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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장샤오위안 지음, 이경민 옮김 / 유유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개인 도서 집필과 출판이 자유로워진 시대, 심지어 진입 장벽마저 IT기술의 해일이 쓸어가버린 덕에 온전히 맨 모습을 보인 채 도서출간은 개인의 의지만을 기다리고 있다.만약 누군가가 쓸데없는 책을 내려고 온갖 골머리를 짜내고 있다면, 나는 당당히 이 책을 건네리라. 이 책은 쓸데없이 책을 내려는 자에게, 특히 아주 작은 명예욕이나 추억거리를 만드려는 자에게, 혹은 그냥 이름 석자를 밖에 내보이고 싶은 자에게 경종을 울릴 만한 책임에 틀림없다. 저자가 사용한 소재는 사실 대단한 게 전혀 아니다. 다만, 천문학과 성학을 공부한 자고, 숫자 연산과 논리적 계산 과정이 싫어 이과에서 문과로 자신의 정체성을 못박아 버린 이들에게 양자의 조합은 스스로 흥미를 유발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알려주는 평범한 자다.이과와 문과는 굳이 나눠놀 필요가 없었던 것인데, 어느 연유로 이와 같은 사태가 한국에 생겨나 모르겠다. 이마저도 일본의 영향 탓인가. 대체 일제시대 잔재는 한국 문화에 얼마나 깊이 침투한 것일까. 물론 확인한 바 없지만, 이과 문과 개념이 미국 교육계에는 대학 전공으로 나뉘는 걸로 알고 있다. 교육 과정은 sat로 통일된 채로 말이다. 아무튼 이과와 문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저자의 책읽기는 올바른 독서의 표본이라고 확신한다. 어줍잖은 글쟁이들이 많아서 글솜씨를 뽐낸다고 쓴 책을 읽노라면, 하나 같이 비슷한 문투가 시야를 흐리고 읽기 감각을 마비시킨다. 특히 잡지사나 영화 평론, 개인 홍보 블로그에서 흔히 접한 문투는 정말 싫다. 이 책은 그런 지루함과 얕은 글쓰기에서 몇 단계를 뛰어넘어, 아니 차원 자체가 다른 소재 및 글로 시작부터 끝까지 장식하고 있다. 진정한 책쟁이이자 올바른 독서가인 저자는 음식 편식만큼이나 소설이나 특정 장르에 치운친 독서가들에게 나즈막히, 그리고 그의 독서와 함께 한 인생 여정으로 진정한 독서를 몸소 보여준다. 문화대혁명기라는 말도 안되는 소요 속에 지식인들은 지적 쾌감을 감추고 살아야 했는데, 그 때 저자는 독서의 즐거움을 애타는 기다림으로 승화시킨 듯하다. 마치 군대에서 책 읽고 싶어 미치겠던 내 감정 상태와 조금은 유사하리라 짐작한다. 3만권을 보유한 저자에 한참 못미치지만, 창고에만 전공서적이 200여권 있고, 방에는 600권가량, 사무실에는 100여권가량 있다. 유년기책은 한권도 없고, 오로지 순수 독서용 책으로만 700권정도 있어서 방이 책으로 빼곡하다. 3만권은 솔직히 일반 개인이 보유할 수 있는 분량을 넘어선다. 역시 저자는 진정한 독서가이자 책벌레라 할 수 있겠다. 과학부터 인문, 역사까지 읽어대는 독서 습관을 똑깥이 향유하는 사람이 대륙에 얼마나 많을지 궁금하고, 언젠가 함께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으면 하는 마음으로 고양이의 서재를 즐겁게 읽었다. 이런 책이 개인 집필과 출간의 표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