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치질 않니? - 38만 명을 진단한 전문의가 알려주는 스스로 치질을 고치는 법
히라타 마사히코 지음, 김은하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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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 주변에는 동맥과 정맥이 그물코처럼 밀집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체온이 내려가면 혈관이 수축되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자칫 염증이 생기기 쉽습니다. 바로 이 염증이 치질을 일으키는 주범입니다. 최근 여름철 냉기에 따른 치질이 급증하면서 ‘치질은 여름 질환’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랍니다. 집에서는 에어컨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지만 직장에서는 그러기 힘들죠. 그러니 무릎 담요를 준비하는 등 스스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특히 냉증 방지에 효과적인 제품으로 일회용 발가락 핫팩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신발 안쪽이나 양말 바닥의 발가락 부분에 붙이기만 하면 되니까 간편합니다. 동시에 발열 기능으로 발끝까지 따뜻하게 체온을 지켜줍니다. (p.50)

 

여성은 생리 기간 동안 호르몬 변화에 따른 배변 장애를 겪기 쉽습니다. 생리 전에는 변비를, 생리 중에는 설사를 하기 일쑤라 어쩧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이 많습니다. 게다가 생리 중에는 염증이 잘 생기기 때문에 치질에 걸리기 십상입니다. 다행히 생리 기간을 기록해두면 생리 예정일을 알 수 있으니 대책 또한 마련해둘 수 있겠죠. 생리 중에는 허리나 배가 아프거나 금세 피곤해지고 자꾸 졸리기도 합니다. 그러니 체력이 많이 요구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저녁 외출 또한 삼갔으면 합니다. (p.62)

 

사실 치질은 치핵, 치루, 치열 등 항문에 생기는 모든 질환을 두루 일컫는 말입니다. 보통 치질이라고 하면 ‘치핵’을 뜻할 때가 많습니다. 치핵이란 평상시 대변이나 가스가 새지 않도록 막아주고 배변 시 충격을 덜어주는 쿠션 조직이 항문 밖으로 빠져나온 상태를 말합니다. 서구 선진국의 치핵 수술률을 살펴보면 독일이 7퍼센트, 영국이 5퍼센트, 미국이 4퍼센트입니다. 치질 때문에 병원에 가도 환자의 90퍼센트는 수술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치핵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명확한 기준에 따라 증상별로 수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그 기준에 따르면 치핵 환자는 대부분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p.68)

 

애써 생활습관을 바꿨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버린 적은 없나요? 무절제한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면 누구나 부담스럽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좋은 습관이 몸에 밸 때까지 꾸준히 실천하려면 일상의 작은 습관부터 고쳐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혼자서는 며칠 못 가 게을러지기 쉬우니 코치의 도움을 받는 편이 좋겠죠.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아야 한다면 “이크, 이러면 안 되지. 정신 차리자” 하고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의사라는 지원군이 필요한 것이겠죠. (p.82)

 

 

 

“수술해야 낫는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 치질의 90퍼센트는 수술하지 않고 고친다. 곳곳에 넘쳐나는 ‘숨은 치질 환자’를 위한 수술 없고, 재발 없고, 후유증 없는 히라타 식 3무無 치료법 <왜 고치질 않니?>.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한다.’를 모토로 삼는 히라타 항문외과의원의 원장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항문과 전문의 히라타 마사히코. 이 책의 저자인 그는 ‘치질은 생활습관병, 주된 치료는 생활 개선’이라는 생각을 토대로 스트레스 관리, 식사 지도, 비피더스 유산균 투여, 쾌변 이미지 트레이닝 등을 실행해 총 38만 4천 명에 이르는 치질 환자를 치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이 부디 이 책을 읽고 항문 질환을 하루빨리 치료해 건강한 일상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만들었다. 책은 변비 유형, 설사 유형, 운동 부족 유형, 음주 유형, 출산 후유증 유형, 냉증 유형, 스트레스 유형, 생리 유형 이렇게 총 8가지 유형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치질 환자들을 위한 자가 치유력 높이는 방법을 유형에 따라 명쾌하게 소개한다.

 

 

 

치질? 성인의 70퍼센트가 살면서 한 번은 걸린다는 치질! 그만큼 흔한 병이지만 올바른 정보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증상이 가벼울 때 치료하면 치질은 쉽게 낫는다. 하지만 그런데도 병원에 가기를 꺼리는 환자들이 상당히 많다. 그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수술하자’고 할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딱히 티가 나지 않으니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 앓다가 결국 병원행! 무조건 수술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건 최후의 선택일 뿐. 저자는 말한다. “치질은 약이나 수술로 고치는 병이 아닙니다. 약이나 수술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입니다. 치질이 누구도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의 노력으로 고치는 병이라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알면 약이고 모르면 독!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식을 무턱대고 믿는 것은 제조사도 알 수 없는 약을 가져다가 몸에 좋다며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인간에게는 스스로 병을 고치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이 능력은 생각보다 강하다. 오해와 선입견에 사로잡혀 섣부른 결론을 이끌어 내지 말고 이제 저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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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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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부지를 가족이라고 느낀 적이 없었다. 철이 들기 시작할 무렵에는 이미 함께 살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아부지가 내 ‘아버지’라는 것을 부정한 적은 없었다. 아부지는 언제나 썬더버드 5호처럼 우주의 어딘가에,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머나먼 어딘가에 둥실둥실 떠있는 듯한 존재였다. 무슨 겨를엔가 훌쩍 돌아오기도 하지만, 또 문득 돌아보면 사라지고 없었다. 무엇을 하는지 잘은 모르더라도 ‘있다’라는 사실에 어딘가 안심이 되는 존재로서 내 마음속에 항상 있었다. 그리고 엄니는 언제나 썬더버드 2호처럼 콘테이너에 실은 나를 동체에 집어넣고, 지나치게 가까울 만큼 바로 곁에 있었다. 잠시라도 어디로 없어지면 울면서 나는 그 행방을 찾았고 그 울음이 그치기 전에 곧바로 돌아와 주었다. 서로 함께 붙어있는 것으로 하나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거나 같았다. 아무튼 ‘있다’라는 것으로 나를 안심시켜주는 존재였다. (p.39)

 

인간이 태어나 맨 처음 알게 되는 부모자식이라는 인간관계. 그보다 더한 무언가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길을 떠나지만, 결국 태어나서 처음 알았던 것, 처음부터 그곳에 당연한 일처럼 있었던 그것이야말로 유일하고도 강력하고 결코 뒤집히는 일이 없는 관계였다고, 마음에 가시를 찔려본 후에야 가까스로 깨닫는다. 이 세상에 다양한 사랑이 있으나 부모가 아이를 귀애하는 것 이상의 사랑은 없다. 사랑을 원하는 동안에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저 열심히 주는 입장이 되어 보고서야 겨우 조금씩 깨달아간다. 예전에 부모가 내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가. 그날의 일을 깨닫고, 지금에야 나 자신이 그것과 똑같이 되려고 마음먹는다. 그때서야, 인간은 확실한 무언가를 손에 넣는 것인지도 모른다. (p.148)

 

그 무렵에 우리가 보았던 것은 어떤 풍경이었을까? 먹고살기조차 힘겨운 그런 생활을 하면서도 장래나 미래에 불안을 느끼거나 침울해졌던 일은 없었다. 그보다 우선 당장 눈앞의 일에 허덕거렸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분명 앞으로는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무것도 시작한 게 없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다. 무엇 하나 확실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 생활이었지만, 하루하루를 따분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 무언가를 손에 넣은 사람에게나 두려움과 따분함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다가오는 것이다. (p.246)

 

이 세계와 나 자신, 그 애매한 간격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한없이 느릿느릿 이어지지만 누구에게나 어느 순간부터는 시간의 저승사자가 찾아온다. 광대처럼 진한 화장을 한 검은 옷의 저승사자가 무표정하게 나타나 어딘가의 스위치를 누른다. 그 순간부터 시간은 발소리를 내며 마라톤 주자처럼 달려간다. 그때까지 아직 알지 못하는 미래에 마음을 기울이며 천천히 지나갔던 시간은 문득 역회전을 시작한다. 지금에서 어디론가 가는 것이 아니다. 종말로부터 지금을 향해 시간을 새기며 저벅저벅 다가온다. 나 자신의 죽음, 다른 누군가의 죽음. 거기서부터 거꾸로 헤아려 올라오는 인생의 카운트다운.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현실을 회피할 수도 도피할 수도 없다. 그런 때가 반드시,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누군가에게서 태어나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가는 이상, 나 자신의 손목시계만으로는 운명이 허락해 주지 않는 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p.290)

 

 

 

 

시어머니와 시누이, 네 명의 하숙생과 천방지축 남편. 노동력에서나 정신력에서나 몹시도 힘겨운 처지의 신부였던 어머니는 ‘나’가 네 살이 될 무렵에 그를 데리고 아버지의 집을 떠나 고쿠라 외곽으로 시집 간 아버지의 누님인 시누이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아버지와 별거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어른들의 관계는 복구되지 못했고 결국 어머니는 1년 뒤에 어린 자식을 데리고 자신의 고향인 후쿠오카의 시골, 폐광이 머지않은 치쿠호의 탄광촌(친정집)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어머니와 단둘이 따스한 친척들과 정다운 이웃들에 둘러싸여 가난하지만 유쾌한 유년 시절을 보낸다. 아버지는 정착하지 못하는 그 특유의 기질 탓인지 때때로 불쑥 나타났다 사라지기 일쑤였지만 늘 자신을 보듬어 안아주는 어머니가 있었기에 그는 구김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미술공부를 하기 위해 어머니를 홀로 남겨둔 채 도쿄로 떠나간다.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 본 적도 없는 것들. 들은 적도 없는 음악. 맡은 적도 없는 향기. 느낀 적이 없었던 열등감. 매일 뭔가 긴장해서 손에 닿는 대로 열중했다가 녹초가 된 채로 하루가 지나갔다. 어머니에게서 열심히 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무엇을 열심히 해야 좋을지 알지 못하는 나는 결국 처음 꾸었던 꿈에는 가까이 다가가 보지도 못하고 빈둥거리다 졸업도 하지 못하고 빚만 쌓여갔다. 그 모습은 지독히도 닮고 싶지 않았던 책임감 없던 아버지와 닮아 있었다. 돈이 없어 친구들은 하나 둘 떠나가고 집세가 밀려 이곳저곳을 전진하던 나는 어느 날 어머니로부터 암 투병 소식을 듣게 되고 그 일로 인해 나의 삶은 조금씩 변해간다.

 

 

입소문을 타고 더블 밀리언셀러를 달성한 일본의 국민소설 <도쿄타워>. 이 책은 드라마에 이어 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그 화제성이 뛰어나다. 저자는 정성을 다해 홀로 아들을 키운 어머니와 인생의 굽이굽이 골목길마다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아버지, 이 가족의 가슴 뭉클한 삶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그저 한낱 소설에 지나지 않는다고 치부하기엔 내용이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눈으로 가슴으로 콕콕 그 감정들이 스며든다. 정말 내 인생을 통틀어서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소설. 어머니의 희생과 소중함 앞에서 목이 메이도록 눈물이 넘쳐 흐른다.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가족들이 곁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볼 수 있을 때 잘해드려야한다는 말이 절실하게 와 닿는다. 내 혈육이 죽는다. 어머니가 병에 걸린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당연하고도 흔한 일일 테지만, 실제로 그 현실에 내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실감하지 못한다. 언제나 늘 우리들의 곁에 있을 것 같지만 언제 어디서 사라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데 우리는 그걸 늘 잊어버린다.

 

가족애? 모성애? 자식을 향한 부모의 일방적인 사랑은 끝이 없다. 자식이 아프기라도 하면 아무리 먼 길이라도 단숨에 달려온다. 자식이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일이 일어나든 부모는 항상 자식편. 부모란 이렇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자식의 몸을 대신하기를 염원하고 죽어 떠난 뒤에는 자식을 수호하기를 기원한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오직 자식 걱정뿐. 특히나 어머니는 자신의 삶보다도 자식의 삶과 행복을 더 사랑한다. 여자로서의 미래는 없다. 오직 어머니로써 자신의 미래를 그려나간다. 자신의 인생이지만 그 속에 자신의 인생은 없다. 자식에게 자신의 인생을 뚝 잘라 나눠주었기 때문에. 가슴이 아려온다. 정말 오랜만에 실컷 울었다. 갑자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진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그 여운이 남아있다. 정말 띠지에 적힌대로 이 책을 전철에서 읽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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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양장) 새움 세계문학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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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는 이 책의 제목이 왜 ‘위대한 개츠비’일까라는 의문에서 이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왜 제목이 ‘위대한 개츠비’인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고, 나 역시 번역서를 읽고는 그와 똑같은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기존의 번역서로는 어느 구석도 개츠비가 ‘위대하다’고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교묘하게 얽히고설킨 과정들의 해명들이 너무나 은유적이고 상징적이어서 번역 과정 중에 혹은 원서를 읽는 중에 오독을 했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문장을 어떻게 오역했던 것일까? 그것을 독자 스스로 알아보게 하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취하게 된 것입니다. (p.8)

 

 

His heart beat faster and faster as Daisy’s white face came up to his own. He knew that when he kissed this girl, and forever wed his unutterable visions to her perishable breath, his mind would never romp again like the mind of God. So he waited, listening for a moment longer to the tuning-fork that had been struck upon a star. Then he kissed her. At his lips’ touch she blossomed for him like a flower and the incarnation was complete.

 

그의 가슴은 데이지의 흰 얼굴이 그 자신에게 다가왔을 때 점점 더 빠르게 고동쳤다. 그는 자신이 이 아가씨에게 키스하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의 비전들을 그녀의 부패하기 쉬운 숨결에 영원히 결부시켰을 때, 그의 마음이 결코 하나님의 생각으로 다시 즐겁게 뛰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기다렸다. 별이 때려 대는 그 소리굽쇠 소리를 한 순간이라도 더 들으면서. 그러고 나서 그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의 입술이 닿았을 때 그녀는 그를 위해 꽃처럼 피어났고 생은 완벽했다. (p.323)

 

 

 

Gatsby believed in the green light, the orgastic future that year by year recedes before us. It eluded us then, but that’s no matterㅡtomorrow we will run faster, stretch out our arms farther... and one fine morningㅡ

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개츠비는 녹색 불빛을,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가치를 잃어 가는 그 절정의 미래를 믿었었다. 그것은 그때 우리를 피해갔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ㅡ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우리의 팔을 더 멀리 뻗을 것이다···그러고 나서 어느 날 좋은 아침ㅡ

그리하여 우리는 나아갈 것이다.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밀쳐지면서. (p.523)

 

 

 

내가 <위대한 개츠비> 번역을 처음 시작했을 때 지인 한 분이 물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나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뜬금없다고 여긴 것입니다. 막 시작한 번역서의 마지막 문장을 묻다니······. 그러려니 했는데 번역이 반쯤 진행되었을 무렵 또 다른 한 분이 같은 질문을 해왔습니다. 이분 역시 번역서도 몇 권 낸 일급의 실력자여 ㅆ습니다. 뭐지? 왜 사람들이 마지막 문장에 대해 이렇게 집착하는 거지? 그때서야 나는 그 마지막 문장을 다시 보았습니다. 그냥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아예 번역을 해보았던 것입니다. 정말이지 쉽지 않았습니다. 번역에 들기 전 눈으로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도저히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다시 알았습니다. 실제 번역과 그냥 눈으로 읽는 독해와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ㅡ 아마 번역은 그럴 것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떼어 놓고 보자면,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이해하기 힘든 게 더 많은 것. 그래서 과연 이 책 한 권을 어찌 정확히 번역할 수 있을까 싶은 것. 그런데 역으로 생각하면 앞의 내용이 있기에 다음 문장 다음 문장이 어떤 식으로든 정확한 하나의 의미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번역에도 하나의 답이 존재한다는 사실말입니다. (p.596)

 

 

 

이정서> 번역과 소설, 두 분야에서 휘두르는 그의 펜은 거침없고 담대하다. 2014년 기존 알베르 카뮈 <이방인>의 오역을 지적하는 새로운 번역서를 내놓으며 학계에 충격을 가져왔다. 작가가 쓴 그대로, 서술 구조를 지키는 번역을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의역에 익숙해 있는 기존 번역관에는 낯선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그가 주장하는 직역의 방법으로 <어린 왕자>를 불어·영어·한국어로 비교하였고 그간 통념에 사로잡혀 있던 여러 개념들. 즉 <어린 왕자>에서의 ‘시간 개념’, ‘존칭 개념’ 등을 바로잡아 제대로 된 ‘어린 왕자’를 번역해 냄으로써 그간의 오해를 불식시켰다. 완전히 달라진 <어린 왕자>는 각계각층의 추천 도서고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뒤로 이 책 <위대한 개츠비>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정역하며 기존 번역서들의 숱한 오역과 표절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이 책은 앞서 낸 <위대한 개츠비>의 개정판이다. 이제 그의 고전 번역은 ‘또 하나의 번역’ 이 아닌 ‘전혀 새로운 번역’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또 번역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위대한 개츠비>는 이미 세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져 소설을 직접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할 만큼 워낙에 많이 알려진 고전 소설이라 따로 내용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겠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여러 번 느꼈지만 누가, 어떤 마음으로 번역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은 확실히 달라진다. 이미 타 출판사에서 나온 작품으로 완독한 소설이었으나 이 책은 기존에 내가 알고 있는 개츠비와는 확연히 달랐다. 독창적이고 새로웠다. 저자는 단어와 문장은 물론 구두점 하나까지 세밀하고 일관되게 소설을 재해석한다. 예를 들어 타 출판사에서 데이지는 자기를 위해 살인죄를 뒤집어쓴 옛 애인을 나 몰라라 하는 아주 파렴치한 여자였지만 지금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 개츠비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함께하고 싶어 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여자로 재탄생되었다. 영화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고 멋지고 이로 말할 수 없이 다채롭다.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는 대립과 갈등은 번역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하고 말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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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로봇이 전학을 온다면? AI 냥냥이의 미래과학 교과서
김정환 옮김, 아라이 노리코 감수 / 아름다운사람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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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한마디로 말하면 ‘인간이 만들어낸 지능’이야. 로봇이라면 뇌에 해당하는 부분이 인공지능이지. 그런데 사실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어야 "지능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인공지능’이라도 성능이나 목적은 저마다 달라. 아주 단순한 프로그램일 뿐인데 마치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이 보이는’ 것도 사람들은 인공지능 또는 AI라고 불러. 아직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은 무리이지만, 최근 들어서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된 덕분에 인공지능은 날이 갈수록 영리해지고 있어. 그래서 한정된 분야에서는 사람보다 대단한 성과를 내는 인공지능이 활약하게 되었어. (p.8)

 

인공지능이 얼굴을 구별할 때는 눈이나 코, 입의 위치와 특징적인 모양, 골격 등으로 그 사람의 얼굴을 인식한단다. 머리 모양을 바꾸거나 옷을 다르게 입어도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겉모습에서 받는 인상으로 사람을 파악하지 않기 때문에 금방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안경을 쓰거나 마스크를 쓰더라도 원래 갖고 있던 정보를 바탕으로 보이는 부분을 대조하기 때문에 그 사람인지 아닌지를 금방 인식할 수 있어. 얼굴 모양이나 기본 골격은 나이를 먹더라도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 만나더라도 AI는 높은 확률로 알아차린단다. 그러니까 AI를 상대로 나쁜 짓을 할 수 없어. (p.46)

 

AI가 지진 등 잘 일어나지 않는 긴급 사태에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야. 예를 들어 지진이 발생했을 때 책상 밑으로 숨도록 프로그래밍을 하면 그렇게 할 수는 있지만, 인간처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 맞춰서 행동하지는 못해. 이것은 인공지능 연구에서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인 ‘프레임 문제’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야. ‘프레임’은 영어로 ‘틀’이라는 의미인데, 어떤 일(행동)을 실행할 때 AI가 그 일에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만을 꺼내서 사용하도록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이 ‘프레임 문제’란다. 그런 까닭에 한정된 환경에서 정해진 규칙을 따르면 되는 장기나 바둑과 달리 긴급 사태처럼 임기응변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아직 AI가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p.68)

 

 

읽기만 해도 이해되는 초등학교 미래과학! <인공지능 로봇이 전학을 온다면?>. 다양하게 변신하는 AI 냥냥이와 호기심이 넘치는 쥐돌이와 함께 떠나는 과학 세계. 다가오는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 책에는 현재 연구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연장 선상에서 만들어진 ‘똑똑이’라는 로봇이 등장한다. 똑똑이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는데 이를 통해 아이들은 똑똑이와 함께 생활하며 똑똑이가 사람보다 뛰어난 점과 어딘가 기묘하게 사람들과는 다른 점들을 살펴보며 AI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몸소 비교하며 차이점을 알아간다. <좀 더 알고 싶어!> 코너를 통해 생소한 과학 단어에 대한 설명은 물론,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설명해줌으로써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과 동시에 어렵게 느껴졌던 과학을 조금 더 친숙하고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읽기만 해도 저절로 이해된다는!

 

요즘 핫하게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 이렇게 말하면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인공지능은 알게 모르게 우리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 있다. 어디에? 아이폰의 시리를 비롯해 구글 홈이나 기가지니, 누구 등 스마트 스피커는 여러 가정에서 손쉽게 이용되고 있다. 당장 우리 집에서도 기가지니 오늘 날씨는 어때? 기가지니 지금 몇 시야? 기가지니 음악 들려줘 등 일상생활에서 적잖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가끔 부르지도 않았는데 말대답을 하는 등 황당한 상황을 만들기도 하고 말이다. 아마 머지않은 미래에는 인간에게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는 AI가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말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해진 대답은 할 줄 알지만 아직 자유로운 대화는 솔직히 어렵다. 하지만 정말 언젠가는 AI와 평범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처럼 AI가 현재 인간들이 하는 일을 대신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그럼 그때 우린 뭐하며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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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오늘도 행복하니까!
잼쏭부부 지음 / 북팔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다르게 살아도 괜찮을까? 20대의 나에게 수없이 했던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의 답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오히려 길을 벗어나면 힘들 거라는 부정적인 이야기들만 무성했다. 그러다가 내가 찾은 대안이 여행이었다. 모든 일은 그 속에 있으면 문제점을 알기 어렵고 주어진 방식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기에, 지금 있는 곳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여행 속에서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조금은 다르게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용기를 얻었다. (p.8)

 

 

대학생이 되어서야 그 ‘뭔가’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 여행을 통해 나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한때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학점 따위는 인생의 전부가 될 수 없었다. 대학교를 안다니고도 다들 잘 살고 있는데 학점의 알파벳 따위!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수천, 수만 가지 방식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면 정해진 길을 따라 살지 않아도 되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어쩌면 재민이나 나나 ‘다르게 살아도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갈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 그 답을 찾았다. 다르게 살아도 될 것 같다고. 아니, 된다고.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떠났다. (p.30)

 

 

이번 일을 겪으면서 죽음에 대해서 좀 더 가까이 느끼게 되었다. 아직 우리 주변에서 죽음을 접해 본 적이 많지 않아 죽는다는 걸 그저 무섭다고만 생각했다.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조차 특별하다는 생각 없이 무심하게 살고 있었는데 언젠가 부모님도 돌아가실 거고, 우리도 죽음을 피할 순 없을 것이다. 또한 그게 10년 후, 50년 후가 아니라 내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오늘 하루 사소한 것 때문에 싸우지 말고 더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일 죽어도 아쉽지 않게, 즐겁게 살자! (p.219)

 

 

머리뿐만 아니라 여행에서도 내려놓기가 필요하다. 여행 중엔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집이 있으면 가구든 전자 제품이든 필요한 것은 물론,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하나하나 사 모으게 된다. 그런데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하게 되면 그럴 수 없다. 배낭의 크기는 한정되어 있고, 배낭에 넣은 건 모두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다. 그렇기에 정말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가야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어떤 게 내게 소중한 것인지. 어떤 게 불필요한 것인지 잘 알게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그가 짊어지고 갈 수 있는 무게는 사실 한정되어 있다. 그 이상은 감당할 수 없는 짐일 뿐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내가 가진 것,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내려놓는 것도 하나의 용기가 아닐까? 그게 머리든 돈이든 여행이든 말이다. 나도 여행을 하며 내려놓기를 배워 가고 있다. (p.274)

 

 

 

잼쏭부부!!?? 이들은 오지탐험이라는 공통된 관심사에서 싹튼 애정으로 결혼하여 그 애정을 바탕으로 세계를 여행하며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부부 여행 크리에이터로 잼쏭부부라는 닉네임은 재민의 잼과 송희의 쏭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재밌게 살자’는 두 사람의 인생 모토도 담겨 있는 의미 있는 이름이다. 남들과는 다르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는 두 사람은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지금도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누적 조회수 500만 회의 유튜버 부부의 3년 간의 신혼여행을 담은 여행기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오늘도 행복하니까!>. 이 책은 잼쏭부부의 여행기이자 성장이야기로 두 사람이 함께 여행을 하며 즐거워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모습들은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 뭉클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또한 뉴질랜드, 동남아시아, 인도, 조지아, 러시아, 에베레스트까지 다른 이들이라면 쉽게 도전해 보지 못했을 이들 부부의 여행은 매 순간 순간이 항상 새롭다. 모든 걸 능숙하고 완벽하게 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좌충우돌 직접 몸으로 부딪쳐 나가며 고민하고 힘겨워했던 과정을 그대로 담아내어 감탄을 자아낸다. 남들이 바라보는 내가 아닌 나 자신이 주인이 되어, 이러쿵 저러쿵 남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내 스스로가 이끌어 가는 삶으로, 오직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가득 채워나가는 삶!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내가 가진 것에 적당히 만족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즐겁게 사는 삶 말이다. 달라도 괜찮다. 이것 또한 내가 원하는 하는 일일테니까. 기나긴 고민 위에 살포시 더해지는 자그마한 위로. 어쩌면 행복이라는 건, 엄청나게 거대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 그 자체가 진짜 행복이 아닐까.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적당히 만족하며 유쾌하게 살아가는 이들 부부의 일상속으로 함께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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