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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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20년 전 세계 SF상(휴고상, 로커스상, 네뷸러상, BSFA상)을 휩쓸었고 『종이 동물원』의 작가 켄 리우가 극찬한 소설이다. 휴고상 하나만 받아도 바로 읽을 각인데 4개나 받았으니 안 읽을 수가 없는 책이었다.



'어라! 작가가 2명이네! 왜지?'라는 호기심을 가지고 띠지에 있는 문구에 홀려서 읽기 시작했다.



먼 미래, 시간 선의 패권을 차지하고자 시간 전쟁을 벌이고 있는 두 조직의 최고 요원인 레드와 블루가 비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닮아가는 이야기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원수 집안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설정으로 2명의 작가가 레드는 여성, 블루는 남성으로 생각하고 서로 사랑하게 되는 내용의 SF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맨 마지막 장에서 펼쳐지는 반전으로 다시 첫 장을 펼쳐들고 다시 꼼꼼히 읽어야 했다. 이마를 딱! 치게 만들어버렸다. 영리한 구조와 문장, 빛나는 아이디어와 캐릭터, 어느 쪽을 먼저 칭찬해야 할지 망설여진다는 켄 리우의 추천사처럼 너무 매력적이다.



시간의 가닥을 오가면서 레드와 블루의 비밀 편지는 역사적 장소들로 칭기즈칸의 기마 군단 속에, 카이사르 암살 현장 속에, 런던 대화재 직전의 시간 속에 숨겨져 있다. 아름드리나무의 나이테에 시간과 공을 들여 편지를 써놓고 아틀란티스가 사라지는 순간, 용암의 이글거리는 불꽃 속에 숨겨 놓았다.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는 건 어떤 것일까? 이 책을 선택한 당신도 나처럼 두 번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기를, 첫 장에서 등장하는 추적자를 쫓는 기쁨을 당신도 맛보았으면 좋겠다.


☆리딩투데이영부인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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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3 - 듄의 아이들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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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듄의 아이들은 제목 그대로 폴의 쌍둥이 아들과 딸 레토와 가니마의 이야기다. 눈먼 폴은 사막으로 사라지고 레이디 제시카는 칼라단으로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이제 알리아가 남아서 제국을 섭정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하코넨 남작에게 기대기 시작하면서 알리아는 점점 저주받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무앗딥 폴의 듄이 변하고 있었다. 쌍둥이 레토와 가니마로 세대교체가 되듯이 사막 행성이었던 아라키스는 거대한 생태계 개조 계획으로 초록색 벨벳 같은 숲으로 뒤덮인 야산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숲이 있는 아라키스를 보고 자란 젊은이들은 그 밑에 사막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다.


쌍둥이 아이들을 제거하려는 음모는 계속된다. 레토는 알리아를 대신해서 제국을 통치하기 위해 사막으로 여행을 떠나고 제국의 왕이 되고자 하는 코리노 가문은 파라든과 가니마를 결혼시킨다. 하지만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변신한 레토는 앞으로 4천 년 동안 황제가 되어 파라오의 시대 같은 제국을 갈망하며 황금의 통치자가 될 것이다. 사막은 죽어가고 모래벌레도 200년 동안 모두 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된다.


아라키스는 원래 습한 행성이었는데 다른 곳에서 도입된 모래송어들이 물을 저장하기 시작하면서 사막 행성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모래송어가 변해서 모래벌레가 되는데 모래벌래가 되기 전에 죽이면 순수한 멜란지 농축액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 숲이 생겨나는 아라키스에서 모래송어를 없애버리면 사막화를 막을 수 있지만 멜란지도 사라진다.


자, 레토는 어떻게 새로운 강한 제국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 다음 4권 <듄의 신황제> 이야기 속으로 날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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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량 작품집 - 초판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김사량 지음, 임헌영 엮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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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어본 이름 김사량. '량? 북한 작가인가? 설마 북한 작품이 나왔을라고...'라는 의구심으로 집어 들게 된 책이다. 작가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으니 책의 맨 뒤를 먼저 펼쳐보게 되었다. 모야모야~~ 김사량(1914~1950)은 평양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1939년 일본에서 일본어로 <빛 속에>를 발표해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에도 오르고 1945년에는 연안으로 망명의 길에 올랐다가 1945년 일본의 패전 소식을 듣고 조선의용군 본부 선발대로 귀국 후 북한에서 평양 대지주라는 출신 성분과 연안파라는 이념의 꼬리표를 달고 작품 활동을 하던 중 1950년 종군작가단의 일원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했다가 10월 원주 부근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이 작품집에 들어 있는 「빛 속에」는 일본에서 일본어로 발표한 작품이고 「칠현금」은 북에서 발표한 작품이다.

「빛 속에」는 일제 식민지 시대의 조선인 지식인인 '미나미' 선생은 아이들에게 선입견이 생길 것을 걱정하며 자기가 조선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비굴한 조선인 남선생과 일본인 아버지와 조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조선인이 아니고 일본인이라고 강조하는 야마다 하루오가 학생으로 만나게 된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야마다는 미나미 선생을 남선생님으로 부르게 되는데 남선생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된다.

일본 식민지 시대의 비극이다. 반은 조선 사람이 맞지만 일본에서의 지위가 얼마나 불안했으면 어린아이조차도 극구 일본인이라며 조선 사람들을 놀리고 다녔을까? 또 그 마음은 어떠했을까? 야마다 하루오의 불안한 마음이 너무 이해되면서 가여웠다.

같은 이유로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는 것일까? 조선 사람이지만 조선 사람이라고 떠벌리지 못하고 사는 미나미 선생은 야마다 하루오에게 괜히 더 마음이 쓰인다. 학교에 들일 일이 없지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야마다 하루오를 신경 써주는 그 마음.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었으니까.

「칠현금」은 북에서 쓴 글로 작가 S가 왜놈 공장에서 허리를 다친 윤 동무의 글을 읽게 되면서 병원으로 면회를 가게 된다. 둘의 대화를 통해 해방 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소련 의사의 등장으로 윤 동무의 허리는 완치가 되었는지 궁금해지는 글이었다.

지금 보면 37세는 한창인 나이지만 일제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으로 살아야 했던 작가의 삶은 속된 말로 짧고 굵게 살다 갔다. 연안 망명 시절의 작품 「노마만리」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졌다. 어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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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맨 브라운
너새니얼 호손 지음 / 내로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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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2년 2월부터 15개월 동안 무려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마녀 혐의로 고발당하고 그중 25명은 교수형을 당했다. 미국 세일럼 마녀사냥은 집단 히스테리의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악마의 힘을 빌려 주술을 부린 마녀를 잡겠다고 재판을 벌인 세일럼 마녀재판은 어떤 신념을 지키려고 했던 것일까? 세일럼 마녀재판에서 특별재판관이었던 자신의 조상의 잘못을 개탄하면서 성까지도 개명을 한 나다니엘 호손은 어떤 경고를 하려고 굿맨 브라운을 내세운 것일까?


기독교 마을에서 자란 선한 남자 굿맨 브라운은 어여쁜 아내 신념을 홀로 두고 어두운 숲속에서 자신과 똑같은 나이 든 남자를 만나서 숲속을 걷는다. 굿맨은 마을 사람들과 아내를 착한 사람들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자신과 닮은 그 남자는 어떤 믿음도 섣불리 단정 짓지 말라고, 사악을 어떻게 정의하냐며 자신을 추종하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굿맨은 숲속에서 신념을 부르지만 신념은 사라지고 이제 숲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는 바로 자신임을 깨닫게 된다. 인간의 분노를 통해 발현되는 악마의 모습이 인간의 본성이다. 의심의 씨앗을 넘겨받은 굿맨은 남은 생을 불신의 날들로 침울하게 늙어간다. 자신이 믿었던 것들이 모두 무너져 내리면 다시는 과거의 삶을 그대로 살 수는 없으리라. 의심의 씨앗을 던져준 그 남자는 무엇을 경고하려고 했던 것일까?


청교도 집안에서 태어나서 성장하면 자연스레 청교도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나다니엘 호손은 조상이 저지른 잘못을 다른 사람들은 다시는 저지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저 자연스럽게 신념을 따르는 삶이 아닌 자신이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결정을 내리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굿맨의 이야기를 들려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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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 산월기(山月記) / 이능(李陵)
나카지마 아츠시 / 다섯수레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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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월기는 인호전에서, 명인전은 열자에서, 제자는 논어에서 이능은 한서와 사기를 기본으로 나카지마 아쓰시가 전혀 다른 주제로 재구성한 작품들이다.


<산월기>에서 이징은 시인이 되어 후세에 이름을 남기고자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개를 꺾고 삶을 살지만 결국 발광하여 호랑이로 변하고 만다. 벌레로 변한 잠자는 회사에 출근하는 것을 걱정했는데 이징은 호랑이로 변한 상태에서도 친구를 만나서 시를 읊으며 기록해서 후세에 전해 달라고 한다. 사람의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과도한 욕망과 집착은 인간의 내면을 동물로 만들어 버리니 조심해야겠다.


자로의 모습을 새롭게 보게 된 <제자>.


자로는 공자에게 가장 많이 혼난 제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글을 통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난 듯하다. 공자왈, 자왈에만 치우쳐서 읽었던 말씀을 제자를 중심으로 다시 새롭게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해준다. 배움이란 무엇인지, 군자의 길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갈등하는 인간적인 모습의 자로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이능을 통해 궁형을 당하고 사기를 기록한 사마천의 인간적인 모습을 상상해 보게 되었다. 아버지의 전언을 지키고자 역사를 정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학자의 삶은 상상 이상의 비참함이었다.


신영복 선생님의 추천사에 혹해서 집어 들게 된 이 책은 동양 고전을 다시 펼쳐보게 만들어준 책이 되었다.


인간적인 자로와 사마천의 모습을 보고 논어와 사기열전을 다시 찾아 읽게 되었다. 참,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도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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