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독립적인 겁니다 - 조금 불편해도, 내 소신껏
최명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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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확실하고,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꿈을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삶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는 삶과 같습니다. 일단 무언가에 내 인생을 저당 잡히면, 그만큼 나는 자기 독립적으로 살 수 없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가난을 이겨냈다는 말은, 솔직히 헛소리 입니다. 일단 ‘절대 가난’에 빠지면, 혼자 힘으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절대 가난은 개미지옥과도 같아요. 현재를 굳건히 하는 것, 그것이 자기 독립적으로 내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분명한 방법입니다. 매일을 잘 살다 보면 성공하는 것이지, 성공을 위해서 현재를 거지처럼 살아선 안 되는 것 입니다. 하루하루 행복한 삶은 결과와 상관없이 내 인생에 무언가를 남깁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았는데 불운으로 인해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면, 인생이 날아가 버린다는 사실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p.20)

 

우리는 남의 마음을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의 마음뿐입니다. 나의 마음이 바뀌면, 나의 행동이 바뀝니다. 그런데 나의 행동이 바뀌면, 나를 대하는 타인의 행동도 바뀝니다. 내가 불편하면 남이 편하고, 내가 편하면 남이 불편합니다. 자신이 불편하지 않기 위해서는 나를 계속 불편하게 해야 합니다. 내가 불편한 만큼 자신이 편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남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남을 불편하게 하면 내 마음이 편치 않죠. 남을 불편하게 해도 견뎌낼 수 있는 마음이 되어야 남을 불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즉, 객관적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장애물을 제거해야 하는 것입니다. (p.124)

 

물리적·정신적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상에 공짜란 없습니다. 내 삶을 진두지휘하는 멋진 선장이 되는 데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을까요? ‘열심히 하지 않는 삶,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삶’이란 목표를 이루는 데도 역설적으로 정말 치열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남의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고 내 갈 길을 가려면, 그만큼 나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p.161)

 

가장 아름다운 인간관계는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며 필요할 때 대가를 바라지 않고 배려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그런 좋은 배려가 많아질수록 내 삶은 훨씬 풍부해지고, 나는 더욱 힘차게 내 인생을 끌고 나갈 동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안타깝게도 내게 독이 되는 배려 역시 존재합니다. 배려라는 귀한 단어에 부정적인 수식어를 쓰는 것이 저로서도 속상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좋은 배려를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저 중요한 것은 독이 되는 배려를 피하는 것입니다. 내 인생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데 잊어선 안 될 중요한 진실입니다. (p.231)

 

책을 읽기에 앞서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나는 이기적인 걸까, 독립적인 걸까. 모르겠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구분하기가 상당히 애매모호하다. 세상 사람 모두가 똑같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살아간다면 이런 고민 따위는 하지도 않겠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다르니까. 저자는 말한다. “세상 사람 모두가 정해진 기준에 맞춰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남과 다르게,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도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사람을 ‘독립적’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이 영 불편한 사람들을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독립적’이라고 진단한다. 독립적인 사람은 세상이 만들어놓은 기준, 타인의 온갖 간섭과 지적, 나 자신을 속이는 내 안의 가짜감정과 가짜욕구를 따라가면서도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끌려가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진정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다면 나 자신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고정관념으로부터, 맹목적인 감정으로부터, 속박하는 심리적 관계로부터, 오래된 습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그렇게, 자유를 획득하면 획득할수록 우리는 점점 더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가는 것이다. 자기 독립적인 삶은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는 삶이 아니다. 오히려 안 되는 일은 안 할 수 있어야 자기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가능하면 나에게 유리한 환경을 탐색해 추구하는 것이 자기 독립적인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독립적인 성향을 갖고 있으면서도 진정한 자기 독립을 이루지 못한 이들에게, 자기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단계별로 콕콕 알기 쉽게 짚어준다. 사실 자기 독립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시도하면서 자기에게 맞는 삶을 찾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한다. 또한 인간은 언제나 흔들릴 수 있는 존재이기에 진정한 자기 독립을 이룬 후에도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가야만 한다. 저자는 이를 높이뛰기에 비유한다. ‘준비 운동-도움닫기-발 구르기-공중 동작-착지’에 이르는 높이뛰기의 전 단계는 인생을 다른 차원으로 도약시키는 과정과 많이 닮아있다. 그는 이 과정에 지금까지의 자기 삶을 돌아보며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소신껏 살아가기 위한 마음가짐, 자기 독립 선언을 위해 자신을 변화시키는 방법, 온갖 장애물을 뒤로하고 내 식대로 살기로 했을 때 마주하는 문제와 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 자기 독립적인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알기 쉽게 담아낸다. 이기적? 독립적? 내 식대로 살고 싶다면 안간힘을 써서 변화해야 한다. 이젠 끌려가기보다는 내가 스스로 이끌어가야 할 때.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에서 벗어난다면 우리는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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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네가 나를 그리워했으면 좋겠다
그림은 지음 / 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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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소소한 일상조차 물을 수 없는

아무 사이도 아닌 사람들보다 더 멀어진 우리.

불쑥 어제의 슬픔과 아픔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눈물의 무게가 이리도 가벼웠던가.

그렁그렁 차오른 눈물이 내가 어디에 있든

어떤 시간을 지나가고 있든

누구와 함께 있든 대책없이 흘러내린다.

너라는 존재로 충만했던 일상도

하나씩 무너져 내린다

네가 없는 하루가 또 시작된다. (p.18)

 

수많은 나의 조각이

수많은 너의 조각을 찾아낸다.

여전히 지우지 못한 사진과

버리지 못한 기억이 있고

여전히 자리잡은 마음이

이곳에 있다.

조각나버린 지난날을

위태로이 잡고 있는

수많은 내가 여기에 있다. (P.36)

 

눈길이 닿는 거리마다

너와의 기억이 꽃잎처럼 내려앉는다.

내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할 너의 봄이 떠올라

나는 다시 무너져버린다.

모두 잊고자 잠을 청하고, 청하고, 청해본다.

흐르는 기억을 막으려 애써본다. (P.49)

 

아무리 지난날이 아름다웠다 되새겨도

문득 그날의 상처가, 그날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때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은 아름답게 변해도

추억이 색색이 고운 빛깔의 옷을 입어도

가슴은 그날의 아픔을 기억한다. (P.63)

 

오늘의 나를 자책하지 말고

오늘의 나를 이끌어 낸

오늘의 더딘 발걸음

오늘의 쉼

오늘의 생각들

모두 빛나고 있음을 잊지 말자.

작은 발걸음에 힘을 실어

하루하루 반짝이는 삶을 살자.

당신이 내딛는 모든 걸음이 헛되지 않음을

지나온 걸음걸음마다 빛나고 있음을 잊지 말자. (P.122)

 

 

사랑도 일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비어가는 통장 잔고가 마치 나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누구도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어줄 것 같지 않았다. 결국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던 날. 하고픈 말을 삼켜낸 내가 처연해서 눈물 흘리던 날이 있었기에 나는 안다. 바스러질 것만 같은 마음들을. 나는 홀로 서 있는 당신을 응원한다. 결코 당신은 작은 사람이 아니다. 당신의 봄은 오고 있다. 책을 읽기 전 읽은 프롤로그에서부터 마음에 천천히 녹아든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 좋은글과 그림이 함께 어우러지니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누군가의 지나가는 말에도 쉬이 상처받아서 말을 이쁘게 하는 사람이 좋다는 작가님. 그래서인지 글 하나하나에 담긴 진심어린 말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시간이 약이라고 내가 수차례 내뱉은 말이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나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옆에서 누가 뭐라든 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 충고도 조언도 진심이 담긴 위로 모두 전혀 힘이 되지 않는다. 오직 그만 보이고 그녀만 보인다. 함께 시작했으나 혼자 끝내 버리는 사랑 앞에서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들뜬 사랑의 열병, 혼자 감당 하기 힘든 고통의 나날들. 그리움에서 외로움으로 그리고 다시 쓸쓸함으로 상처받고 아픈 마음이지만 그럼에도 좀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간절함에 마음은 싸움이 끊이질 않는 전쟁터. 시간이 제법 지나고 나서야 그간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곁에서 나를 위로해주던 친구, 힘겨워하는 나를 걱정스런 눈으로 지켜봐주던 가족들의 따뜻한 마음, 그리고 지난 시간 행복했던 그 추억들은 따끔따끔 아프긴 하지만 고스란히 기억에 남아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되어준다. 그래서 힘들어도 힘들지가 않았다. 이제 나는 이미 다 겪을만큼 겪고 정착을 했다지만 누군가는 지금쯤 사랑을 하고 또 이별에 아파하며 이겨내고 있는 중일 테지. 조금 서투르고 느려도 괜찮다. 충분히 사랑하고 또 그만큼 충분히 아파하고 그렇게 성장해갔으면 한다. 이별은 언제나 아프다. 하지만 그렇다고 겁내지는 말자. 겨울은 가고 또 다시 봄은 찾아오니까. 우리 사랑은 언제나 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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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서운하게 하는 것 모두 안녕히
김민준 지음 / 자화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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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그 목소리를 듣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용기를 전해준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도 그만큼의 용기를 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리하여 물고기는 계속하여 앞으로 헤엄을 쳤다. 끝내 작은 이슬이 이파리의 끝자락에 당도하였을 때, 그 아슬아슬한 기울어짐 속에서 작은 물고기는 생각했다.

“소중한 존재를 지니게 된다는 게, 이렇게나 감사한 일인 줄은 몰랐어.” (숲 _ p.16)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은 우리를 서운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것보다 우리를 더욱 눈물겹게 하는 것은 어디에도 나를 기다려주는 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슬픔에 당당해지려면 혼자서도 걸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갈 곳이 없으니, 나아갈 이유도 희미해지는 것을 느낀다. 무릇 외로움이란 ‘더 열심히’라는 것으로 쉽게 견뎌지지 않는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슬픈 나 어제의 지금 _ p.75)

 

아마도 나는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계속해서 나를 붙잡던 당신에게 기여코 차갑게 선을 그을 수밖에는 없었던 나를 용서해줘요. 아마도 마음에도 국경이란 게 있나봐요. 한 번 선을 넘으면 다시는 함부로 돌아올 수가 없는 그런 경계가 있나 봐요. 나는 우리가 아직 가까이 있지만, 그 선을 넘었다고 생각해요. 마음의 국경 같은 거 말이예요. (우리의 마지막 바다 _ p.137)

 

세상에는 아름다운 순응과, 변화도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의 일상에서 도태되지 않고, 그들의 삶 속에서 깊이 있는 맛을 선사하려면 새로운 시도도 마땅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또한 그것이 결코 전통에 대한 기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모두가 지켜온 시간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한 의미 있는 도전이라는 것을. (바다거북은 태어나자마자 어딘가를 향한다 _ p.174)

 

이번 한 달만 버티면, 몇 년 만 더 고생하면, 그러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니, 우리 행복을 방해하는 요인들에는 시간제한이 있는 게 아니다.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일들은 언제 어디에서 즐비하다. 우리는 그러한 상념들로부터 영원히 졸업할 수 없다. 그러니 언젠가는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보다는, 지금 이 순간부터 행복한 이유들에 대해 고심해보는 편이 더 나았던 것이다. 앞서 누군가에게 말했듯이, 이미 나는 어른이었고, 행복은 나중에 오는 게 아니니까. (소설가 K의 일상 _ p.212)

 

 

 

첫 번째 이야기 <숲>은 평생을 이슬방울 안에서 살아온 작은 물고기와 그런 물고기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주는 이름 모를 존재에 관한 이야기로 이슬 안의 작은 물고기는 이름 모를 존재가 나타나기 전까지 이슬 안에서 숨 쉬고 헤엄치고, 꿈을 꾸었지만, 반짝이는 그 물방울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존재였다. 물고기에게 이슬이란 자신을 살게 하는 세계이면서 동시에 벽이었고, 그에게 주어진 자유이자, 구속이었던 것이다. 그런 물고기에 갑자기 나타난 이름 모를 목소리의 존재는 위안이었다.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고 난 이후부터 서로를 의식하고 받아들이며 서로의 쓸쓸함을 위로해주고 고민을 들어주는 등 끊임없이 서로를 위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외로운 생활 속에서 서로의 목소리를 느끼고 영혼의 대화를 나누는 존재는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했던 것이다. 목소리에게 자신의 용기를 전해주고 싶었던 이슬 안의 작은 물고기는 자신에게 주어진 세계를 이탈하였고, 새까만 어둠 속의 목소리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에워싸고 있던 껍데기를 깨부수고 나와 새로운 인연을 향해 뻗어 나갔다.

두 번째 이야기 <슬픈 나 어제의 지금>은 진단명조차 알 수 없는 원인불명의 피부병으로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한 남자의 이야기로 주인공인 남자는 이 일이 생기기 전까지 누군가에게 일어난 좋지 않은 일을 가지고 사실과 추측을 뒤섞은 모호한 기사를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등 타인의 아픔을 이용하여 월급을 받아 챙기던 기자였다. 하지만 병을 얻은 이후로는 홀로 방안에 틀어박혀 오직 인터넷 창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 선배와의 만남으로 세상에 발을 내딛고 그에 용기를 얻어 숨겨왔던 자신을 내보이지만 그것은 다시 고스란히 그에게 상처로 되돌아온다.

세 번째 이야기 <우리의 마지막 바다>는 헤어지는 연인의 이야기다. 한때는 서로 사랑했지만 점점 서로의 마음이 엇갈리면서 한 사람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서운함을 느끼고 나머지 한 사람에게는 그 마음이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이제는 헤어질 수밖에 없는 연인들의 애틋한 마음을 글로 담담히 담아낸다.

네 번째 이야기 <바다거북은 태어나자마자 어딘가를 향한다>는 초밥 명인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로하의 이야기로 그의 집안은 대대손손 초밥 명인의 길을 걷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는 자신이 그 자격에 충족되지 못함을 뉘우치는 중이다. 그의 스승이자 아버지는 일찍이 초밥 명인으로 명성이 자자하였지만 지금은 은퇴를 할 시기가 되어 이후에 자신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심하는 중이고 하나 있는 그의 아들은 일찍이 초밥의 길을 잇지 않겠다고 선포를 해 놓은 상황. 이로하는 자신이 지켜온 것을 고수하기보다는 계속 갈고 닦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자신의 스승인 아버지와 자신의 꿈을 찾아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초밥이 아닌 사진가를 꿈꾸는 아들을 보며 자기 자신을 되돌아본다.

다섯 번째 이야기 <소설가 K의 일상>은 허구의 인물 K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짧은 소설이다. 스승님에게 문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글을 써볼 것을 권유받은 주인공 K. 깊이 고심해보겠다고 하지만 그는 사실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그저 그는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소설을 쓸 뿐이다. 이 땅에 이런 이야기가 하나쯤 있으면 진심어린 미소를 짓고 눈물 흘릴 일이 하나 정도는 더 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에게 글을 쓰는 일이란 윤곽만 지니고 있던 숨겨진 자아의 투영과도 같다. 그 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자신과 마주 닿아 있다. 그는 그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실존하며 숨을 쉬고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니 한 권의 소설이란 단순한 허구의 세계가 아니라, 누군가의 속사성이며 오래된 비밀이자, 잊을 수 없는 기억의 공간인 것이다. 책을 펼치면 언제든 그곳에 발을 내딛을 수가 있다.

책은 다섯 편의 짧은 소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과 함께 위로의 메시지를 담아낸다. <숲>에서 이슬 안의 작은 물고기는 누군가에게 용기를 전해준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도 그만큼의 용기를 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소중한 친구를 만나고 그에게 닿기 위해 자신이 태어나고 평생 살아온 이슬 안에서 박차고 나온다. 어느새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 버린 그를 위해서 그리고 제 자신을 위해서 두렵고 막막하고 어렵지만 그것을 넘어선다. <슬픈 나 어제의 지금>에서 주인공인 남자는 혼자만의 시간속에서 자기 자신을 뒤돌다본다.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것들이 흐릿해져 가지만 성취했던 것을 포기하고 나니 자신을 조여오던 스스로의 감옥창살이 얇아져 가고 있음을 느낀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니 그제야 자신의 본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대학 선배와의 만남으로 과거 그가 선배에게 전해주었던 마음을 다시 되돌려받으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지만 슬픔은 소리없이 찾아와 그에게 또다시 깊은 상처를 남긴다. 상처를 주기란 쉽다. 하지만 그 상처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 주인공 남자가 겪고 있는 고독감과 외로움의 깊이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려 하지만 그 상처의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우리의 마지막 바다>에서는 행복했던 시간들이 이제는 서로의 마음에 멍을 들게 하는 말이 되어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이어 나간다. 이별 앞에서 뒤늦은 후회와 미안함 마음이 교차하고 과거의 아련했던 마음들이 스멀스멀 피어 오른다. <바다거북은 태어나자마자 어딘가를 향한다>는 자신이 원하는 삶이란 무엇이며 어디에 중점을 두고 살아가야 하는지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들이자 아버지인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나 자신의 자아를 일깨워준다. 스스로의 삶을 쟁취하는 아들과 자신의 아버지 사이에서 끼여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가장의 이야기에 적잖은 감동이 밀려온다. 마지막 <소설가 K의 일상>에서 주인공 K는 인간이 어떤 순간순간의 모음으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진정한 행복이란 개별적인 즐거움 하나하나에 깊이 몰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고, 각각의 주어진 순간 자체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야 진실로 행복한 삶을 경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작가는 본인의 이야기가 절대 아니라고 하지만 어째 읽으면 읽을수록 그와 반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잠깐이라마 작가님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던 아니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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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미니북)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하소연 옮김 / 자화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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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는 내가 경멸하고 비웃는 세상의 모든 것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그에게는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개성이 있었고, 고양된 감수성과 예리한 민감성도 존재했다. 그러한 민감성은 ‘창조적 기질’이라고 그럴듯하게 불리는 무기력하고 활기 없는 감수성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였다. 그것은 희망을 갖게 하는 탁월한 재능이었으며 ‘로맨틱한 기민함’과 같은 것인데,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일찍이 발견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은 기질이었다. (p.11)

 

연주가 시작되었으나 내 귀엔 제대로 들려오지 않았다. 나의 눈에 개츠비의 모습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대리석 층계 위에 혼자 서서 손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햇볕에 그을린 피부는 얼굴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고 그의 짧은 머리카락은 매일 단정하게 손질되고 있다는 인상을 풍겼다. 그에게서 나쁜 사람일 거란 인상을 주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파티의 분위기가 고조될수록 그는 더욱 바른 자세를 보이며 빈틈이 없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끝나자 여자들은 흐트러지는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였다. 남자들의 가슴으로, 심지어는 무리 속으로 뒤로 넘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개츠비에게는 함부로 하지 못했다. (p.93)

 

데이지가 갑자기 개츠비의 팔짱을 꼈다. 그러나 개츠비는 지금 자신이 한 말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어 팔짱을 낀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아마도 그에게 녹색등이 가지고 있던 거대한 의미가 지금은 영원히 소멸해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자신과 데이지를 갈라놓고 있던 그 끝없는 거리에 비하면, 등불은 바로 그녀 옆에, 그녀를 만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는 것처럼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바라던 것이 현실이 되었고, 그것은 잔교 위에서 깜빡이는 단순한 녹색등에 지나지 않게 되어 버렸다. 그를 사로잡던 것 중의 하나가 줄어든 것이다. (p.162)

 

“그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어요.”

갑자기 그가 이렇게 말했다. 그랬다. 그때까지 나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분명 돈으로 가득 찬 목소리였다. 파도치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의 매력은 바로 그것이었다. 딸랑거리는 그 울림, 그 심벌즈의 노래, 그것은 돈의 소리였다. 높은 곳의 흰 궁전에 사는 공주, 황금의 여자······. (p.210)

 

실제로 그는 그녀의 손을 잡을 권리조차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녀를 얻으려고 했다. 자기 자신을 경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분명히 거짓으로 그녀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이 많은 백만장자인 척하며 자신을 속였던 것은 아니다. 그는 다른 식으로 그녀에게 어떤 안정감을 갖게 만들었다. 상류사회 출신이고, 충분히 그녀를 돌봐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믿게 했다. 사실 그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배경이 되어 줄 만한 유복한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정부가 하라는 대로 세계 어느 곳으로 쫓겨 갈지도 모르는 비참한 신세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경멸하지 않았고, 또한 일의 전개도 그의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아마 그는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손에 넣고 도망갈 생각이었을 것이다. (p.268)

 

 

주인공인 개츠비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단한 야심가로 출세를 꿈꾼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대위로 임관되어 참전하였고, 테일러 기지에 주둔하던 중에 교양 있는 상류층 여인 데이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는 자신이 데이지의 집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어쩔 수 없는 우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무일푼인 청년에 불과했고, 지금 정체를 감추고 있는 군복이 언제 어느 때에 어깨에서 벗겨질지 모르는 형편이었다. 따라서 그는 교묘하게 현재를 최대한 이용했고, 손에 들어오는 것은 무엇이든 탐욕스럽게 주저하지 않고 손에 넣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해외로 파병되었고, 종전 후 귀향하려고 했으나 군의 명령으로 옥스퍼드로 가게 된다. 그 사이 개츠비가 돌아오지 않자 불안해하던 데이지는 사교계에 진출하게 되고, 사랑의 힘이든 돈의 힘이든 아니면 저항하기 어려운 현실의 요청이든, 어떤 힘에 의해 자신의 생활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시카고 출신의 부호 톰 뷰캐넌과 결혼해 버린다. 뒤늦게 이 소식을 듣게 된 개츠비는 데이지를 다시 찾기 위해 부자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그 이후 불법적인 일을 하며 갑부가 된 개츠비는 데이지가 사는 곳 맞은편 해안가에 저택을 사서 매주 파티를 벌이며 데이지가 자신을 방문하길 희망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데이지를 만나게 되고 과거의 사랑을 다시 되돌리고자 하지만 사랑과 꿈을 모두 잃은 채 모두에게 배신을 당하게 된다.

 

책은 얼핏 젊은 연인의 사랑과 낭만을 이야기하는 로맨스 소설로 보이지만 그 속엔 1920년대 미국의 사회상이 보다 자세히 담겨있다. 소설 속 화자인 닉 캐러웨이가 묘사하던 시대는 제 1차 세계대전 직후인 일명 재즈시대라고 불리는 시대였다. 미국은 급격한 산업화와 전쟁의 승리로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얻었지만 전쟁이 가져다분 참혹한 잔상을 경험한 젊은이들이 많았다. 잃어버린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자신의 삶에 환멸을 느끼고 새로운 것을 찾아 유럽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도 삶의 중심을 찾지 못하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위대한 개츠비> 그 당시의 인물과 배경을 설명하며 이를 날카롭게 묘사해낸다. 신흥부자를 대표하는 개츠비와 집안 대대로 전통부자였던 톰 뷰캐넌과 데이지. 이들의 차이는 행동과 가치관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돈으로 만들어 낸 화려한 파티를 통해 자신의 부를 과시하던 개츠비와 유명인이지만 교양 없는 사람들의 낯선 방문이 복잡하다며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톰과 데이지의 행동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개츠비가 살던 웨스트에그와 데이지가 살던 이스트에스의 동네 분위기와 이웃주민들을 묘사하는 글에서도 자세히 나타난다.

 

끝내 데이지의 진정한 사랑을 얻지 못하고 허망하게 죽고 만 개츠비. 그는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자유로운 몸이 되면 두 사람은 루이빌로 돌아가 결혼을 할 예정이었으니까. 마치 5년 전에 그렇게 할 뻔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변했다. 처음에 그녀의 마음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그녀는 부를 둘러싸고 오직 욕망으로 뒤덮힌 여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톰 뷰캐넌은 그녀의 허영심을 채워줄 수 있는 남자였다. 모든 것이 너무나 경솔하고 또 복잡하게 뒤얽혀 있다. 그들은 개츠비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 일에 대해서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결국 개츠비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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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미니북)
조지 오웰 지음, 하소연 옮김 / 자화상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동물들,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 결심이 절대로 흔들리지 말고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들이 동물들과 공동으로 이해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나, 인간이 번영해야 동물들도 번영한다는 감언이설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눈 멀고 귀 머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합시다. 전부 다 새빨간 거짓들이오. 인간들의 본심은 자신들 이외는 어떤 동물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챙겨 주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이러한 투쟁을 하기 위해선 완벽하게 단결해야 하고 인간들은 우리 모두의 적이며, 모든 동물은 우리가 동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p.18)

 

다음 날 아침, 새벽에 잠에서 깨어난 동물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새벽에 일어났지만 전날의 승리를 기억해 내며 모두 함께 목초지로 달려 나갔다. 목초지 아래에는 한눈에 농장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작은 둔덕이 하나 있었다. 상쾌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동물들은 그 둔덕 꼭대기에 모두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이 모두가 자신들의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 눈앞에 펼쳐 있는 모든 것들이 우리 동물들의 소유가 된 것이다!”

동물들은 모든 것이 자신들의 소유가 됐다는 생각에 흥겨워 폴짝거리며 공중으로 깡충깡충 뛰며 기쁨을 만족했다. 달콤한 풀을 한입가득 씹으며 이슬 위를 뒹굴며, 물씬한 흙냄새를 맡기도 했다. 그들은 감격에 겨워 말문이 막혀 경작지, 목초지, 연못, 과수원 등 작은 숲속 구석구석 풍경들을 돌아보며 태어나서 마치 처음 보는 느낌을 만끽했다. (p.35)

 

나폴레옹은 일행과 함께 흰색과 검은색 페인트 통을 가지고 다섯 개의 빗장이 달린 큰길 쪽으로 내려갔다. 글씨를 가장 잘 쓰는 스노볼이 앞발 발굽 두 관절 사이에 붓을 끼우고 나서 문 앞으로 갔다. 대문 가장 위쪽 빗장에 메이너 농장이라고 쓰여 있던 글씨를 지워버린 다음 그 자리에 ‘동물농장’이라고 고쳐 쓰고 이것이 우리의 새로운 이름이라고 말을 했다. (p.38)

 

클로버가 떠올렸던 것은 모든 동물이 구타도 안 당하고 굶주리지도 않는 각자의 능력에 알맞게 일하는 평등한 사회의 모습이었다. 메이저 영감의 연설이 있던 날 밤, 본인의 앞다리를 오므려 어미를 잃은 새끼 오리들을 보호해준 것처럼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 주는 그런 동물 사회를 꿈꿨던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였고, 아무도 자신의 속에 있는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했다. 개들이 사납게 겁을 주려고 으르렁대며 농장을 휩쓸고 다니며 충격적인 죄를 뒤집어 씌워 자백하게 만든 다음 눈앞에서 처참하게 찢겨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그런 시대가 온 것이었다. 클로버는 왜 이런 시대가 온 것인지 좀처럼 잘 알 수가 없었다. (p.125)

 

그들은 재빨리 뛰어가 창문으로 안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고함을 지르고, 원탁을 치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째려보며 상대가 하는 말에 그렇지 않다고 우겨대며 격렬하게 언성을 높이며 떠들어 댔다. 싸움의 원인은 나폴레옹과 필킹턴이 동시에 각각 스페이드 에이스 패를 내놓았기 때문인 것 같다. 열두 개의 분노한 목소리로 일제히 고함이 터져 나왔는데 그 목소리들은 모두 똑같이 들렸다. 이제야 돼지들의 얼굴에 왜 변화가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 창밖에서 지켜보던 동물들은 돼지와 인간들을 번갈아 이리저리 훑어보며 유심히 관찰했다. 그러나 누가 돼지이고, 누가 인간인지 좀처럼 구별할 수가 없었다. (p.194)

 

 

이 모든 사건의 발달은 품평회에서 입상했던 경력을 가진 미들 화이트종 수퇘지인 메이저 영감의 연설에 있었다. 때는 3월 초순, 메이저 영감이 숨을 거두고 동물들은 그 사건이 벌어진 뒤 석 달 동안 아주 비밀스러운 활동을 하기 위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제법 영리하다는 동물들은 메이저 영감이 죽기 전에 한 연설로 인해 전에 없었던 여러 가지 새로운 생각들을 지니게 되었다. 메이저 영감이 예언했던 반란이 언제 일어날지는 알 수 없었다. 동물들은 자신이 살아생전에 그것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어떤 근거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반란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라는 것을 분명히 깨닫고 있었다. 동물농장에서 제일 똑똑하다고 인정받는 동물은 바로 돼지. 그중에서도 삼총사 스노볼, 나폴레옹, 스퀄러 이 세 마리 돼지들은 메이저 영감의 사상을 발전시켜 정리한 다음 그 명칭을 <동물주의>라고 짓고, 이 곳 메이너 농장 주인 존스가 잠든 밤이 되면 일주일에 여러 차례 헛간에서 비밀회의를 열고, 동물주의의 사상인 기본 원리들을 다른 동물들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하게 메이저 영감의 예언, 즉 반란이 찾아왔고 그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간단하게 이루어졌다. 언제고 매질과 학대를 가하며 일을 시켜도 별다른 불평 없이 일만 하던 동물들이 별안간 봉기를 하자 인간들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거의 혼비백산하여 도망갔다. 이로써 메이너 농장은 이제 동물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동물농장>은 대표적인 풍자소설답게 등장인물들을 모두 현실 속에 존재했던 인물에 빗대어 이야기를 이어간다. 1장에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고 죽은 메이저 영감은 칼 마르크스를, 농장의 주인인 존스는 당시 부패한 러시아 황실과 임시정부, 혹은 영국 정부를 상징하고, 동물들에게 혁명의식을 고취시키며 이를 행동화한 스노볼과 나폴레옹은 소련의 혁명가들을 상징한다. 그 중에서도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인 스노볼은 모함을 당해 스탈린에 의해 쫓겨난 비운의 혁명가 레프 트로츠키에 비유하고 무력을 사용하여 스노볼을 제거하면서 독재의 길을 걷는 나폴레옹은 정적을 몰아내고 공포 정치를 펼친 이오시프 스탈린을 상징한다. 소설 속에서는 혁명가가 아닌 일반 민중을 대표하는 캐릭터도 설정해 놓았는데,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일만 하던 복서는 부당한 현실에 순응하던 당시의 소작농을, 가장 오래 살며 가장 많이 아는 인물로 묘사한 당나귀 벤자민은 냉소적인 인물을 대표하며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을 포기하고 무관심하게 살았던 지식인을 상징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동물주의 혁명에 성공했지만 소설 속 돼지들은 점점 변해간다. 두발로 서서 인간처럼 걸어 다니며 다른 동물들을 탄압하기 위해 채찍을 들었고 인간과의 교류를 시작했다. 그리고 술에 취해 인간들과 카드게임을 하며 농장의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 결국 말미에 이르러서는 누가 돼지이고 누가 인간인지 구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바로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내용으로 올바른 사상으로 사회가 시작되었어도 그 본질이 이기심과 욕심으로 인해 변질된다면 결국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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