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물은 바다와 연결되어 있어서 끊임없이 흐르는 걸까. 언제가 되어야 눈물이 그칠까. - P95

수아는 밤에 태어났을 거야. 낮의 활기참을 모아 밤의 다정함 속에서 태어났겠지. 살을 에는 겨울바람에 머리를 들이밀고 나왔다가 많은 사람 중에 나와 눈이 마주쳤을 거야. 채 떠오르지도 않은 햇살을 눈동자에 담아서 내 몸과 마음을 녹여 준 게 분명해. - P100

"인어로 잘 지내고 있던 널… 그냥 두는 게 나았을까?"
자신의 사랑이 강요였을까 하는 의문은 차마 꺼내지 못했다. 그러나 삼킨 말마저 들었다는 듯 수아의 얼굴이 굳었다. 수아는 바닥에 앉아 마리의 발을매만졌다. 그 옛날 혹은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그랬던 것처럼, 발가락 하나하나를 매만지고 발등을 쓰다듬고 복숭아뼈를 손바닥으로 어루만졌다.
"그렇게 따지면 마녀로 잘 살고 있는 너를 흔든 내가 먼저 잘못한 거 아닐까?"
마리가 수아의 볼을 매만지자, 수아가 그 손바닥에 얼굴을 기댔다. 살며시 얹히는 무게감이 행복했다. 자신과 수아는 서로를 사랑했을 뿐이었다. 단지... 서로의 죽음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아 곱씹고또 곱씹은 탓에 상대방을 발견한 순간 정신없이 몰두했던 게 문제였다. 마녀로 살아온 시간이 너무 길어, 상대를 배려하지 못했다. 자신의 방식만을 강요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수아가 자신에게 달려올 때부터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우리가 그때 무사히 도망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마리는 내뱉고서야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차리고 웃어 버렸다. 모든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 시점에서 다시 시작하려면 도대체 시간을 얼마나 거슬러가야 하는 걸까.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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