것들 Le Ras-le-bol des superwomen》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적어도여기에서는 삶에서 방정식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를 제거함으로써삶을 가볍게 하는 사람들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자발적 무자녀 여성들의 ‘선의’를?‘ 심하지 않는 경우, 사람들은 그녀들

에게서 모성을 대체할 대상을 찾는다.
직업이 교사라면 그녀는 학생들의 어머니가 되고, 여성 작가들에겐 책이자식들이 된다. ‘아이의 부재로 인한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을 고찰하는 에세이에서 미국 작가 로리 리슬레는 상징적 모성을 길게 설명한다. 이는 상당 부분 개인적 필요에 따른 것으로보이긴 하지만 책에 대한 인터넷 평가에 따르면 이러한 그녀의 강조는 같은처지에 있지 않은 많은 여성들에게는거슬리는 것이었다. 그중 자발적 무자녀인 클로틸드는 간호학교에서 자신의 교사 활동과 학생들과의 관계를설명하며 "나는 모성애적 보살핌이라는 것은 잊고 싶다"고 말한다. 6362

영화는 결론을 자막으로 덧붙인다. 그녀는 대대적으로 성공을 거듭하지만 결코 결혼한 적도, 아이를 낳은적도 없다고. 이 마지막 설명은 그녀가 위대한 사랑을 잃은 뒤 수녀 같은삶을 살며 오로지 일에만 몰두한 듯한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현실의 샤넬은 화려하고도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적어도 몇몇 사람들이 볼 때 그녀에게는 사랑했던 것으로 보이는 친구와 연인들이 있었다. 영화에서는 그녀의 직업을 사적불행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대체물로 보이게 하는 다소 조작적인 무엇이, 더욱 그럴듯하게 말하면 클리셰의용이한 사용이 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맥락에서 울프를 선두로 내세우는 ‘문학 마녀들‘을 축하하는 서문에서 팸 그로스만이 "아이들 아닌 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여성들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위험한 여성 취급을 받는다"고는다"고 쓴 것은 옳은 말이라고 인정할 만하다.

그러니 버지니아 울프같은 작가가 된다 해도 어머니가 되지않는다면 당신의 존재는 정당화되지않는다는 것을 알아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당신이 출산을 생각하지 않거나출산에 무관심하다면 그런 경고를 받을 것이다.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틀림없이 당신을 매우 불행하게 만들고마는 이 비출산이라는 심각한 결핍에서 주의를 돌리고자 걸작을 쓰려 애써봤자 소용없는 짓이다. 걸작을 쓰고싶다면 다른 이유들을 위해, 당신의즐거움을 위해 써라. 아니면 차라리불미스러운 당신 삶의 여유를 나무 아래서 한가롭게 책을 읽는 데 혹은 당신이 하고 싶은 다른 일들에 바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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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볼프의 책에는 잔인한 사형 방법이 그 수를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고 기록 되어 있다. 마녀로 몰린 여자에게 젖먹이가 있으면 그 아이도 함께 불에 태워 죽이고 사람을 그대로 생매장하였으며 굶주린 짐승 옆에 매어 두기도 하고 벽을 뚫어 그곳에 가둔 후 그대로 막아 버리는 등 그 방법이 매우 잔인하였다. 그 외에도 목을 졸라 죽이거나, 목을 쳐 죽이거나,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거나, 불에 태워 죽이거나, 말에 사람을 달아 끌어당겨 사지를 찢어 죽이거나, 코와 귀를 자르거나, 눈을 찔러 앞을 볼 수 없게 만들거나 손을 자르고 혀를 뽑아내는 등 수없이 무시무시한 방법이 자행되었다. - P130

심지어 그는 교회 몇 명 수도자들에게 사형 집행인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영유아를 살해한 여자들이 지나치게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사형을 당하니 좀 덜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사형을 집행하자는 의견을 내는데 놀랍게도 그 의견을 교회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1580년 부터 뉘른베르크에서 영유아 살해 죄로 처형당한 여자들이 형 집행 방법이 바뀐 것은 프란츠 덕분이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사형 제도가 없는 세상일 것이다.하지만 이미 내려진 사형이라면 죄인이 덜 고통스럽게 죽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그 사회 안에서 민중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일수도 있다. 프란츠는 늘 죄인을 동정하는 입장이었기에 시에서 경고를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자비를베풀면서 약 40년간 사형집행인으로서 맡은 소임을 다하였다.
프란츠는 정년퇴임을 한 후에도 계속 관청의 일을 도왔다. 그가의뢰받은 일은 교수형을 당한 시신을 자르는 것이었다. 이 일을하면서 그는 시신의 일부를 집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약이나 부적으로 쓰려는 이유였다. 중세 사람들은 죽은 인간의 몸에는 미처다 쓰지 못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목매달아 죽은사람의 손을 잘라 마구간에 갖다 놓기도 했고, 도둑질한 죄로 처형당한 사람의 손가락만 잘라 돈주머니나 금고에 넣어두고 돈을많이 벌겠다는 염원을 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말년에 인체 실험을 통한 의학적인 연구도 했으며 집에 병원을 열어 많은 병자를돌보았다. 어느 면에서는 대단한 사람이었음이 틀림 없다.
1618년 은퇴하면서 그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내가 사형시킨 사람은 361명이고, 귀와 손가락을 자른 사람은345명이다. 나는 사형집행인으로서 내 직업을 성실하게 잘 수행했다." 그리고 1634년 6월 14일 눈을 감았다. 만약 사후세계가 있다면, 그가 자신이 처형했던 706명을 그곳에서 다시 만났을지 궁금하다. - P139

마녀재판 청구서앞서 언급한 프란츠처럼 돈을 잘 벌었던 사형집행인도 있지만이는 특수한 사례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형집행인은느 정도 돈을 벌었던 것일까? 아래 도표에 나오는 돈의 단위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1000~500년 전의 것이기도 하고 당시 유럽은나라마다 화폐 단위가 달랐기 때문에 현대의 돈 가치로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1595년 독일 아펜바이어Appenweier에서는 3명의 여자가 마녀로몰려 산 채로 화형을 당했다. 그녀들의 가족은 사형 집행과 관련된 돈을 지불해야 했다. 감옥살이 비용, 음식 비용, 오르텐베르크Orternberg 성으로 그녀들을 데리고 간 동행인에게 지불하는 비용, 사형집행인의 음식 비용, 아침으로 나온 수프 비용, 법정의 간이음 - P140

식비용, 사제와 변호인을 위한 술자리 비용, 수위의 음식 비용 등총 금액이 93플로린에 달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마녀로몰리면 목숨을 잃는 것은 물론 재산까지 잃고 온 가족이 거지로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1617년에 일어난 마녀재판의 청구서를 보면 열네 차례 법정에끌려가는 비용, 고문기구를 두 번 사용한 비용, 채찍을 네 번 사용한 비용, 두 번의 유황과 역청을 사용한 비용, 화주를 사용한 비용,
재판관이 질문표에 있는 26개의 질문을 한 비용 등이 청구되어 있다. 질문 하나당 비용은 20크로네 이고 유황과 역청으로 고문당하다 다친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비용은 8플로린 40크로네가 들었다. 사형집행인의 식사비는 물론 그를 도운 조수에게까지 20플로린을 지급해야 했다.
1628~1629년 독일 디부르크 Dieburg 의 사형집행인은 253Gulden 13과 1/2 바젠Bazen을 받았다. 독일 쾨스펠트 Coesteld의 사형집행인은 1631년 9명을 사형시키고 27명을 심문한 대가로 169탈러 Taler 를 받았고 1644년 9월 20일에는 3통의 와인을 선물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심문 법관들은 매번 심문하고 나면 한 주전자의와인과 빵 한 통을 받았으며, 옥졸과 종들도 일의 크기에 따라 이런저런 선물을 받았다. 오펜부르크Offenburg 지역의 자료에는 옥졸은이들이 받는 보수 외에 일주일에 한 번씩 일곱 말의 와인을 선물로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런 자료는 끝없이 찾을 수 있는데,
사람을 죽이고 버는 비용이 매우 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사형비용과 관련된 보다 자세한 내용이다. - P141

이처럼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재판비용을 청구하였기 때문에마녀사냥의 그물에 걸린 사람은 대부분 재산을 탕진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이드슈타인에서는 어느 정도 재산이 있는 사람이 마녀사냥의 피해를 많이 입었다. 마녀 혐의로 붙잡히면 일단 목숨만이라도 건지기 위해 자진해서 자신의 전 재산을 바치는 사례도 적지않았다. 마녀사냥을 빌미로 시의 재정이 매우 풍족해졌음은 물론이다.
이드슈타인 시의 영주가 펼친 다른 교활한 정책도 살펴보자. 당시 이드슈타인은 30년 전쟁의 여파로 시의 재정도 파탄이 났지만,
인구도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1648년의 자료를 보면 이든슈타인의 인구가 서른 가구 남짓으로 줄었던 때도 있었다. 세월이 흘러출산을 통해 다시 인구가 늘기는 했지만, 인구가 늘어난 데에는영주의 마녀사냥 정책도 단단히 한 몫을 하였다. 그는 마녀 혐의를 받아 잡혀 온 사람 중 출산이 가능한 40세 이하의 여자는 무조건 풀어주었다. 어떻게든 인구를 늘리겠다는 속셈이었다. 그 시대의 여자들은 한 명의 아이라도 더 낳아서 시의 인구 증가에 이바지해야 했다. 인구가 줄면 노동력이 부족해 도시를 경영하기 힘들 - P156

고 세수도 감소하기 때문에, 당시로써는 인구를 늘리는 것이 영주의 최대 과제였다. 한 예로 당시 마녀로 몰린 사람 중 하나였던 로트쾨핀Rothkoepfin 가의 딸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풀려났는데,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가임기 여성이라는 이유로 방면된것은 아닌지 추측해 본다.
이것만 보아도 마녀사냥의 이중성이 드러난다. 마녀는 죽여야할 존재이니 마녀로 의심되는 사람은 무조건 잡아들여야 한다며민중을 부추기던 지배계급들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온갖 대의명분을 붙여 법망을 피해 사람들을 풀어주는 일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즉 자신들의 필요로 사람들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했다는 것은 그만큼 마녀사냥의 법적 해석이나 논리가 허술했고 그타당성도 부족하다는 이야기와도 통한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한사람이라도 덜 희생되어서 다행이라 할 것인가?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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