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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특허 표류기
이가라시 쿄우헤이 지음, 김해용 옮김 / 여운(주)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유전자가 상업적 대상으로 다루어지는 발판은 역시, 특허입니다. 특허는 개발 비용에, 그리고 노력에 상당한 이익을 보상하는 혹은 이익을 20년간 보호하는 제도로 투자가 생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합니다. 문제는 이런 보호가 유전자나 사회 공적 이득에 결부된 곳에서 이뤄질 경우, 인도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여 특허보호국에서 만든 의약품, 진단시약 등을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질병발병국이나 개발도상국 등에 공급하는 보완책이 특허법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인체에서 추출한 어떤 것도 특허대상이 될 수 없다고 이론상으로는 공고히 하고 있는데, 이 책을 보고 유전자에는 다른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에이즈와 유방암과 관련된 유전자 특허 사례가 등장합니다. 그림이 이해를 돕기 때문에 전혀 어렵지 않았고, 생소한 단어야 유전자를 표기하는 체계만 숙지한다면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므로 읽는 내낸 흥미로웠습니다. 에이즈 유전자는 에이즈 바이러스와 인체 세포 공간의 결합으로 감염이 진행됩니다. 유방암은 특정 유전자가 있는 사람의 경우 발병 확률이 높다는 정량적 수치로 유방암 치료 혹은 대비를 마련한 발견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발견이 발명으로 치부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특허에는 방법 발명, 비즈니스모델 발명 등으로 어찌보면 발견에 가까운 것들이 발명으로 해석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유전자가 발명이 되는데 반발은 있겠지만, 이미 특허가 향하고 있는 특허 체계 내에서는 혼란을 정답으로 여기는 경향이 자리잡았습니다. 더욱 심각한 건, 에이즈나 유방암은 인류 상생을 위해 학계나 과학이 노력하는 목적물인데, 어처구니 없는 경로로 벤처기업이 이런 발견을 독식해 발명으로 치장하고, 이를 이익 보호라는 명분으로 본인들의 허락없이는 추가 연구나 개발조차 불허하고 있으니 인류로서는 대단한 손해가 아닐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지적재산권 체계에서 특허법 101조는 이런 문제를 대거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허 시장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보고 있는, 절대적으로 큰 액수로 다양한 혜택을 누리는 미국이 이런 공적 문제에 귀 기울일 가능성을 0%에 가깝습니다. 일본은 이러한 미국 태도에 반발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유전자를 비즈니스하는 시대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부끄러운 사태일지 미래에 알 수 있겠지요. 스티브 크론은 에이즈 치료를 위해 본인의 유전자를 벨기에 벤처처 회사에 공여했는데, 그가 원하던 대로 에이즈 치료가 진행되지 않아 상당히 괴로워했고, 결국 자살을 택했습니다. 크론의 사례를 보며, 유전자를 연구 대상으로 공여한다면, 벤처기업이 아닌 학계를 택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마저도 참으로 씁쓸하고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