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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모자 ㅣ 알맹이 그림책 53
조우영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 아이의 파란모자는 무엇일까?
책의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보통 파란색은 희망의 상징, 동화 파랑새에서도 주인공 남매가 희망을 상징하는 파랑새를 찾으러 다녔다. 그럼 파란모자도 그런걸까?
파란색 모자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하지만 표지에서는 하얀모자만 보이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파란색이었다.
파란색의 모든 사람들은 왠지 무표정으로 모자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표지를 넘기고 나서야 드디어 파란모자를 볼 수 있었다.
주인공 파란모자는 항상 파란모자 속에 있었다. 어디를 가도 모자를 쓰고 다녔다. 아니 모자는 머리에 얹고 다니는 건데 주인공은 다리만 빼고 모자에 몸이 둘러져있었다.
파란모자도 원래는 이름이 있었을 텐데 작은 목소리를 듣지 못해 사람들은 파란모자라고 불렀단다.
그녀 아니 그인가? 모자 때문에 보이지 않아 좌충우돌하는 생활로 사람들이 피하기까지 하자 인적 없는 곳으로 가서 모자 속에서 나왔다. 모든 것들이 느껴졌지만, 밖으로 나올 용기가 없다.
파란모자는 나의 작은 아이와 너무 닮았다. 고1이 된 아이도 모자 속에 살고 있다. 누군가 다가오면 아이는 발까지 모자 속으로 들어간다.
모두가 자라는 것처럼 파란모자도 자랐다. 더 큰 모자가 필요해 모자가게에 갔으나 큰 모자는 없단다. 대신 어울리는 모자를 추천 받았다. 드디어 사람들안으로 한 발짝 들어갔구나.
내 아이는 언제쯤 모자를 사러 갈까?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모자가 터지고 말았다. 파란모자는 얼마나 당황했을까? 하지만, 가게 안 누군가의 걱정스런 목소리 “파란모자, 괜찮아?”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난 괞찮아.” 주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도 잘 들렸다.
아이에게도 모자가게 주인이 필요하다. “괜찮아?” 물어봐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결국 원하는 모자를 살 수 없었다. 그러나 파란모자는 아직 모자 없이 다니는게 어색했다. 작은 모자라도 있어야한다. 이제는 용기 내어 사람들에게 인사한다. 아직은 작은 목소리다. 파란모자의 행동에 놀라는 사람은 있었지만, 피하는 사람은 없다.
파란모자는 이제야 알게 된 것 같다. 큰 모자가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파란모자를 읽고 아이 생각도 했지만, 내가 파란모자였던 때를 생각해봤다.
소심하고 걱정 많았던 시절 아마도 사춘기가 아니었을까?
아마 아이도 사춘기인가보다. 그럼 무엇이 필요할까? 그저 곁에서 버팀목이 되어 묵묵히 지내자. 아이가 이 시기를 잘 보내고 작은 모자를 쓸 때까지 격려와 응원을 이야기해주자.
그리고, 지금은 내가 모자가게 주인이 되고, 때로는 주위의 사람이 되자. 곧 진짜 모자가게 주인과 주위의 사람이 나타날거야.
나처럼 파란모자를 키우고 계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나의 아이가 책속 주인공이 되어 있답니다. 함께 읽으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