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과 비정상의 과학 - 비정상의 시각으로 본 정상의 다른 얼굴
조던 스몰러 지음, 오공훈 옮김 / 시공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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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경위축 장애를 사례로 접한 건 처음이고, 정상과 비정상을 논하며 다양한 정신 질환을 접할 수 있었다. 아스퍼거 증후군 같은 경우,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특질이 섞여 있다. 고기능과 저기능이 고른 조화로 결과적으로는 비정상이지만, 정상이란 무엇일까라는 정의에 다시 한 번 도전하게 만든다. 뇌의 편도체는 호르몬과 화학물질의 매개 역할을 담당한다. 정상과 비정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호르몬은 상당히 종류가 많다. 이러한 기작을 예전에 전부 배워서 어렴풋이 기억이 나 읽는 과정이 즐거웠다. 공감 피로라는 주제는 생소했지만, 역시 공감에도 생체 및 정신적 에너지가 많이 요구된다는 점도 인정할 수 있었다. 자폐증의 등장과 현재에 급속도로 늘어나 의학 용어군에서 일반 용어로 대중화된 그 증후군도 저자는 생물학적 관점으로 분석한다. 그럼에도 전혀 어렵지 않다. 증상을 일으키는 화학 기제에 대한 설명 대신 증후군이 미치는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경계를 살포시 짚어주기 때문이다. 의학 기술이 더 발전하고, 사회가 지금보다 더욱 고도화된다면 또 다른 증후군이 생기라는 건 너무 자명하다. 현재도 우리 모두 한 가지 정도는 증후군을 갖고 살아갈텐데, 증상이 심하지 않고 드러나지 않아 정상 범주에 들어가 있는 것일게다. 사회가 바뀌면 우리 중 대다수가 비정상이 될 것이고, 비정상의 비중에 맞춰 다시 정상의 영역이 재정립될 것이다. 비정상을 규명하는 일은 단순히 의학만 필요한 과정은 아니다.심리학, 생물학, 사회학 등 사회와 개인을 구성하는 모든 인자를 고려하는 학문적 접근이 필요한데, 저자는 이를 아주 효과적으로 수행했다. 글이 아주 쉽고, 이해하기 쉽다. 오히려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어떤 비정상 요인이 정체성 확립에 기여했는지도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발달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말을 알고도 다시 들으면 순간 겁이 난다. 시기가 중요하다는 말이기 때문인데, 자녀를 둔 부모가 경제 활동과 자녀 훈육을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 탓에 더 겁이 나는 것인지 모른다. 신뢰할 수 있고 창의적인 개인이 곧 사회의 건강이다. 300가지가 넘는 정신질환을 다루며 정상과 비정상의 성격을 파악하고, 유연한 자세로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자세 마련에 이 책은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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