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 20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도서
황경란 지음 / 산지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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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짧은 단편에서 나온 긴 생각

척박한 땅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채 어른이 되지못하고 사라졌다. 그중 늙은 아버지에게 태어난 한 아이가 있었다.

가난한 아버지는 처음에 아이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질 못했다. 그는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기회가 왔다. 아이가 눈을 뜨고 그를 보았을 때 늙은 아버지는 소매를 걷고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했다.

아이는 세월 따라 소년이 되었으나 약했다. 하늘을 날고 싶었던 소년.

아버지는 소년을 위해 하늘을 품을 수 있는 마을 꼭대기에 자리한 언덕 위의 집으로 이사를 했다.

재개발의 바람이 불어와 사람들이 하나 둘 마을을 떠났지만 늙은 아버지는 갈 수 없었다. 소년이 떠난 후에 많은 이들이 위로를 했지만 위로는 더한 슬픔이 되었다. 결국 슬픔은 통곡으로 바뀌었다. 세월이 흘러 그를 향했던 위로가 돌이 되고 비난이 되어 돌아왔다. 늙은 아버지에 대한 소문은 더욱 흉흉해졌다. 오래전 혼자가 된 아버지에 대한 소문은 귀신을 보는 늙은 아버지가 사는 이상한 집과 함께 입으로 전해졌다. 아들과 살던 집에서 죽은 아들을 기다리다 죽은 늙은 아버지의 이야기는 이제는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는 또 하나의 전설이 되었다.

 

처음으로 아이가 태어났을 때가 생각난다.

어디에서 부모가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으랴? 좌충우돌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인터넷을 찾아보고 주위에 물어보는 방법으로 어찌어찌 지내다보니 어느새 아이둘이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되어있다. 나는 30대에 부모가 되어서도 헤매었는데 늙은 아버지는 오죽했을까? 게다가 자라지 못하고 어린나이에 떠나보내었으니 슬픔으로 이상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슬픔을 극복하지 못한 채 오래도록 이어온 것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었을 텐데 요즘 우리의 인심도 책과 별반 다르지 않아 씁쓸하다.

그런데 요즘 부모가 되었으나 자식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해악을 끼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들려온다. 지식이 많고 경제력이 있어야 좋은 부모일까? 비단 인간에 대한 일만은 아니다. 정말로 필요하고 배워야 하는 것은 자식에 대한 사랑, 생명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한다.

언덕 위의 집은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 아닌, 주변 사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어 더욱 특별한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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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맘 2021-04-29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에 대한 사랑,생명에 대한 도리...리뷰 잘 읽었어요.예전에 템플스테이 가서 차담시간에 저도 엄마가 처음인데...하며 울었던 일이 생각나네요...

꿈맘 2021-04-2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늙은 아버지를 통해 부모로서의 모습을 돌아보셨군요. 저도 늙은 엄마인데...부모가 된지 그리 오래지 않은... 엄마가 처음 되었을 때, 그때 그 모습 잠시 돌아보게 됐네요.

miab74 2021-04-30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통해 부모의 자리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감사해요~~

마지막 문장 너무 좋네요.
저도 그런 것 같아요~ 리뷰를 통해 특별한 책 한 권이 인생에 들어왔네요~~

성실하게 끝까지 <사람들>의 단편 8개를 한 달 동아 쓰시느라 수고 하셨어요.
읽고 함께 리뷰를 통해 나누는 것을 조금 알게 해 주셨네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