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한구절
`이대로 간다면` 중에서
고기를 사는 사람은 도살자의 형제다. 마치사형제도를 찬성하는 사람이, 자신은 너무 착해서 올가미를 남의 목에 씌울 수는 없다거나 더끼를 휘두를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전쟁은 피할 수 없거 어떤 상황에선 도덕적이라고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살인이 싫어서 군대 복무를 피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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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혁명은 거대한 비즈니스이다. 실수가 있어서는 안된다. 현대의 고도로 복잡하고 극히.산업화된 국가에서는 혁명이랑 몇명의 음모자가 버려진 폐허에서 촛불을 들고 모여서 속삭이는 것으로는 해결 할 수 없다. 혁명에는 수많은 동지들, 물자들, 현대적인 장비와 무기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가지 요소를 성공적으로 다루기 위한 충성스럽고 비밀스러우며 최상급인 인적 조직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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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밀유지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다.무력이 아닌 비밀유지, 검열, 어떤 정부건, 아니면 어떤 교회건 간에 `이것은 읽으면 안 되고 이것은 보면 안 되며 이것은 알아서는 절대 안 된다` 라고 한다면 결말은 폭정과 압제로 끝나게 마련이다. 아무리 동기가 성스러운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반대로 말하면 자유로운 의지를 가진 자들을 조종할 수 있는 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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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나는 종교의 자유를 굳게 믿지만, 그 자유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에 대해 입을 다무는 거라고 봐. 개인적으로 신앙을 드러내놓고 표현하는 거야 말로 참을 수 없는 오만이라고 생각해˝
-이대로 간다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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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히 헉슬리 장군이 서류 더미에 깔려 질식하지 않도록 돕는 일을 하면서 내가 질식당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만약 그분에게 시간이 있었다면 어떻게 일을 처리했을지 미리 예상한뒤 내가 대신 해드리는 것이다. 참모나 사령부원으로서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모든 일상적인 문제에 있어서 상관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예상하고, 무슨 일이 일상적이며 무슨 일이 비일상적인지 파악해 전달하는 것이 요령이다. 나도 실수를 많이 저질렀지만 해임되지 않은 것을 보면 그렇게 많은 실수를 한 것 같지는 않다. 석 달 후 나는 참모총장보라는 대단한 직책을 가진 대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