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볼
브래들리 소머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세빌 온 록시에서 일어나는 관계와 사건들의 얽힘


#다양한 사람들
<피쉬볼>의 매력은 독특한 인물과 이야기에 있다. 27층에서 떨어지는 금붕어 이언, 남자친구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아파트 계단을 오르는 케이티, 진정한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남자친구 래들리, 사악한 요부 페이, 첫 자연분만을 준비하는 피튜니아 딜라일라,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있는 가스, 은둔형 외톨이 클레어, 자꾸 기억을 잃고 쓰러지는 어린 소년 허먼, 외로운 아파트 관리인 히메네스. 다양한 인물들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작은 아파트 ‘세빌 온 록시’에서 일어난다.


#공감하기 힘든 이야기도 있지만
남자이지만 여장을 하는 가스의 마음에 공감하기는 힘들지만 그의 독백을 읽으며 신기한 경험을 느꼈다. 자연분만하는 피튜니아의 이야기는 너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무서울 정도였지만 모성애가 느껴졌다. 사고로 자꾸 정신을 잃는 허먼은 신비로운 아이인데 슬픈 사연은 안고 있다. 작가가 이 아이를 통해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데 영미권 소설에 동양적 사상의 이야기라 신선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유일한 금붕어인 이언이 4초 만에 27층 높이에서 떨어지고 있다. 그 짧은 순간에도 계속 기억을 까먹는 이언은 금붕어이기에 가능한 자세로 글을 읽는 나에게 깨달음을 준다.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
총 55챕터. 짧게 쓰인 독백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간다. 유명한 소설들이 그렇듯 이 소설도 잘 쓰였고 연결도 매끄럽다. 처음과 끝 챕터는 작가의 독백으로 되어있는데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줘서 특히 좋았다. 끝부분은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라 읽고 또 읽으면서 ‘나도 나중엔 이런 통찰력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피시볼>이 들려준 이야기는 인생이 ‘무조건적인 긍정도 불행도 없다’는 걸 말하면서, ‘계속되는 연속성’임을 보여준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니깐. 그래서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조금 충격적이기도 하다. 이젠 내가 그런 이야기들을 아름답게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만 같아 슬프기도 하지만 그것도 인생의 한 부분인 것을 느끼며 책을 덮었다.

(P374)
이외에도 아주 많은 것이 있었다. 한 사람은 평생의 시간을 살지만, 세빌 온 록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는 4초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몇몇 순간들을 목격했고, 이 도시에, 이 건물에 더 많은 순간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 그 시간 동안 인생은 자연스렇게 흘러가, 모든 사람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하지만 그들의 뜻대로 된 건 아니다. 정말 그렇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지만, 항상 좋은 이유인 건 아니다. 그 이유는 선택, 우연, 운명이거나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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