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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 진심이 열리는 열두 번의 만남
이진순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8월
평점 :
진솔한 인터뷰로 드러난 보석 그리고 감동
#12명과 1명
2017년 <가만한 당신>을 우연히 읽게 된 나는, 내가 다른 이들의 숭고한 삶을 좋아하고 또 읽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로부터 오늘,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을 읽으며 그런 이야기들이 나의 마음을 얼마나 흔들어대는지 다시 한번 느낀다. 12명의 인터뷰이와 1명의 인터뷰어, 그렇게 13명의 삶이 나에게 감동 그 이상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나는 또 이 귀한 글을 왜 미리 알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에 잠긴다. 아름다운 삶을 살아낸 열두 분과 그걸 가감 없으면서도 더 확실하게 다듬은 이진순 작가님(박사,사회운동가,와글 대표)께 감사한 마음뿐이다.
#핸들링
누구의 인생도 완벽하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한 방은 있다. (- 프롤로그 중) 작가님은 그들의 업적에서 작은 한 방을 느끼신 것 같다. 더불어 나는 그들이 자기 삶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사람들이라 느꼈다. 곱게 뻗은 시간 속에서 그들은 핸들을 단단히 붙잡고 좌우로 미세조정하며, 자신의 삶이 한가운데 똑바로 달려나가게끔 운전하는 분들이란 생각이 든다. 단순히 유지를 말하는 게 아니다. 똑바로 가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핸들링한다는 뜻이다. 가만히 잡고 있는 것도, 화려한 퍼포먼스도 아닌 바르게 나아가려는 미세조정의 몸짓. 그들의 한 방 뒤에는 그러한 자기 관리가 있다.
#답은 스스로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타인의 삶을 읽으며 나는 끊임없이 그 답을 찾고자 했었다. 하지만 항상 얻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내가 아직 준비가 덜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다 이 책을 읽으며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답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문제집 뒤에 붙은 답안지처럼 타인의 인생에 내 인생의 답이 붙어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나는 내 답안을 스스로 작성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 답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정답인지 아닌지보다는 만들어가는 과정이 의미 있는 것이리라. 그 과정 속에서 피어날 감동과 반성들, 부끄러움들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분 한분
- 김혜연, 사건에 뛰어든 건 그녀의 남편이지만 그걸 감당해야 하는 사람은 그녀다. 그 두 분이 나에겐 슬픔과 연민을 주지만 그녀는 연민을 받을 존재가 아님을 깨닫는다. 그녀는 훨씬 강해 보인다.
- 이국종, 화면에 드러나는 화려한 능력에 그를 알게 되었지만, 그분의 고민은 화려함과는 전혀 무관하다. 그분이 원하는 걸 끝내 못 이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분의 이야기가 남아 다음에 올 존재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 노태강, 무던한 분이다. 무던해서 못 알아볼 뻔했다. 이번 생에 알고 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임순례, 이분이 좋아하고 지향하는 방향이 나도 좋다. 감독이 좋아 보게 되는 영화는 이번이 처음일 것 같다. 그 영화 속에서 감독님과 만나게 될 것 같다.
- 최현숙, 반대를 끌어안는 사람은 그만큼 커지는 게 아니라 그 개념을 넘어서는 위대함이 된다.
- 구수정, 이분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나는 모순에 빠졌다. 세상이 모순덩어리라 나도 오염된 것이라고 변명할 순 없다. 이젠 더 무거운 입을 가져야겠다.
- 이은재, 자식 사랑의 힘이라기보다는 사회가 가진 통념을 바꾸는 분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힘든 건 자기 생각까지 바꾸는 일일 것이다. 이분은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손아람, 똑똑한 사람이란 나약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
- 장혜영, ‘운명’, ‘인연’ 따위가 무색해지는 순간은 그분의 신념이 나타났을 때다. 어떠한 장애물도 그분의 신념을 막지 못할 것이다. 그 신념은 순수한 사랑에서 생겨났으니깐.
- 윤석남, 그분의 미술 활동은 자기 존재 이유를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염치없지만 부러웠다.
- 황석영, 그분의 삶이 한 편의 드라마 같아서 믿기가 힘들 정도다. 나에겐 그런 드라마 같은 역사 속에 살아 본 적이 없어서 부럽다는 망상이 떠오른다. 그분의 고통을 안다면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것인데.
- 채현국, 이런 위대한 정신을 왜 이제 알았을까. 뱉는 말씀 하나하나가 진리 같다. 하지만 그분은 말씀하신다. 옳고 그름만 따지는 건 생각이 아니라고, 모든 걸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그게 생각하는 거라고. 나에게 답을 주시고 도로 빼앗아 가셨다. 그래도 이분을 이번 생에 알고 가서 정말 다행이다.
- 이진순, 기록한 글들은 오롯이 그들이면서 작가님 자신이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또 좋은 이야기로 만나 뵙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