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패시지 1~2 - 전2권 패시지 3부작
저스틴 크로닝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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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나타난 소녀’, ‘난데없이 나타난 자’, 천 년을 산 ‘최초이자 마지막이며 유일한 자’가 되기 전 그녀는 아이오와주에 사는 에이미라는 어린 소녀에 불과했다. 에이미 하퍼 벨라폰데가 그녀의 이름이었다. (1권 p.9)

 

 

‘에이미, 에이미, 에이미.’

눈을 뜨자 그가 눈앞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에이미가 그에게 다가가 그의 얼굴을 찾아 만약 그에게 눈물이 있었다면 눈물이 지나갔을 자리를 손으로 더듬었다. 두 팔로 그를 끌어안았다. 그렇게 그를 안고 있는 순간 에이미는 자신 안에 있는 다른 어떤 영혼과도 다른, 자신의 영혼이기도 한 그의 영혼의 존재를 느꼈다. 기억이 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눈 쌓인 산속에 있던 집, 호수, 불빛을 뿜어내던 회전목마,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천국의 지붕 아래로 솟구치던 밤 그녀의 손을 잡던 그의 커다란 손의 감각. (2권 p.564)

 

 

 

비밀 프로젝트의 실패로 만들어진 늙지도 죽지도 않는 괴물들의 습격! 인간의 한계를 넘어 신의 영역까지 도달할 수 있는 힘이자 뱀파이어 전설의 원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밝은 빛에 고통을 느끼며 다치지도, 늙지도, 죽지도 않는 몸으로 사람들을 공격한다. 정부는 이 위험하고 강력한 바이러스를 이용한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마지막 실험체로 수녀원에 버려진 어린 소녀 ‘에이미’를 선택한다. 하지만 특수요원 울가스트가 에이미를 구하기 위해 정부를 적으로 돌리면서 모든 것은 위험에 빠진다. 하늘을 날듯이 뛰어다니면서 사람들을 덮치는 괴물들,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지는 바이러스, 붕괴해가는 문명······. 영원히 끝날 것만 같지 않은, 혼돈과 공포의 밤이 시작된다.

 

현대 미국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뱀파이어의 세계. 『패시지』, 『트웰브』, 『시티 오브 미러』로 구성된 패시지 삼부작의 1부인 이 작품은 바이러스를 이용한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가 실패하여 세상 밖으로 괴물들이 풀려나고, 다가오는 세상의 종말 앞에서 인류를 구원할 소녀 에이미가 떠나는 첫 여정을 통해 3부작의 시작을 알린다.

 

무려 527쪽, 575쪽! 그것도 자잘하게 들어박힌 글자들로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벽.돌.책! 아무래도 오래 걸리려나 했는데 이게 웬일이야. 스티븐 킹이 극찬한 소설이라는 걸 내가 잠시 잊었네, 잊었어. 뱀파이어 + 종말 이 둘의 만남은 치명적이다. 정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가독성이 장난 아님. 책 앞에서 아쉬울 정도로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 버린다. “위대한 이야기, 활력적이고, 섬세하며, 눈을 뗄 수 없다.”, “엄청난 대작. 빈틈없는 서사와 상상력의 결과물”, “올해 최고의 스릴러일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어쩌면 지금까지 중 최고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을 향해 쏟아져 내리는 찬사가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 단지 자그마한 불만이 하나 있다면 글씨? 글씨를 조금만 키워주면 안 되나요? 이거 빼곤 모두 다 OK! 만족합니다! 한번 말하기 시작하면 물밀듯이 이야기가 뿜어져 나올 것 같아서 스스로 엄청 자제하는 중! 1부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리고 결국 인간의 욕심이 모든 걸 망친다. 이들의 마지막 희망,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위험과 싸우는 사람들 앞에 홀로 어두운 시대를 걸어온 비밀 프로젝트의 마지막 실험체이자 악몽에 빠진 세계를 깨울 소녀 에이미. 아직 완결이 나려면 한참 멀었지만 벌써부터 대박조짐이 보인다. 내가 올해 본 책들 중에서 단연코 1등! 누가 봐도 후회하지 않을 작품! 작가님 좀 서둘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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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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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

이타적이고 늘 웃는 얼굴에

세상 물정 모르고

큰소리도 내지 않는 사람 말이야.

 

하지만 여기저기서 깨지고 부딪치며 알게 되었지.

착한 사람은 많이 다친다는 걸.

 

내 호의가 타인의 권리가 되고,

나는 착하니까 애써 괜찮았고···

마음 아프지만, 착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모든 사람이 알아주지는 않더라고.

 

그러니까 당신은 착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실 속마음은 세상 착하고 순수하더라도 말이야. (p.6)

 

어쩌면 마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내 마음속에 찌꺼기 같은 감정들이 가득할 때

그 감정들에 집중하고 되새기고 원인을 찾기보다는

내 마음에 좋은 일들을 많이많이 하는 거야.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대화를 하고, 웃고, 울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찌꺼기 같은 감정들이 빠져나가고

내 마음이 씻은 듯 가벼워질 테니까. (p.22)

 

마음 쓰지 마.

어차피 나를 제일 잘 아는 건 나잖아?

그들에게 내 모습을 다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뭐.

맘대로 판단하는 무책임한 말에 상처받을 필요 없어.

 

누가 당신에 대해 헛소리를 하면 콧방귀를 뀌어줘.

자기가 뭘 안다고, 나를 나보다 잘 알아?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데!

 

사람 보는 눈도 없고 말도 함부로 하고

그것참 웃기는 짬뽕이네, 하고 말이야. (p.43)

 

윗사람한테 너무 쩔쩔매지 마.

직급은 계급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내 말은,

저 사람이 나보다 윗사람인 건

회사 한정이라고.

알겠지? 어깨 펴고 고개 들어. (p.82)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가라고 하더라.

진짜 명언이야.

아무렴. 내 기분은 내가 챙겨줘야지. (p.144)

 

 

 

 

 

저마다 개성과 매력을 지닌 라이언, 어피치, 튜브, 콘, 무지, 프로도, 네오, 제이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카카오프렌즈! 이제 다음 차례는 누구?! 호기심 많고 장난기 가득한 무지에 이어 이번에는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새침한 고양이, 카카오프렌즈 대표 패셔니스타 네오다! “진정한 자뻑이라는 건 내가 세상에서 제일 멋지다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별로 멋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믿는 거야.” 공식 연인 프로도와 아옹다옹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네오의 도도한 자신감은 바로 단발머리 ‘가발’에서 나온다는 사실! 이런 네오가 『나를 위해 하다』의 작가 하다와 만났다! 그들이 전하는 ‘일도 사랑도 나답게 하는 법’!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의논이라고 함은 어떤 일에 대하여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는건데 상대방을 힐난하면서 자기 할 말만 하고 나가버리면 어째.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이었나. 나는 아직 사람 보는 눈이 한참은 모자란가보다. 오늘 하루 종일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달아오른다. 이런 헛헛한 마음을 달래고자 만난 네오와 하다 작가. 프롤로그에서부터 마음이 사로잡혔다. 착한 사람이 좋았다. 누구에게든 착한 사람. 착하다. 착하다.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착한 사람이 되고자 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건 상처뿐. 내 욕심이 나를 갉아먹는 줄 몰랐다. 그래서 속에 있는 말을 솔직하게 끄집어냈다. 그랬더니 자기네들 마음이 아픈가보다. 그전부터 나는 속상하고 상처입었는데 말이다. 괜찮냐고? 괜찮지 않다. 속상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가시 돋힌 말만 골라 했다. 이래도 마음이 아프고 저래도 마음이 아프고. 차가워진 날씨만큼이나 차가워진 마음을 이 책으로 위안 삼는다. 언제 어느 때 또 마음에 찌르르 아픔이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괜찮다. “나 이 녀석 지켜볼 거야! 오늘의 어떤 나에게 실망스러운 일이 있다고 다른 나를 다 구박하고, 쓸모없다고 하진 마. 사실 나한테는 무조건 내 편인 나도 있거든. 무조건 내 편인 내가 아주 다 지켜볼 거야. 나 이 녀석, 나를 구박하기만 해보라지.” 이만큼 차 있던 화가 하나둘 밖으로 비워진다. 이제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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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 엄마를 보내고, 기억하며 삶과 이야기 1
이상원 지음 / 갈매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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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말기 진단을 내리면서 의사는 말했다. “외국 사람들은 말기 암 판정을 받으면 고맙다고 한답니다. 치매가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면서요.” 위로의 표현이었다. 남미 여행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 날인 2월 18일에 받은 진단.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극적이었다. (p.88)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은 내게 있다. 하지만 암 진단을 받은 순간 그 결정권은 조각조각 나기 일쑤이다. 한 조각은 의사에게, 다른 조각은 배우자에게, 다른 조각은 자식들에게. 그중 전문가는 의사 하나다. 전문가는 매뉴얼대로 치료법을 제안한다. 전이가 없다면 수술, 전이가 되었다면 항암제. 항암제는 이걸 써보고 효과가 없으면 저걸 쓴다. 이것과 저것을 섞어서 쓰기도 한다. 아직 유효한 상세 매뉴얼이 없구나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 배우자나 자식들은 대부분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결정권은 행사하려 든다. 환자 본인은 병의 고통 때문에, 혹은 심리적 충격 때문에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p.115)

 

심심하게 짝이 없어 보이는 엄마의 그 시간은 어쩌면 죽음 앞에서 거쳐야 할 통과의례인지도 몰랐다. 예전에 나는 시한부 선고를 받더라도 평소와 다름없이 살다 가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건 비현실적인 생각이었다. 죽음이 코앞에서 기다린다는 것을 아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뀌기 때문이다. 우선 내가 달라진다. 삶에서 중요했던 많은 것들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남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친구들과 전처럼 마음 편하게 웃고 떠들 수가 없다. 아마 나도 엄마가 그랬듯 혼자서 가만히 누워 죽음의 순간을 기다리게 되지 않을까. (p.124)

 

엄마는 촛불이 꺼지듯 떠났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는 서서히 조금씩 타들어간다는 것을 옆에서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가시기 얼마 전에 성 선생님 시아버님의 갑작스러운 부고가 왔다. 암 진단을 받고 막 치료를 시작하려는 와중에, 병원 침대에서 멀쩡하게 대화도 하다가 머리가 좀 아프다고 하더니 순식간에 떠나셨다고 했다. 문상을 갈 수는 없었지만 얼마나 황망한 마음일지 짐작이 갔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촛불이 꺼지듯 가는 것과 느닷없이 순식간에 가는 것 중에서 무엇이 더 나을까. 내가 가는 입장이라면 순식간에 가는 것이 좋겠고 보내는 입장에서는 그래도 서서히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 호스피스 수녀님도 그런 얘기를 했다. 엄마가 자식들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많이 주는 거라고. 엄마 자신은 도대체 왜 안 가는지 모르겠다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냐고 말하면서 몇 번이고 한탄을 했지만 말이다. (p.162)

 

 

 

80세 엄마와 50세 딸이 한 달 동안 남미 여행을 떠난다. 두 사람은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사람, 언어, 문화와 역사를 만나고 돌아온다. 그리고 다음 날, 80세를 여행하는 한 해로 삼겠다던 엄마는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는다. 영화나 소설 속의 한 장면처럼. 엄마와 함께한 한 번의 여행, 한 번의 이별, 그리고 한 권의 일기.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이 책은 엄마를 떠나보내기 전, 그리고 떠나보내고 난 후에 엄마와 동행한 시간을 돌아본 딸의 기록이다. 엄마와 함께한 여행을 통해 저자는 담담하게 들여다본다. 낯선 곳을 여행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소중한 사람이 병마와 싸울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잘 알지 못했던 엄마는 어떤 사람인지.

 

 

미처 알지 못했던 엄마의 삶, 언젠가는 찾아올 엄마와의 이별. 세 번의 여행을 통해 딸은 엄마의 삶을, 엄마와의 이별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기록한다. 죽음 앞에 누구도 예외란 없다. 사전에 미리 알았다고 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어느 누가 죽음 앞에서 초연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게 내 가족이라면? 그중에서도 엄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아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준비할 수 없는 이별 죽음. 엄마가 남긴 일기를 읽으며 마주한 엄마의 삶은 슬프다 못해 애잔하다. 엄마.. 우리는 언제나 죽음 앞에서 나약하게 무너져 버린다. 아무리 많은 재산도 권력도 죽음 앞에서는 다 부질없다. 내가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도저히 버텨낼 자신이 없다.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그냥 지금 현재에 충실하자. 내가 할 수 있을 만큼의 표현을 하고 내가 할 수 있을 만큼의 관심을 내보이자. 언제가 될지 모를 그날에 내가 조금이라도 덜 후회할 수 있도록. 이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까.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저자가 참 많이 부럽다. 이렇게라도 엄마를 추억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다시 엄마와 마주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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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제왕업 - 상.하 세트 - 전2권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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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요! 드라마도 꼭 챙겨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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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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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마에 유키코가 죽은 것은 5월 중순의 월요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 사실을 안 것은 다음날인 화요일이었다. (p.15)

 

미야마에 유키코의 죽음을 안 후 하룻밤이 지났다. 학교에서는 일찌감치 엄숙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없었다. 유키코의 반이었던 3학년 2반조차도 웃음소리가 난다. 동급생의 죽음이라는 것도 어차피 이 정도일 뿐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신경 쓰이는 소문이 귀에 들어왔다. 그 내용은 미즈무라 히로코가 했던 말의 내용과 일치했다. 즉 미야마에 유키코가 임신했던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소문의 출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내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내용이 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 쉬운 것이었기 때문에 놀랄 만큼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p.36)

 

유키코의 죽음을 알았을 때 나는 수없이 돌아봤다. 그때 느꼈던 감정의 기복이 연인을 잃은 남자의 것으로 어울리는지, 내게는 전혀 자신이 없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또 다른 자신이 지켜보면서 그런 계산을 하는 것 자체가 최악의 인간이라는 증거라고 귀에서 속삭였다. (p.56)

 

나는 늘 하던 대로 침대에 누워 내가 한 일을 회상했다. 내 행동은 유키코의 연인으로 어울리는 것이었나. 만약 저 세상이라는 게 있어서 그곳에서 유키코가 보고 있다면 조금이라도 만족해줄까. 그리고 내가 받은 상처는 내가 저지른 죄로 보건데 타당한 것일까. 아니,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다. 죗값을 치르기에는 아직 멀었다. 그런제 이제 뭘 더 해야 좋을까. (p.100)

 

정문을 지나는 순간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항상 한 대도 주차되어 있지 않은 내빈 주차장에 경찰차 두 대와 낯선 세단이 두 대, 그리고 왜건이 한 대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또 다른 이변을 느꼈다.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학생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바로 눈을 피했는데 나를 본 것은 틀림없었다. (p.125)

 

 

 

 

한 여고생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녀의 이름은 유키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그녀를 쫓았던 사람들은 알고 보니 학생부 지도 교사 미사키 선생이었다. 야구부 주장 니시하라 소이치는 자신과 관계가 있던 유키코의 사고에 책임을 느껴 미사키 선생을 규탄하기로 한다. 다른 학생들도 가세해서 항의 운동이 일파만파로 커지던 어느 날, 미사키 선생이 교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때마침 알리바이가 없고 미사키 선생을 증오한다고 알려진 니시하라 소이치가 유력 용의자로 몰린다. 이에 순식간에 전교생이 자신을 의심하게 된 상황에 놓인 니시하라는 독자적으로 범인을 찾아 나선다. “나는 범인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해야만한다.” 이 사건에 얽힌 진실은 무엇일까? 

 

 

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터리의 전환점이 된 바로 그 작품! 《방과 후》를 잇는 명품 학원 미스터리!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믿고 본다. 재밌다. 흥미진진하다. 읽을수록 빠져드는 작품!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 버리는지 모르겠다. 자꾸 이런 말을 해서 식상할지 모르겠지만 이러니 그의 작품이라면 무조건적일 수밖에 없다. 혼자서 추리해가는 재미가 솔솔하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들을 이끌기보다는 억압하고 통제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는 교사와 그런 어른들을 믿지 못하는 학생들. 가뜩이나 사이가 벌어진 가운데 일어난 유키코의 죽음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런 혼란을 틈타 또다시 살인을 저지르고 저자는 이를 통해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일들을 거침없이 내보인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마치 사회 안에 속한 또 다른 사회를 보는 것 같다. 수십 년이 지나 재출간되었음에도 그의 저력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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