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태붕이는 어디까지 볼 수 있는데? 어디까지 봐드려요? (자신감)
Q. 보이안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건 어떤 느낌이야? 엄밀히 말하면 투시해서 보는 건 아니야. 내 시야가 원하는 지점으로 이동하는것에 가까워. 그것도 여러 곳을 동시에 바라보는 느낌.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보는 게 아니라 고정된 시점 없이 모든 곳에서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할까.
Q. 그렇게 말하니 마치 신이라도 된 것 같네. 그렇다면 정말 무능한 신이겠지. 바라보기만 할 뿐이라니. - P188
세계는 데비안트의 존재를 심각한 안보 위기로 취급했다.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는 점퍼와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는 키넨시스, 그들을 지배할 텔레파스와 꿰뚫어 볼 보이안트, 데비안트의등장은 수십 년간 핵탄두로 유지되어온 아슬아슬한 힘의 균형을순식간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살아 있는 인간이었다. 합의하에 감축할수 있는 도구가 아니라. 위험하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죽여버릴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막을 수도 추적할 수도 제거할 수도 없는폭탄. 종래의 전쟁 개념을 아득히 벗어난 비대칭 전략무기인 우리는 각국의 안보 프로세스에 크나큰 혼란을 가져다주었다. - P191
초창기 데비안트 발현이 집중된 장소는 한반도였다. 대도시 근처에 밀집된 원자력 설비들과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최고 수준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시너지를 일으킨 결과였다. 우리는 방사능에서 태어나 스트레스로 발현한다. 남이나 북이나 데비안트가생겨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한반도에 다시금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물론 남북도 서로에게 관심을 집중했고, 관심은 이내 의심으로, 의심은공포로, 공포는 혐오와 분노로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양국은 상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빠르게 높여갔다. 선제공격의 필요성을주장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졌다. 상대가 언제 폭탄을 점프시킬지, 혹은 언제 최고지도자의 정신을 지배하게 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으니까. 타고난 첩보원인 각국의 텔레파스들이 평양과 서울 사이200킬로미터의 좁은 공간에 빼곡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두 도시를 오가는 텔레파스 요원들만 해도 수백 명은 되었으리라. 백업요원으로 투입된 키넨시스와 보이안트까지 합치면 그 몇 배는되었을 테고,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훈련받은 적조차 없었다. 충돌은 예고된 것이었다. 요원들 사이의 사소한 충돌로 시작된 국지전은 어느새 전면전으로, 각국 데비안트들의 능력을 시험하는 대리전으로 확대되었다. 대량 살상 능력을 갖춘 슈퍼 데비안트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불확실한 첩보 한 줄에 모두가 해일처럼 휩쓸리고 말았다. 통제되지 않는 흐름이 그들 모두를 집어삼켰다. 수많은 데비안트가 그곳에서 서로를 죽였다. 평양은 마치 데비안트를 갈아버리기 위한 믹서기처럼 작동했다. 1차 텔레파스 전쟁,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평양은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데비안트 발현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영변과 강선의 실험용 원전은 지반째 붕괴했고, 주변은 모조리 죽음의 땅이 되어버렸다. - P192
혁명은 필연처럼 느껴졌다.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므로, 이런 일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너희 네 사람이 활동에 투신하게 되었을 정도로 변화의 물결이 높이 차올랐다. 그저 딱한 번, 딱 한 번의 계기가 필요할 따름이었다. 임계까지 뜨거워진 냄비를 끓게 할 마지막 열기가. 이윽고 쏟아질 폭우의 첫 한방울이 하지만 나는…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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