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량 작품집 - 초판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김사량 지음, 임헌영 엮음 / 지만지한국문학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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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어본 이름 김사량. '량? 북한 작가인가? 설마 북한 작품이 나왔을라고...'라는 의구심으로 집어 들게 된 책이다. 작가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으니 책의 맨 뒤를 먼저 펼쳐보게 되었다. 모야모야~~ 김사량(1914~1950)은 평양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1939년 일본에서 일본어로 <빛 속에>를 발표해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에도 오르고 1945년에는 연안으로 망명의 길에 올랐다가 1945년 일본의 패전 소식을 듣고 조선의용군 본부 선발대로 귀국 후 북한에서 평양 대지주라는 출신 성분과 연안파라는 이념의 꼬리표를 달고 작품 활동을 하던 중 1950년 종군작가단의 일원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했다가 10월 원주 부근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이 작품집에 들어 있는 「빛 속에」는 일본에서 일본어로 발표한 작품이고 「칠현금」은 북에서 발표한 작품이다.

「빛 속에」는 일제 식민지 시대의 조선인 지식인인 '미나미' 선생은 아이들에게 선입견이 생길 것을 걱정하며 자기가 조선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비굴한 조선인 남선생과 일본인 아버지와 조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조선인이 아니고 일본인이라고 강조하는 야마다 하루오가 학생으로 만나게 된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야마다는 미나미 선생을 남선생님으로 부르게 되는데 남선생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된다.

일본 식민지 시대의 비극이다. 반은 조선 사람이 맞지만 일본에서의 지위가 얼마나 불안했으면 어린아이조차도 극구 일본인이라며 조선 사람들을 놀리고 다녔을까? 또 그 마음은 어떠했을까? 야마다 하루오의 불안한 마음이 너무 이해되면서 가여웠다.

같은 이유로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는 것일까? 조선 사람이지만 조선 사람이라고 떠벌리지 못하고 사는 미나미 선생은 야마다 하루오에게 괜히 더 마음이 쓰인다. 학교에 들일 일이 없지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야마다 하루오를 신경 써주는 그 마음.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었으니까.

「칠현금」은 북에서 쓴 글로 작가 S가 왜놈 공장에서 허리를 다친 윤 동무의 글을 읽게 되면서 병원으로 면회를 가게 된다. 둘의 대화를 통해 해방 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소련 의사의 등장으로 윤 동무의 허리는 완치가 되었는지 궁금해지는 글이었다.

지금 보면 37세는 한창인 나이지만 일제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으로 살아야 했던 작가의 삶은 속된 말로 짧고 굵게 살다 갔다. 연안 망명 시절의 작품 「노마만리」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졌다. 어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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