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는 "이 세상 모든 의미 있는 일들은 위험 속에서 이루어졌다"라고 말했다. 오늘의 위기가 내일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국민의 열정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 것이다. - P122

현장에 파견된 일선 계엄군 지휘관, 계엄 병사들이 양심에 따라 사실상 항명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버텨줘서 다행이었습니다. 수방사에서 헬기들의 여의도 접근을 40분이나 막아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실탄을 병사들에게 지급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착검을 하지 않게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단 한 번의 충돌도 없도록 자제해서 그야말로 다행이었습니다.

단 한 발의 총성이라도 들렸더라면, 단 한 번의 주먹질이라도 시작되었더라면 이 나라는 완벽한 암흑사회로 전락했을 것입니다. 그 수없이 많은 우연들 덕분에 그나마 이렇게 회복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없었다고요? 다시 그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까? 국민의힘, 정말로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정치를 합니까? 온 국민이 고통에 절망하고 나라의 미래가 완전히 사라져서 세상이 암흑이 되어도 당신들만 권력을 유지하면 됩니까? - P144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탄핵사건이므로 선고 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25년 4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이 말을 끝으로 탄핵 심판에 마침표를 찍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22일, 12월 14일 국회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접수된 지 111일 만이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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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많은 권력과 지위, 영향력을 가졌든 미미한 위치에 있든 그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태산을 이루는 것처럼 이 나라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외면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외로워하지 말고,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이 위기를 반드시 이겨내기를 기대합니다. - P85

지금은 역사적 분기점이고 엄중한 역사의 한 국면입니다. 모든 것이 기록되고, 모든 것이 회자되고, 모든 것이 분석될 것입니다. 현실의 작은 이익, 자신의 작은 안위 때문에 국민이 부여한 책무와 역사적 소명을 잃지 마십시오.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일에, 다시는 대한민국에 절대왕정을 꿈꾸는 자들이 활보할 수 없게 만드는 일에 함께하시기 바랍니다.

제45차 비상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2024년 12월 5일 오전 9시 30분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 - P88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과 다짐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지난 촛불혁명으로 세상이 바뀌는 줄 알았는데 권력은 바뀌었지만 왜 ‘나‘의 삶은 바뀐 게 없느냐, 이 사회는 왜 바뀌지 않았느냐, 그렇게 질타하신 분들을, 그 많은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민주주의,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현장의 민의 같은 민주주의를 시작해봅시다. 여러분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나라 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세상을 바라는지를 말씀하시고, 그것이 일상적으로 정치에 관철되는 그런 나라, 새로운 나라, 함께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결국은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충직한 도구로서 국민의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머슴으로서 국민의 주권의지가 일상적으로 관철되는 진정한 민주국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윤석열 탄핵안 가결에 대한 입장
2024년 12월 14일 오후 6시 국회 앞 범국민 촛불대회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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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게 문제다. 왜 줘도 못 주워 먹니? 다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게 하라는 거야. ‘일 번‘이 친히 개소식에 오겠다고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어. 그 많고 많은 공모사업 중에서도 특히나 우리 미류동 주민센터에서 수행하는 이번 사업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다는 소리 아니겠니! 그런데 일 번이 요번 주 금요일밖에 시간이 없다네? 앞으로 몇 달간 일정이 다 짜여있대."
일 번! 그건 이원시 공무원 사이에서 ‘시장‘을 뜻하는 단어였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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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의외로 커피의 나라다. 핀란드 사람들은 자국의 커피 퀄리티에 항상 자부심을 느끼곤 했다. 핀란드의 원두 소비량이 세계 1위라는 이야기는 핀란드 친구들과 커피를 마실 때면 늘 듣는 이야기였다. 위도가 높은 곳에 위치해 1년 중 추운 날이 워낙 긴 데다 그중 절반은 해가 뜨지 않는 극야가 지속되니까 더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심지어 ‘못 견딜 정도로 절박하게 커피를 원하는 상태‘를 뜻하는 ‘kahvihammasta kolottaa‘라는 핀란드어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좁은 의자에 앉아 불편하게 밤을 지새운 우리는 그야말로 몹시 ‘kahvihammasta kolottaa‘ 한 상태였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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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은 아차 싶었다. 무례했다. 어쩌면 승주는 자신의 가장 어려운 문제를 이야기한 걸 수도 있었다. 자신이 겪은 일과 비교하며 남의 상처를 가볍게 치부하는 냉소적인 태도는 20대 내내 도담이 극복하려 했던 것이었다. 상처를 자랑처럼 내세우는 사람은 얼마나 가난한가. 나는 한 치도 변하지 않았구나. 도담은 익숙한 자기혐오에 휩싸였다. 왜 그랬을까. 상처를 받고 위험을 피하려는 승주의 모습이 나와 비슷해서 싫었을까. 아니면 나도 모르게 승주에게 다른 뭔가를 기대했던 걸까. - P195

"그 왜 있잖아, 로맨스 영화 보면 주인공이 연인과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조연. 그게 내 팔자는 아닌 건가 싶어." 도덕이나 약속으로 어쩔 수 없는 감정의 파도가 덮치는 일. 연인이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그와 같은 일이 삶에서 또다시 반복되는 게 승주가 가장 두려워하는 불안이었다. - P224

도담은 자신에게 물었다. 지금 해솔에게 느끼는 감정, 승주에게는 한 번도 느끼지 않았던 강렬한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해솔과 얽힌 사연 때문에 연상되는 슬픔. 같은 상처를 가진 동질감. 연민이다. 우리가 보통 지독한 인연은 아니지. 해솔과의 재회에 운명 같은 단어가 연상되는 건 우연에도 인과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의 습성 때문이다. 추억 때문이다. 좋았던 날들에 대한 반가움과 지나가 버린 한때에 대한 슬픔일수도. 이성에 대한 열정? 호르몬 작용은 진작 끝났다. 소식이 궁금하고 그리워하는 마음. 걱정하고 애타게 보고 싶은 마음.
꽉 끌어안고 안기고 싶은 마음. 그런 때도 분명히 있었다. 마음의 불씨는 전부 사그라져 버렸다. 완전한 전소. 남은 거라고는 그을린 시커먼 자국과 탄내 가득한 폐허. - P226

"불에 휩싸인 네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하는데, 내게는 꼭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처럼 느껴졌어. 구조 신호를 보내는 사람처럼."
도담은 해솔을 끌어안고 등을 한참 동안 쓰다듬었다. 해솔이 불 속으로 뛰어드는 마음과 그 고통을 생각하자 가시 돋친 넝쿨을 끌어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그러지 마."
해솔이 사명감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도담은 알 수 있었다.
몸에 상처를 내고 술에 의존해 지냈던 도담은 자신을 벌하려는 마음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 누구도 모르는 해솔의 비밀을 세상에서 유일하게 도담만은 알 수 있었다. 모두가 옳다고 하는, 생명을 위한 희생이라는 가치 안에서만 자기파괴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해솔이다웠다.
도담의 말을 듣고 해솔은 자기도 몰랐던 자신의 상태를 알게 된 듯 했다. 아무도 모르는 죄책감을 오래 품고 지낸 그는 자기 삶을 덤으로 얻은 인생이라고 여겼다. 열 명의 목숨을 구하고 백 명의 목숨을 구하면 그 값을 치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자기 눈을 찌르는 마음으로, 자신의 생명은 그렇게 쓰여야 한다는 듯 위태롭게 뛰어들었던 것이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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