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열 살이 되던 해, 너는 결국 능력을 들키고 말았다. 우연히 흘러들어 온 옆자리 남자아이의 속마음에 발끈한 것이 화근이었다. 예전부터 너는 그 아이가 싫었다. 폭력적인 충동에 휩쓸려 주위를 망가뜨릴 뿐인 모자란 아이. 그 아이는 너에게 호감과성적 흥미를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끊임없이 욕설을 뱉고 팔을 꼬집고 치마를 들추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무것도이해하지 못한 채 말이다. 참다못한 너는 결국 소리치고 말았다.
"너, 속으로 나에 대해 징그러운 상상 하잖아!"
그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본래라면 그 남자아이를 향했을아이들의 미움이 갑자기 너에게로 방향을 틀었다. 헐, 괴물이었어? 인간 아니었네. 몰래 우리 생각 읽고 있었던 거야? 소름. 우웩, 징그러워. 더러워. 병균 옮으면 어떡해. 괴물 발견. 죽여라,
죽여. 전부 죽어버려라.
너는 울음을 터뜨리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방안에 웅크리고 틀어박혔다. - P49

하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졌다. 특히나 따돌림을 당한 아이가 수업 도중 같은 반 아이들 전원의 목을 염력으로 비틀어버린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아이는 끔찍이도 미웠을 가해자들과 방관자들의 머리를 폭죽처럼 터뜨려버렸고, 그 장면은 고스란히 휴대폰에 녹화되어 몇 달 동안이나 온라인 여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폭탄이었다. 세상은 더 이상 데비안트를 동정하지않았다.
운동회 날이 되었는데도 엄마는 찾아오지 않았다. 수년간 너는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엄마는 패배했을 뿐이었다. 목이 뽑힌 시체 사진들이 만들어낸 선명한 편견의 굴레를 끝내 이겨내지 못했을 뿐이었다. 매일 악플과 계란세례에 시달리며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아무리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도 그렇게는 살 수 없는 법이다.
엄마는 결국 자신의 머리에 휘발유를 끼얹었다. - P54

눈에 보이는 차등이 생겨나자 아이들은 홀린 듯 다투기 시작했다. 그 사소한 이권을 위해 기꺼이 몸을 던졌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노력했으나 가장 뛰어난 아이들도 C급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도 학원은 등급 기준을 조정하지 않았다. 너희들은 겨우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하려는 듯이. 아이들은 자신의 방보다 배 이상 넓고 깨끗한 A급 숙소와 B급 숙소를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자 아이들의 시선은 아래로 향했다. C급 아이들은 숨 쉬듯 D급을 차별했고, D급 역시 E급에게 똑같은 짓거리를 해댔다. - P56

"여긴 나락이야. 우린 싸워야 해."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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