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뿐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법 -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좋은 사람들에게
바바라 베르크한 지음, 장윤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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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요구에 명료하게 던지는 ‘아니’라는 말은 당신 자신에게 ‘그래’라고 말하는 것이다.” 독일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베스트셀러 작가 바바라 베르크한이 전하는 내 세계와 관계를 지키는 ‘경계 짓기’의 기술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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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뿐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법 -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좋은 사람들에게
바바라 베르크한 지음, 장윤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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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거절하기를 무척 어려워했다. 심지어는 두렵기도 했다. 누군가 무슨 제안이나 부탁을 할 때 제대로 거절하지 못했다. 일일이 요구나 부탁을 다 들어주다 보니 나중에 어려운 부탁이 생길 때면 으레 독자들 찾아왔다. 속으로는 싫지만 싫다는 내색도 없이 알았어가 독자의 답변이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그대로 독자의 삶에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특히 돈 문제가 가장 해결하기 어렵고 가장 오랫동안 독자의 삶을 짓눌렀다. 엄격히 말해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부탁을 들어주고 괴로워할 때 거절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읽을 만한 책을 소개시켜 준 지인도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도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책은 현실과 떨어진 심리적인 면을 강조하며 심리 강화를 위한 여러 가지 실천 방법을 일러줄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안될 듯했다.

어떤 이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라는 그럴 듯한 말로 독자에게 충고를 했다. "눈 딱 감고 한 번만 거절해봐, 그럼 다음부터는 점점 거절이 쉬워질 거야"란 말이었다. 그러나 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지지부진하게 끌려가자 다시 돈 문제를 갖고 찾아온 사람은 없었다. 그의 말대로 눈 딱 감고 거절할 이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그보다 사소한 문제는 종종 거절함으로써 독자 삶에 침범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지금도 거절을 쉽게 하지 못한다. 이 책이 설명하는 "당신은 거절이 어렵다.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와 요구 사항을 줄줄이 들고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당신을 찾는다. 이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당신은 지쳤다"와 같은 상태로 지낸다.

 


 

이 책 『가뿐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법』은 좀 더 강력하고 자신 있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키워주는 데 역점을 두고 쓰여졌다. 저자 바바라 베르크한은 싫다고 말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고, 다음부턴 나 먼저 생각할 거라고 다짐하지만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라 상황은 반복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당신은 자신의 영역을 알리는 경계선을 선명하게 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당신이 하는 ‘아니’라는 말은 단순한 거절 그 이상이다.” 저자는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영역에 무엇을 들이고 무엇을 영역 밖에 둘지 결정하는 일이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해로운 것에서 보호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또한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바라고 원하는 것에 대해 ‘그래, 좋아’라고 말하며 그것들을 좇아 나갈 수 있도록 생각의 전환을 이끈다고 주장한다. 이로써 거절이 어려웠던 사람은 ‘아니’라는 말을 통해 남이 아닌 나를 아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지적한 것이 꼭 독자인 나를 지적하는 것 같아 여러 번 깜짝 놀랐다. "어떻게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많지?" 저자는 거절하지 못해 자신의 삶을 어렵게 만든 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직접 경험하고 상담함으로써 얻은 결론을 연구 끝에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고 거절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런 사람은 대개 자신이 원하는 걸 뒤로 미루고 남을 먼저 배려하고 돕는 ‘좋은’ 사람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좋은’ 사람이라는 타이틀에 집착했다. 그것이 삶이 어려워진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제안이나 부탁을 들어주고 돕는 과정에 너무 많은 에너지, 집중력, 시간을 다 써버리고 지쳤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저자는 한마디로 단언한다. 우리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아니’라는 말이 우리의 마음 상태를 알려주는 ‘측정기’라고 말한다. ‘아니’라는 말은 무엇이 우리의 일상을 과하게 차지하는지를 책에서 사례를 들고, 자신의 경험과 연구 결과를 모두 내보여준다. 너무 많은 의무와 책임, 무리한 일정, 피로와 스트레스…. 자신의 일만 처리하기에도 세상은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 남을 위해, 그것도 자신의 능력 밖에 있는 일마저 거절하지 못해 에너지와 시간을 써버린다면 과연 우리에게 남는 게 뭘까?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현실적으로 닥치면 마음 먹은 대로 잘 안될 뿐이다. 그 점을 고쳐야 내 삶을 되찾고 나를 위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말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 이들은 많은 문제를 늘 지닌 채로 살아간다. 그래서 이 책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많은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 때와 상황, 요구나 제안의 무게감, 그리고 자신이 해결하지 못할 일의 무게감 등을 모두 고려하는 방법들이 모두 등장한다. 책에서 한두 가지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방법을 선택해 실천해 볼 것을 저자는 권유한다.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지 않고서는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아니'라고 거듭 말하는 과정에서 ‘그래, 좋아’라는 말을 발견하게 된다. 부정적인 것들을 지우고 우리에게 더 나은 것을 찾아갈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저자 바바라 베르크한은 30여 년 동안 독일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활동하며 조직과 개인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코칭을 진행하고, 소통에 관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비판혁명』, 『화나면 흥분하는 사람 화날수록 침착한 사람』, 『도대체 왜 그렇게 말해요?』, 『나는 상처받지 않습니다』 등의 저서가 번역 소개되어 있다. 저자는 이번에도 인간관계, 조직 생활에서 소통 문제로 고민하고 갈등을 겪는 이들을 위해 자신만의 커뮤니케이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한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늘 다른 사람의 마음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다가 소진되어버린 이들을 위해, 나의 영역을 단단하게 지키는 거절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간, 에너지, 집중력, 주의력 같은 당신의 귀한 자산을 지키는 ‘아니’라는 말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저자는 자연스러운 자기표현을 가로막는 우리 내면의 ‘검열관들’과 거리를 두는 방법, 그리고 갈등 없이 거절하기 위한 조언과 각자에게 어울리는 거절의 말을 발견하는 법을 소개한다. 긍정적인 생각과 아니라고 말할 용기를 자극하는 ‘연습 노트’와 전략들도 함께 전한다.

“사랑받기 위해 늘 모든 이들의 마음에 들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그리고 자기 내면의 생각과 일치하는 말과 행동을 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 주변 사람들은 당신에 대해 저마다의 생각을 품고 있다. 당신이 무얼 하든 관계없이 이들은 자기 마음대로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이다. 당신은 언제나 가치 있는 사람이며 나무랄 데 하나 없이 잘하고 있다. 당신이 타인의 요구에 아니라고 말하든 그러자고 말하든 상관없이.”(p.42)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마음의 바탕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우리는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한다. ‘아니’라고 말하는 나를 주변 사람들이 불편하게 여기지는 않을지, 관계가 깨지지는 않을지 걱정하며 거절하고 싶은 마음을 삼킨다. 독자의 과거를 궤뚫는 듯한 저자의 지적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하지만 걱정은 걱정일 뿐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은 다른 사람의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경계선’은 여기에도 적용된다. 저자는 당신이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당신의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고, 그리고 모든 개인에게 자신만의 영역이 있듯이, 다른 사람에게도 그 사람의 영역이 있다고 말한다. 그들의 감정, 비난의 말은 나와는 상관없는 그들의 것이다.

 


 

이와 함께 회전목마처럼 뱅뱅 돌며 머릿속을 지배하는 걱정에도 경계선을 그으라고 저자는 말한다. ‘내면의 비평가’ ‘내면의 감독관’ 그리고 ‘걱정 생산자’라는 세 골칫덩이는 우리가 진정한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막고 매 순간 다른 사람의 눈으로 자신을 비난한다. 불안을 자극하고 ‘해야 할 일’을 상기시키며 우리를 쫓기는 기분에 몰아넣는다. 이 생각에도 “아니! 걱정은 걱정일 뿐이야!”라고 의식적으로 선을 긋고 거리를 두어야 한다. 단단하게 경계를 지은 내 영역에서 진정한 마음의 지혜에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우리는 자연스럽고, 명쾌하고, 가뿐하게, “아니. 난 싫어. 하지 않을래.”라고 말할 수 있다. ‘내면의 비평가’ ‘내면의 감독관’ 그리고 ‘걱정 생산자’ 등 세 골칫덩이는 독자로서는 생경한 단어다. 그러나 번역가의 덕택인지 우리말로 표현해도 아무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대로 뜻이 전해진다.

저자의 결론에 이르는 말은 쉽게 이해되고 누구든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각각의 개인차가 있듯이 모든 사람이 단번에 ‘아니’라고 잘 말하게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제대로 의식하고 준비하고 연습한다면 나를 지키는 거절의 말을 차차 더 쉽게 던질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거절 못 하는 이들을 위한 ‘거절 마인드 설계 안내서’다. 『가뿐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법』을 통해 우리는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것들에 “아니!”라 말하여 이별을 고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 지키고 싶은 것에 “예스!” 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전략은 어린아이도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해서 많은 이들에게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바로 아무런 미사여구 없이 단순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전략이다. 당신의 ‘아니’라는 말은 하나의 완전한 대답이다. (중략)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다시 한 번 반복하자. 아니.” 이때 당신은 조용히 침착하게 있으면 된다. 상대방에게 당신이 이 아니라는 말을 아무런 흥분도 동요도 없이 무한히 반복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당신이 지닌 확고한 거절의 뜻을 누구도 절대 거스를 수 없다고 말이다.(p.138~139)

 


 

독자가 읽었던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공저 『미움 받을 용기』란 책이 오버랩된다.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아들러의 심리학으로 인간은 능력이나 환경, 과거의 트라우마와 관계없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존재이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눈앞에 놓인 문제를 직시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책이다. 『미움 받을 용기』는 자유로워질 용기, 평범해질 용기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까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을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 형식으로 엮어,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 것인가?’라는 인간 본연의 질문에 쉽고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그 책과 이 책 『가뿐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법』이 오버랩되는 것은 독자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저자 : 바바라 베르크한(Barbara Berckhan)

 

독일 함부르크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30여 년 가까이 기업, 관청, 협회 등 다양한 조직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관련 워크숍, 트레이닝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자 화술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지은 책으로 『화나면 흥분하는 사람 화날수록 침착한 사람』 『대화기술』 『싸우지 않고 이기는 사람들의 대화 호신술』 『비판 혁명』 『도대체 왜 그렇게 말해요?』 『나는 상처받지 않습니다』 등이 있다.

 

역자 : 장윤경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독어독문학을 전공한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교와 다름슈타트 대학교에서 공동으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다양한 분야에서 통번역 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출판 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리뷰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하버드 수학 박사의 슬기로운 수학 생활』, 『뉴스 다이어트』, 『No! 백번 말해도 No!』, 『거대한 후퇴』, 『세상에서 가장 기발한 우연학 입문』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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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토비아스 휘터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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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과학’의 토대를 쌓아올린 천재들의 놀라운 발견에서부터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이 종식된 반백년의 현대물리학 역사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다. ‘세상을 바꾸는 과학’의 찬란한 빛과 짙은 어둠을 탁월한 표현력과 문장으로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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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토비아스 휘터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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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알기로는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란 용어를 처음 사용하고 세계적 화두로 정착시킨 사람은 20세기의 유명 경제학자인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이다. 갤브레이스는 현대의 특성을 불확실성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 1908~2006)가 BBC가 제작한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제목의 경제사상사 관련 TV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작성한 원고에 더욱 상세한 내용을 첨가하여 1977년 출판한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저서에서 비롯된 말이다. 갤브레이스는 이 책에서 현대를 ‘사회를 주도하는 지도원리가 사라진 불확실한 시대’라고 규정하였다. 현대는 과거처럼 확신에 찬 경제학자도, 자본가도, 사회주의자도 존재하지 않는 시대이고, 우리가 진리라고 여겨왔던 많은 것들과 합리성과 이성에 근거한 담론체계도 의심스러우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혼란스러운 시대라는 것이다.

갤브레이스는 모두 12장으로 구성된 저서에서 금과 토지 중심 경제체제의 형성과정을 경제사적으로 검토하고, 화폐와 은행 중심의 새로운 자본주의 경제체제로의 이행을 분석하였다. 또, 스미스, 리카도, 마르크스, 레닌, 케인스 등의 200년에 걸친 경제사상의 흐름을 짚고, 자본주의의 형성과 발전과정과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적 이슈들, 즉 다국적기업, 제3세계, 거대도시, 핵문제, 세계적 빈곤문제 등을 분석하며 경제와 경제사상의 변화를 알기 쉽게 설명하였다. 이를 통해 현대의 특성을 불확실성이라고 규정하였는데,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표현은 단순히 경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의 영역으로 확장되어 전세계의 화두가 되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판돼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하면서 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되짚어 '예측 가능한 경제' 시대로 변화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선언은 IMF로 이뤄지지 못한 채 끝을 맺기도 했다.

 


 

이 책 『불확실성의 시대』는 앞의 책처럼 경제 사상서가 아닌 현대물리학 서적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보어의 상보성의 원리〉 등 과학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이 용어들은 현대물리학의 기초인 양자역학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들이다. 양자역학은 미시 세계의 입자 및 입자의 무리가 어떠한 힘에 의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다루는 학문으로 컴퓨터의 주요 부품인 반도체의 작동 원리를 비롯해 오늘날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신기술들의 바탕이 되는 과학이다.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원리〉를 발견하여 고전물리학의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 개념을 뒤흔들어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창안해냈다.

이 책은 20세기 과학사를 장식한 세계의 과학 지성들이 고전물리학의 한계를 타파하고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대표되는 현대물리학의 빛나는 성취를 만들어나가던 순간들을 담아낸 대중과학 논픽션이다. 촉망 받는 저널리스트인 저자 토비아스 휘터는 당대 과학자들이 남긴 편지, 메모, 연구 논문, 저서 등을 토대로 1900~1945년에 질적인 변화를 이뤄낸 현대물리학의 역사를 한 편의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그러나 빛이 찬란할수록 그림자는 짙은 법.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시대는 전쟁의 광기가 몰아치던 시대와도 오버랩 된다. 과학이 역사를 바꾸기도 하지만, 역사가 과학의 쓰임을 정하기도 하던 시기, 이들의 놀라운 발견은 원자폭탄이라는 무시무시한 대재앙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그 누구도 자신들의 학문적 열정과 진리에의 탐구가 살상무기 제조에 쓰이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터. 찬란하지만 어두웠으며, 동기와 결과가 일치하지 않았던 이 시절을 저자가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명명하는 이유다. 현대물리학의 태동에서부터 황금기에 이르는 역사적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탁월한 교양과학서다.

 


 

책에 따르면 20세기 초까지 물리학자들은 수백 년 전의 기하학이 그랬던 것처럼 물리학 역시 완성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1899년, 미국 물리학자이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앨버트 마이컬슨은 “물리학의 중요한 기본 법칙과 사실들은 모두 발견되었다. 그것은 아주 확고하여 새로운 발견의 추월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앞으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은 소수점 아래 여섯 번째 자리에 있다”라고도 이야기했다. 반면, 고전 전기역학의 창시자인 제임스 맥스웰은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를 했다. “꼼꼼한 측정의 노력에서 얻어야 하는 진정한 보상은 더 큰 정확성이 아니라, 새로운 연구 분야의 발견과 새로운 과학 아이디어의 발달이다.”

17세기 뉴턴의 운동 법칙이나 19세기 맥스웰의 전자기 법칙 등으로 상징되는 고전물리학은 시간과 공간을 관측자와 독립되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절대적인 것으로 상정하고, 인간의 눈에 포착되는 현상 내지 그보다 더 큰 거시적인 현상들을 다루었다. 원인과 결과가 명확한 인과론과 결정론적 관점으로 자연현상을 해석했던 고전물리학은 그때까지 인간이 경험했던 대개의 현상들을 수월히 설명해냈다. 하지만 1890년대에 접어들어 기존의 고전물리학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이컬슨은 틀렸고, 맥스웰의 전망이 맞았다.

과학자들은 ‘발견’하는 이들이기도 하지만, ‘해석’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무엇이 올바른지 알고자 할 뿐 아니라, 그것이 왜 올바른지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과학이 학문적으로 아름다움을 발할 때는, 진리에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기존의 이론을 폐기하거나 수정하며 한 단계 더 진일보하는 순간일 것이다. 그 순간 과학은 ‘세계를 발견하는 과학’에서 ‘세계를 바꿔놓는 과학’이 되기도 한다.

 


 

이 책 『불확실성의 시대』는 20세기 과학사를 수놓은 걸출한 과학 지성들이 고전물리학의 한계를 타파하고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두 축으로 대표되는 현대물리학의 빛나는 성취를 일궈가는 순간들을 담아낸 대중과학 논픽션이다. 저널리스트인 토비아스 휘터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하는, ‘20세기 위대한 물리학의 명장면’들을 현장감 있는 문장으로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그는 1900~1945년을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로 명명하고 이 책의 부제로 사용했다. 이 책은 이 시기의 과학사를 정리했다는 의미다. 이 시기는 마리 퀴리의 라듐의 발견부터 막스 플랑크의 양자가설에 이르기까지 빛나는 업적을 쌓아간 시절이다.

‘새로운 과학’은 1900년 베를린에서 막스 플랑크로부터 시작되었다. 19세기 물리학자들의 난제 중 하나는 흑체복사곡선을 고전물리학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전물리학의 수단들로는 온도와 색상 스펙트럼의 연관성을 바르게 설명하는 공식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던 방법론까지 동원해가며 흑체복사선에 대한 연구를 한 끝에 “에너지가 매우 특정한 수의 유한한 등가성 알갱이로 구성되었다”라고 발표한다. 그가 말했던 이 ‘알갱이’는 곧 양자 개념으로, 플랑크의 양자가설은 이후 아인슈타인의 광양자가설에도 영감을 준다. ‘새로운 과학’은 또 다른 곳에서도 움트고 있었다.

여성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자 노벨상 2관왕인 마리 퀴리는 20세기 초, 앙리 베크렐이 발견한 우라늄선에 매료되어 이후 방사선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으며, 그 과정에서 우라늄보다 더 강한 방사능을 지닌 물질인 라듐을 분리해내는 데 성공한다. 이로써 훗날 핵물리학으로 발전하게 될 과학의 새로운 영토가 개척되었다.

 


 

연구실과 실험실에서 고군분투했던 과학자들과 달리 생업 전선에 몸을 내맡긴 일상 가운데에서 세상을 놀라게 한 발견을 해낸 인물도 있었다. 그 주인공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1900년 막스 플랑크의 흑체 문제에 대한 발표를 읽고 난 뒤, 스위스 특허청에서 3등급 심사관으로 일하던 그는 1905년에 빛, 즉 모든 전자기선은 파동이 아니라 일종의 입자인 양자로 구성되었다는 주장을 담은 원고(‘발견적 관점에서 본 빛의 생성에 관하여’)를 발표한다. 그전까지 과학자들은 빛이 파동이라고만 생각했다. 플랑크는 계산을 위한 임시 수단으로 양자 개념을 도입했을 뿐이지만, 아인슈타인은 그의 이론을 발판 삼아 더욱 혁명적으로 사고를 진화시킨 것이다.

이들을 필두로 이 책 『불확실성의 시대』는 20세기 초중반, 과학의 새로운 영토를 넓혀나간 과학자들 - 닐스 보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막스 보른, 루이 드브로이, 폴 디랙, 에르빈 슈뢰딩거, 리제 마이트너 등 - 을 차례로 호명해내어 이들이 기존의 이론을 수용하고, 반박하고, 보완해나가며 현대물리학(그중에서도 특히 양자역학)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는 모습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그려낸다. 저자가 선별하여 책에 실은 50여 개의 장면들은 그 자체로 현대물리학사의 계보다.

반백년의 세월에 걸친 드라마 속에서 세기의 과학자들은 서로의 스승이자 제자가 되어 때로는 상대방의 학문적 고뇌에 공감해주고, 때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고 치열하게 논쟁했다. 이들은 세계대전의 참화 속에서도 서로의 논문을 찾아 읽고, 국경을 넘나들며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과학의 토대를 단단히 쌓아나갔다. 특히, 원자 모형과 양자이론을 둘러싼 하이젠베르크와 보어의 대화(‘1922년 괴팅겐-아버지를 찾은 아들’),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에 관한 아인슈타인과 하이젠베르크의 대화(‘1926년 베를린-물리학의 신들을 만나다’), 전자와 광자가 주제였던 제5차 솔베이회의에서 이루어진 보어와 아인슈타인 사이의 대논쟁(‘1927년 브뤼셀-대논쟁’)을 재구성한 부분들은 이들의 협력과 갈등을 생생히 보여주는 이 책의 명장면들이다.

 

 

과학이 역사를 바꾸기도 하지만, 역사가 과학의 쓰임을 바꾸기도 한다. 이 책은 경이로운 과학적 발견의 순간들만을 다루지 않는다. 20세기 초반, 유럽 전역을 비롯해 전 세계를 참화로 몰아넣었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그들이 가진 지식으로 전쟁에 복무하게 만들었다. 특히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새로운 과학혁명의 바람이 빚어낸 참혹한 재앙의 태풍과도 같았다. 나치즘의 횡포가 극에 달하던 시기, 여성 과학자 리제 마이트너는 나치의 압박을 피해 독일을 떠나 스톡홀름으로 탈출하지만, 자신의 학문적 파트너 오토 한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국경을 초월한 연구를 이어나간다. 이들은 우라늄보다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고자 했는데, 오히려 그 과정에서 중성자로 충격을 준 우라늄으로부터 원자 무게가 더 가벼운 바륨을 얻게 된다. 이로써 원자핵이 쪼개지고 분열될 수 있음을 알아냈을 뿐만 아니라 이때 생성되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밝혀낸다.

이 발견은 오늘날 원자력 발전을 가능케 한 기본 원리이지만, 당시는 나치즘을 비롯한 군국주의와 연합군이 대립하던 제2차 세계대전의 전황 중이었다. 보어, 아인슈타인 등 연합국 진영의 과학자들은 핵분열 연구 결과가 나치의 손에서 위험하게 쓰일 수도 있음을 경계하며 이를 미국 대통령이었던 루스벨트에게 알렸고, 이윽고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프로젝트는 성공했으나 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에서는 8만여 명이 즉사했다. 훗날 아인슈타인은 루스벨트에게 썼던 자신의 편지를 “인생 최대 실수”라고 부를 만큼 후회했다고 한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했고, 연합군의 승리는 자명했으나 세계는 불확실해졌다. 이 책의 표제가 '불확실성의 시대'가 된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1927년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표하며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가 옹호했던 인과성의 법칙을 흔들었다. “‘현재를 정확히 알면, 미래를 계산할 수 있다’는 인과법칙의 명확한 진술에서 틀린 것은 결론이 아니라 전제조건이다. (…) 양자역학을 통해 인과법칙의 무효성이 명확히 입증된다.” “무엇이 올바른지 알고자 할 뿐 아니라, 그것이 왜 올바른지도 이해하고자” 했던 과학자들의 집념 어린 탐구는 역사의 물줄기와 뒤섞이며 그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불확실한’ 결과로 가닿았다. 저자가 현대물리학의 가장 눈부신 성과가 이룩되었던 1900~1945년의 시기를 ‘불확실성의 시대’로 명명하는 이유다.

이 책 『불확실성의 시대』는 현대물리학의 황금기였던 20세기 전반기에 양자역학, 핵물리학 등의 토대를 쌓아올린 당대 과학자들의 놀라운 발견과 혁명의 순간을 각종 사료들을 토대로 현장감 넘치게 조망해낸 논픽션이다. 과학자들의 편지, 메모, 연구 논문, 일기, 회고록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해낸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당대 과학 진영이 어떻게 나뉘었는지는 물론이고, 책에서 언급되는 과학 이론들에 대한 배경 지식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현대물리학의 계통과 흐름을 쉽고 일목요연하게 조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관찰하는 순간 세계가 바뀐다. 세계를 바꾸지 않고는 세계를 관찰할 수 없다. 이런 통찰이 하이젠베르크를 양자역학으로 안내했고, 그것이 그의 딜레마였다. 그는 세계를 연구하고자 했다. 세계를 바꾸는 것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세계를 바꿨고, 그는 손에 든 이 엄청난 이론으로 세계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나치가 지배하는 독일에서 무관심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에 살았기 때문이다. 다른 물리학자들도 비슷했다. 평화주의자로 알려진 아인슈타인조차 세계 역사에서 벗어나 있을 수 없었다. 그 또한 원자폭탄 제조를 재촉했다. 그는 이것을 나중에 후회했다. 이것이 바로, 마리 퀴리의 손끝 균열에서 히로시마의 원자폭탄까지 이어진 역사의 어두운 면이다." (p.478) - 〈에필로그〉 중에서

 


 

루스벨트는 원자 연구자의 편지를 읽을 시간이 없었다. 전쟁 상황이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 히틀러가 폴란드를 공격하고,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에 전쟁을 선포했다. 1939년 10월 11일에야 비로소 이 편지가 루스벨트의 책상에 도달했다. “나치가 우리를 공중분해하지 못하게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해.” 루스벨트가 결론지었다. 그는 그날 바로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처음에는 아주 천천히 진행되었다. 아인슈타인이 루스벨트에게 편지 두 통을 연달아 보내 프로젝트 조직을 촉구하고 독일의 폭탄 제조에 대해 재차 경고한 후에 비로소 추진력이 생겼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미국을 우라늄 공장으로 바꿀 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미국 세 국가의 협력도 요구했다.(p.446)

 

저자 : 토비아스 휘터

 

뮌헨과 버클리에서 철학과 수학을 공부했다.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와 [차이트(ZEIT)] 편집자였고, 공동 창간한 철학잡지 [호헤 루프트(HOHE LUFT)]의 부편집장이었다. 현재 그는 프리랜서 기자 및 작가로 [호헤 루프트]와 [차이트 비센(ZEIT Wissen)] 등에 글을 기고한다.

 

역자 : 배명자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8년간 근무했다. 이후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독일 뉘른베르크 발도르프 사범학교에서 유학했다. 현재는 바른번역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아비투스』, 『숲은 고요하지 않다』,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 『부자들의 생각법』 등 70여 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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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나 다닐로 지음, 김지아 옮김 / 시크릿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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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심리치료사인 저자가 자신도 가면증후군을 겪었던 경험을 밝히면서, 완벽주의자들의 고통에 공감한다. 그리고 이 책은 가면으로 숨긴 진짜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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