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ㅣ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인생이 여행이듯 도시도 여행이다. 인간이 생로병사하듯 도시도 흥망성쇠한다. 인간이 그러하듯 도시 역시 끊임없이 그 안에서 생의 에너지를 찾아내고 새로워지고 자라고 변화하며 진화해나가는 존재다. 그래서 흥미진진하다. 도시를 새삼 발견해보자. 도시에서 살고 일하고 거닐고 노니는 삶의 의미를 발견해보자. 도시 이야기에 끝은 없다. (p.6)
도시의 가장 근본 조건인 ‘익명성’과 도시 공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길’을 만나면서 도시는 다채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질서와 무질서, 컨트롤과 자율, 신뢰와 불신, 효율과 비효율, 안전과 불안, 행정과 자치, 성격과 이미지 등 인간 사회를 이루는 기본적인 관계가 형성되고 또 그에 대한 가치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도시를 권력의 중심, 풍부한 일자리, 높은 수준의 교육 기회, 편리한 거주환경, 다양한 경제활동의 공간, 혁신적 기술 실험장, 풍성한 소비활동 공간 등으로 정의하는 것은 물론 유효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도시에 대한 최고의 정의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사는 공간’이다. 우리의 심리 측면에서 그렇고 사회를 운영하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바로 익명성이라는 토대 위에 도시가 구성된다. (p.32)
도시 공간 중에서도 권력 공간은 특히 우리가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지향하는지, 우리가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또는 중심을 잡아가고 있는지 우리 사회의 수준과 모순과 지향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권력 공간의 모습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빼어 닮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권력인가, 권위인가? 두려움인가, 신뢰인가? 존경인가, 사랑인가? 하향식인가, 상향식인가? 소통인가, 지시인가? 권력의 축은 어떻게 움직이며, 눈에 보이는 권력과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의 관계는 무엇인가? 어떤 공간이 건강한 권력 개념을 만드는가? 인간들이 모여 사는 한 불가피하게 등장하는 권력의 존재, 그 건강함을 기대한다. (p.98)
한 인간이 사는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지만, 이 기억과 기록은 씨앗이 된다. 기록은 기억의 단초가 되고, 기억은 이야기의 원천이 된다. 기록이 풍부할수록 혼자만의 기억이 아니라 여럿이 또는 동시대인이 같이 공유하는 집합 기억이 되고, 그 기억은 시간을 뛰어넘는 집합 기억으로 이어진다. 도시는 온전히 그러한 집합 기억의 풍요로운 저장소다. (p.120)
도시건축가 김진애의 도시 3부작 <우리 도시 예찬>, <도시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에 이은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사람이 들어오면 도시는 이야기가 된다” 도시 이야기엔 끝이 없다. 권력이 우당탕탕 만들어내는 이야기, 갖은 욕망이 빚어내는 부질없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는 이야기,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얽히며 벌이는 온갖 갈등의 이야기, 보잘것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삶의 세세한 무늬를 그려가는 이야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수많은 인간관계의 선을 잇는 이야기,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인간의 한계를 일깨우는 이야기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도시 안에 녹아 있다.
쨍그랑, 어디선가 편견과 선입견이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도시 이야기가 이렇게나 재미있을 줄이야. 익명성, 권력과 권위, 기억과 기록, 알므로 예찬, 대비로 통찰, 스토리텔링, 코딩과 디코딩, 욕망과 탐욕, 부패에의 유혹, 이상해하는 능력, 돈과 표, 진화와 돌연변이까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도시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바꾸어 놓는다.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도시 또한 얼마든지 이야기로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도시 문제가 우리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도시를 이해함으로써 우리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여실히 깨닫게 해준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나의 동네, 나의 도시를 긍정하게 되는 안목을 키우고, 나의 미래를 도시의 미래와 연관지어 생각하게 할 정도로 시야를 넓게 트이게 해준다. 그야말로 권력 공간부터 일상 공간까지 더 나은 도시적 삶을 꿈꾸게 하는 책!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에 의문을 느끼고 도시라는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고민하고, 답을 찾고, 선택을 하고, 도시에 담겨 있는 다양한 의미를 들여다보며 도시가 삶과 얼마나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