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홀린듯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한 장의 사진이 모든 걸 바꿔놓았다. 맨몸으로 맞서는 네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경찰들의 모습. 찰나의 구도가 한층 너를 거대해 보이게 했다. 백 마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우라를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날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바로 그랬기에 너는 승리했다. 네 앞에 선 경찰들이 조금만 더 악했더라면, 네가 조금만 덜 상냥했더라면 미래는 완전히 달라졌으리라. 하지만 사태는 절묘한 균형을 찾아 네 곁으로 흘러갔고,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던 혁명의 에너지는 너라는 상징적인 분출구를 찾아 일제히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데비안트인 네가 데비안트가 아닌 아이를 위해 몸을 던졌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처음으로 혁명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됐다. 데비안트만의 반란이 아니라, 소외된 모두가 함께 연대하는 모습을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건 중요한 일이지. 변화가 시작되려면 우선 그 변화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하니까.
그래. 그날 너는 승리했다. 사소하지만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차라리 그냥 거기서 모두 함께 죽어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당황한 경찰들 앞에 당당히 마주 선 너는 양손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주동자예요. 저를 체포하세요."
결국 너는 체포되었고, 그렇게 우리의 혁명은 시작되었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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