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7년
에트가르 케레트 지음, 이나경 옮김 / 이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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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 사는 한 작가 이야기



#생활의_기록
이스라엘 작가의 글은 처음 읽어보는데, 이 책을 통해서 좋은 인상을 받게 된 듯하다.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유쾌하고 재기발랄한 글솜씨가 압권이었다. 개인적으론 이기호 작가님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에서 느꼈던 감동과 비슷했다. 전체적으로 ‘생활’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삶이라는 ‘철학적 물음‘이라기보다는 작가가 어떻게 생활해왔는지를 위트있지만 담담하게 써 내려간 책이다. 그러면서도 전하는 바가 많았던 것 같다. 재미있는 묘사에 웃고 슬픈 이야기에 공감하며 작가가 기록한 36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가슴 한켠이 따듯함으로 물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낯선 나라, 익숙한 일상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놀랍게도 흔한 일상이다. 일상적인 기록이지만 읽다 보면 마음속에서 많은 울림이 일었다. 아마도 그 이유는 1) 작가의 국적과 2) 표현 방식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중동 국가란 유럽보다는 훨씬 가깝지만, 달처럼 먼 나라이다. 잦은 테러와 폭격 소식을 듣고 있으면 내가 생각하는 ‘삶’이 그곳에는 없을 것 같아 외면하게 된다. 어쨌든 문제를 일으키는 건 권력자들의 세상이지 일반 서민들 개개인은 어느 편에 서든지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을 것을 안다. 그러므로 작가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산다는 글을 보았을 때 걱정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작가가 들려주는 고민과 어려움, 행복과 즐거움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데에 놀랐었다. 전쟁과 같은 환경적인 문제를 넘어 그들과 우리는 다른 모습, 다른 이념, 다른 언어를 쓰면서 살아가지만, 개개인이 겪는 일상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재치
초반에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처음부터 재치있는 글이 나와서 그런지 강렬했다. 작가의 글들은 표현력이 참 뛰어났고 묘사하는 방향이 유쾌했다. 슬픈 이야기에서도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의 현실’이 가장 힘든 법이다. 하지만 나보다 더 힘들 것 같은 그인데도 글에 무거운 느낌은 없었다. 구성도 멋진 부분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놀이공원>이라는 글이 있는데, 아버지의 친구가 칼날에 손가락이 잘린 산재 이야기로 시작해서 놀이공원 이야기로 연결 짓는데 구성적으로 흥미로웠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프랭크 오코너 국제 단편상 최종 후보에도 오른 단편 소설계의 귀재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의 글은 짧은 단편이지만 재미와 감동, 의미를 적절히 배합한 하나의 맛있는 요리 같다. 그의 다른 요리도 한번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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