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시 신데렐라 고래뱃속 창작동화 8
박윤우 지음, 박광명 그림 / 고래뱃속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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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구두와 함께 스텝을 밟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한껏 꾸민 여인이 어떤 출입구로 들어가는 장면,

그리고 그 옆에 <아홉 시 신데렐라>라는 제목이 씌여 있다.

열두가 되면 사라지는 신데렐라의 마법 같은 이야기일까?

표지 그림부터 호기심을 끄는 책이다.

 

<아홉 시 신데렐라>는 엄마를 향해 들려오는 소문이

걱정되고 두렵기도 한 딸 명아가 엄마를 뒤를 밟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명아의 감정에 푹 빠졌다.

정말 엄마가 나쁜 제비족 아저씨들의 꼬임에 빠져 춤바람이 난 걸까?’

그렇다면 아빠는 어떻게 하지?’

우리 가족은 이렇게 뿔뿔이 흩어지게 되나?’

이런 명아의 두려움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운영하는 알로에 가게는 늘 문이 닫혀있고

밤 아홉 시에 돌아오는 엄마의 발그레한 모습과 살짝 올라간 입꼬리,

게다가 친구 미진이 어마가 무도장에서 나오는 걸 두 번이나 봤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엄마의 변화가 궁금해 찾아 간 무도회장 계단에서 엄마를 만난 명아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또 다른 엄마의 모습을 보고

안심하며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우리들의 이웃 중 한 가정의 이야기라 해도 믿을 만큼 현실감 있는 설정과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가족의 사랑과 신뢰를 사춘기의 딸의 시선으로

그려낸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 딸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단하지만 기꺼이 감당하는 엄마의 삶이

우리들의 엄마 이야기이고 삶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명아네 가족이 더 행복해지길 기도하며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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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먼지 봄볕어린이문학 25
심순 지음, 정인하 그림 / 봄볕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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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모두 천재다.

내가 내린 결론으로 늘 이렇게 말하고 다닌다.

어떻게 사소한 먼지까지도 이야기의 소재로 삼을 수 있는지,

그 발상이 기발하고 무궁무진하다.

<행복한 먼지>의 주인공은 유빈이네 집에 살고 있는

먼지 멍지네 가족의 바깥세상 모험 이야기이다.

 

창가로 햇빛이 쫙 들어오는 날 공기 중에 무수히 떠다니는 먼지들을

본 경험이 아마도 누구나 있을 것 같다.

깨끗한 방 안인 것 같았는데 햇빛에 드러내놓고 보니 결코 깨끗하지 않았던

그 먼지의 세계가 이 책의 무대이고 그 무수히 많았던 먼지들의 이야기이다.

결코 이 책을 만나기 전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이야기다.

 

멍지의 동경의 대상은 달먼지님이다.

위험이 닥칠 때마다 아빠, 엄마 먼지랑 손을 잡고 외우던 폴폴폴폴 주문과

청소기를 피할 수 있었던 제자리높이뛰기, 허리 비틀어 돌기 등의 신기술을

장착한 덕분에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던 멍지네 가족이다.

그러나 항상 사건은 우연한 계기로, 미처 생각하지 못한 타이밍에 일어난다.

바깥세상은 늘 무섭고 더럽고 냄새나는 곳이라는 부모님 말씀 때문에

바깥으로 나갈 생각이 전혀 없던 멍지가 바깥세상으로 나가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그리고 멍지가 만난 바깥세상은 정말 부모님이 말씀하시던 그대로의 장소였을까?

 

생각지도 못한 먼지 이야기를 통해 성장과 배려라는 행복의 가치를 만났다.

작은 카펫 귀퉁이가 자신의 삶의 공간이었던 먼지 가족들이 카펫을 떠나

바깥세상으로 나가고 그곳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과의 소통을 통해

서로 배려하고 힘이 되어주는 관계를 배운다.

그리고 최고의 경지를 꿈꾸던 삶에서 지금을 즐길 줄 아는 행복을 배워간다.

최고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며 사는 삶이 아니라

최고는 아니지만 지금을 즐기고 누리는 삶이 주는 기쁨을 깨닫게 된

멍지네 가족이 지금 어딘가에서 폴폴폴폴 주문을 외우로 있을지도 모른다.

혹시 우리집 소파 밑에서 허리 비틀어 돌기 묘기를 연마하고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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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겨울밤에 온그림책 10
플로라 맥도넬 지음, 이지원 옮김 / 봄볕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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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이번 월드컵 경기를 치르며 우리 모두에게 감동과 울림을 주었던 말이다.

불안하고 두려운 상황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키워 낸 희망과 신뢰는

결국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어서 모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유난히 길고 칠흑같이 어두운 겨울밤에 빗대어

작가 자신의 우울증 경험을 자전적으로 풀어낸 그림책, <어두운 겨울밤에>

짧은 문장이지만 여운은 긴 내용과 그림이 만나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책이다.

 

어두운 밤이 싫어 태양을 찾아 나서는 아이의 여정을 통해

어둡고 두렵던 시간들을 보낸 자신의 삶을 보여주며

결국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때에

또 다른 희망이 찾아옴을 얘기함으로써

긴 터널 같은 어두움 속에 갇힌 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선물해 주고 있다.

 

태양을 찾아 나서는 아이의 각오는 단단하다.

여정에 필요한 도구도 챙기고 함께 할 친구도 챙기면서

가장 중요한 자신의 마음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걸 준비했다고 해도 하나하나 맞닥뜨리는 문제들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마음으로, 어떤 상황 속에서라도

태양을 잡기 위한 뜰채질을 계속 하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포기하고 싶은 바로 그때,

아이는 환한 등불 같은 희망을 만나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어두운 겨울밤에>는 그림이 주는 메시지가 매우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림책이다.

모든 그림책이 글과 그림이 주는 힘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이 책에서 플로라 맥도넬 작가의 그림이 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앞면지의 어두운 밤에서부터 시작된 여정이 뒷면지의 동튼 찬란한 아침으로 이어지기까지

누구나 겪고 있을 인생의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따뜻한 희망을 보여주는 힘이 느껴진다.

어두운 겨울밤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위로와 회복을 전해주기 안성맞춤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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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꿈꾸는 곳에 시몬이 있어 - 유럽 의회 최초의 여성 의장 시몬 베유 바위를 뚫는 물방울 16
유지연 지음, 김유진 그림 / 씨드북(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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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드북의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를 통해

편견의 벽을 시원하게 뚫어버린 세계의 여성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지난번 <아기 업고 레디, 액션!>을 통해 우리나라의 첫 여성 감독 박남옥을 처음 알게 됐는데

<변화를 꿈꾸는 곳에 시몬이 있어>를 통해 역시 잘 알지 못했던 인물을 만나게 됐다.

바로 유럽 의회 최초의 여성 의장을 지냈던 시몬 베유이다.

 

책 제목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시몬 베유가 지냈던 장소가 화자가 되어

시몬 베유가 어떤 일을 했는지 소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는

프랑스의 니스, 파리, 판테온과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그리고 유럽 등이 등장한다.

 

유대인이었지만 건축가였던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 니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시몬은

책을 좋아하고 어머니로부터 여성도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10대에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엄마와 언니와 함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힌다.

78651 이라 불리며 수용소 사람들을 서로 돌보며 희망을 갖자고 격려하던 시몬은 엄마, 아빠, 오빠를 잃고 언니들과 함께 돌아오지만 아우슈비츠에서 일어난 일을 잊지 않았다.

마침내 파리에서 열심히 공부한 시몬은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능력을 가진 판사가 되었다.

그리고 보건부 장관을 맡아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돕는 일에 앞장섰다.

긴 투쟁과 토론 끝에 자기결정권을 강조한 임신 중단 합법화한 베유 법을 만들어 여성의 권리를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유럽의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는 유럽 의회의 최초 여성 의장을 지내며 더불어 잘 살아가는 유럽이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며 2017년 세상을 떠나 판테온에 영원히 잠들어 있다.

 

시몬 베유의 여성의 인권을 높이기 위한 노력 덕택으로 여성들은 자신의 몸과 삶의 선택권을 가지게 됐고, 각 나라의 역사와 상황을 존중하며 유럽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며,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반복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일들은 현대의 우리 사회에서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능력으로 외면해서는 안될 일들에 적극 동참하고 약자들을 돌보며 살았던 시몬 베유라는 인물을 새롭게 알게 된 시간이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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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는
김효찬 지음 / 월천상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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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의 강렬한 대비로 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과 마음속을 그려낸

김효찬 작가의 감정 탐험 그림책!

<나는, 나는> 책의 뒷표지에 실린 소개 글이다.

책장을 덮고 뒷표지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딱 맞는 소개네라고 외쳤다.

 

마치 나의 어린 시절의 한 순간의 장면들을 옮겨 놓은 듯한 스토리 전개도 흥미로웠지만

선으로 만든 그림과 그 속에서 면 가득 덩어리로 표현된 그림, 그리고 흑백 톤에서 빛나는 다양한 색깔의 반짝거림이 주는 다양한 감정의 표현이 책을 읽는 순간 즐거움을 더해줬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감정에 따라

거인이 되기도 하고 개미만큼 작아지기도 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표현한 책이 작가님의 첫 감정책이라는 것에

앞으로 더 기대되기도 했다.

 

엄마에게 큰 소리 치고 집을 나왔는데 다시 들어가려니 후회막심인 순간을 맞이한 인영이가 부지깽이 들고 쫓아 오시던 엄마를 피해 달아났다가 다시 집에 들어갈 때의 난감함을 경험한 내 모습과 겹쳐 보였다.

지금은 그땐 그랬지, 인영이 마음 이해할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시절 내겐 지구가 무너지는 것만큼이나 어려움 순간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늘 반전이다.

나의 결과도 반전이었는데...

 

인영이의 머리에 뿔의 개수를 늘린 사람은 엄마였을까?

고양이를 만난 인영이 머리의 뿔이 하나 둘 사라진 건 고양이 때문이었을까?

인영이의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은 별이 누나 때문이었을까?

 

다양한 상황에서 생기는 다양한 감정들은 사실 누구나 자신이 만들어 내는 감정이다.

우리의 감정은 상황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하지만

그 감정들을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자기 자신임을 알아챌 수 있게

작가는 글과 그림으로 말해주고 있다.

사나운 마음이 일어나는 상황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지,

부드러운 마음이 일어날 때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를 인영이를 따라가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나는, 나는>을 만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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