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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하기 [사사기] 테크노-유토피아··· 22세기 미래 인류의 새로운 도전 (공감0 댓글0 먼댓글0)
<사사기>
2025-04-05
사사기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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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사사기』의 표제어로 쓰인 '사사기(士師記, JUDGES)'는 통일된 국가 조직을 갖추기 전 일종의 과도 체제하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처신하던 타락하고 범죄한 암울했던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사사기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스라엘 백성을 징계하는 수단으로 하나님이 이방 군대를 동원하고, 또 회개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사사를 보내 구원하는 내용이다. 하느님의 심판과 구원의 반복적인 역사를 발견할 수 있다. 아울러 세상 역사를 주관하는 하나님의 의로운 통치 원리를 배우게 된다. 이스라엘 지도자 여호수아 사후부터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의 등장 때까지 하나님에 의해 세워진 이스라엘의 군사, 정치 지도자. ‘사사’를 가리키는 히브리어 ‘쇼페트’나 헬라어 ‘크리테스’는 원래 ‘재판하다’, ‘다스리다’는 뜻으로서 소송과 분쟁을 해결하는 ‘재판관’으로서의 성격이 강했으나 점차 그 범위와 영향력이 정치나 군사 등으로 확대됐다.

라이프성경사전에 따르면 사사기에 기록된 사사는 열두 명인데, 6명의 대사사로는 옷니엘, 에훗, 드보라, 기드온, 입다, 삼손이 있고, 6명의 소사사로는 삼갈, 돌라, 야일, 입산, 엘론, 압돈 등이 있다. 바락은 여사사 드보라와 같이 활동했고, 사무엘은 사사기에 언급되지 않지만 마지막 사사로 간주되며, 사무엘의 두 아들도 사사로 불린다. 탈무드나 초대교회의 전승에 따르면 이 책은 사사 시대 말기와 왕국 시대 초기에 활동한 사사요, 선지자인 사무엘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일부 학자는 B.C. 7세기 말경이나 6세기 초 유다 왕 요시야 때 익명의 저자가 기록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사사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범죄→하나님의 경고→뉘우치지 않고 도리어 가중되는 범죄→이방 군대를 동원한 하나님의 심판과 형벌→이스라엘 백성의 회개→사사를 통한 구원→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시작되는 범죄로 이어지는 일련의 순환구조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반복되는 범죄의 역사는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인간의 죄악성과 부패성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켜 준다. 뿐만 아니라 인간 중심의 세계관이나 인본주의적 윤리관이 인간을 구원과 행복의 길로 인도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절망과 파멸로 이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동시에 오직 회개하고 하나님께로 돌아와 하나님 중심적(신본주의적)인 삶에 자신을 복속시키는 자만이 오히려 해방과 구원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는 역설적 진리를 가르치고 있다. 이 소설 작품 『사사기』의 저자 이기원이 '사사기'에서 최소한의 영감을 받았을 것으로 독자가 이해하는 이유이다.


구약성서에서 여호수아로부터 사무엘 시대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라고 두산백과는 설명하고 있다. 〈사사기〉는 구약성서에서 일곱 번째에 위치한다. 〈사사기〉는 〈판관기〉라고도 한다. 이스라엘 민족의 각 부족에 의한 가나안 정복에서 시작하여 엘리야·사무엘 시대까지, 즉 BC 12∼BC 11세기에 걸친 역사 사건들을 토대로 삼고 있다. 내용은 크게 3부로 나누어진다. ① 이스라엘 민족에 의한 가나안 정복과 정착에 관한 개관, ② 판관들의 전기, ③ 부록 등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이스라엘 민족이 야훼를 배신하거나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가질 것도 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당시 이스라엘 민족은 가나안 지방을 정복하기 시작하였으나, 아직 완전히 정복하지는 못하였다. 그리고 각 부족은 자기들끼리만 각기 적당한 영토에 살았으며, 각각 다른 사정 아래서 생활하고 있었으므로 중앙집권적인 기관이 없었고 왕도 없었다. 그러나 민족 전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공동의 지도자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 지도자의 소임을 맡은 사람이 판관이다.

판관은 타민족으로부터 압박을 받거나 전쟁을 할 때에는 군사령관이기도 하였고, 평상시에는 판사의 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들의 권능은 직접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진 것으로서, ‘신(神)의 심판’을 대행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헤브라이어의 판관이란 ‘판단자’의 뜻을 가지며, 재판자라기보다는 구조자·지도자·지배자라는 뜻에 가깝다. 판관 제도는 그 후 왕 제도가 형성되기까지 지속되었다. 그러나 판관의 활동범위는 지역중심적이고 대개 부족의 장으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판관기는 이러한 판관들의 영웅담의 일면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의 왕국 건설 이전의 정복사, 사회적 여건, 부족간의 관계 등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본래 사사(士師)·사사기(士師記)라고 써 왔는데, 1970년대에 신·구교가 성서의 공동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그 명칭을 판관 또는 판관기로 고쳤다고 두산백과는 기록하고 있다.


이 책 『사사기』는 오랜 전쟁과 전염병이 휩쓴 후 모든 것이 궤멸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쓴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저자 이기원은 전작 『쥐독』에서 디스토피아 세계를 보여준 적이 있다. 『쥐독』은 전쟁과 전염병으로 전세계 모든 국가가 몰락한 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서울의 이야기를 다룬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허울뿐인 정부를 대신해 도시를 통치하게 된 기업인들은 의학 분야에서 비약적 성취를 이루며 ‘영생’의 꿈을 이루지만, 그렇게 쟁취한 부와 기술은 오직 극소수의 상류층만을 위한 서비스가 되었다. 아무도 이런 구조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할 만큼 모든 게 당연하게 불공평해진 사회다. 

작품 『쥐독』 출간 후 한 인터뷰에서 2025년에 『쥐독』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소설 작품을 계속해서 출판할 계획이라고 저자는 밝힌 적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저자는 작품 이름까지 말할 정도여서(『사사기』와 『리사이클러』) 이미 거의 다 써놓은 상태가 아닌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때 저자가 밝힌 작품 중 한 작품이 『사사기』이다. 저자는 또 『사사기』의 내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사기』는 현실에 대한 제 의문을 녹인 소설로 ‘인공지능이 완벽한 정의를 이뤄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며, 『리사이클러』는 지배계급을 위한 톱니바퀴로 쓰이는 인간이, 자신이 갖지 못할 욕망 때문에 비극을 맞는 이야기입니다."

또 디스토피아 장르가 가상의 세계를 창조해야 하는 점에서 어려움이 많고 장르의 개성이 강하다보니 장벽을 느끼는 독자분들도 있을 텐데, 디스토피아물 읽기를 망설이는 독자분들께 장르의 매력을 알려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란 질문에 "디스토피아 장르가 읽기엔 불편하고 내용이 어두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래의 이야기이자 현실의 투영이기도 하죠. 저는 우리가 가진 현실의 문제나 진실에 대해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문제들에 대해 곱씹어보며 자신의 상상을 펼쳐볼 수 있다는 게 디스토피아 장르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확고한 작품 성향을 가진 작가임을 귀띔하기도 했다.




이 소설 『사사기』에서도 대한민국은 무너지고 ‘전국기업인연합(전기련)’이 도시 통치권을 넘겨받아 새로운 형태의 도시국가 ‘뉴소울시티’를 출범한다. 최첨단 기술과 의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취를 이루며 전기련의 수장으로 등극한 기업 ‘아바리치아’는 도시를 개편하고 새 시대를 열 준비를 한다. 그리고 마침내, AI판사 「저스티스-44」의 도입과 혁신적인 치안 서비스로 범죄율 제로의 태평성대의 시대를 이룬다. 과거부터 쌓아온 수많은 판례와 법률 조항 데이터를 학습하고 뉴소울시티 시민들의 불만과 불신, 바람을 분석해 철저한 법의 논리로만 형을 집행하는 저스티스-44는 만인에게 평등하고도 엄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댔고, 시민들은 저스티스의 공명정대함에 환호했다. 마침내 저스티스는 죄악의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정의의 시대를 열 새로운 사사(士師)로 급부상한다.


"고대 이스라엘 민족을 통솔하던 판관이자 통치자들을 뜻했는데 신과 그들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기록한 ‘사사기’는 구약성서 서른아홉 권 중 하나로 역사 속에 존재해왔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저스티스-44라는 이름은 광야에서의 고난을 끝낸 고대 이스라엘 민족을 다스리던 사사기의 사사들처럼 대한민국이라는 죄악의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희망을 짊어진 존재라는 의미와 맞아 떨어졌습니다."(p.35)


어느 날, 완벽해야 할 도시에서 자동차 사고부터 아파트 폭발까지 AI의 통제를 벗어난 오작동 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다수의 사망자까지 발생한 이번 사고를 조사하던 조사관 우종은 일련의 사고들에 대해 저스티스-44가 내린 판결에 의구심을 느끼고, 완벽하다고 믿었던 도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우종의 시선은 사고 현장이 아닌 저스티스의 과거 판결들을 향한다. 뉴소울시티의 거주자들이 종교처럼 신봉하는 AI판사는 과연 모두의 믿음처럼 공정한 판결을 하고 있는 걸까? 과연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직감이나 심증 같은 것들을 철저히 배제한 판결이 언제나 옳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는 ‘완벽한 정의’라는 환상에 물들어 맹목적 신봉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우종은 자신과 비슷한 의구심을 가진 감사부 직원 영무, 사회부 기자인 재민과 합세해 더욱 적극적으로 저스티스-44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우종과 영무는 저스티스-44의 서버 건물에 잠입해 지난 판결에 대한 데이터를 찾고, 기자인 재민은 저스티스-44의 완벽함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기사를 작성해 도시를 술렁이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신성모독적 활동을 해 나가면서도 이들이 진정 지키고 싶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저스티스-44와 도시에 대한 간절한 믿음이었다. 그러나 기사가 나간 그날 밤 재민이 살해당한 채로 발견되면서 이들의 믿음은 무참히 짓밟힌다.


우종의 머릿속으로 사건 직후의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다. 강한 폭발에 날아간 철제 문짝. 처형이라도 당한 듯 모니터 패널에 처박혀 있던 박도경의 상반신. 저스티스-44의 판결처럼, 이건 정말 오작동 사고가 맞는 걸까?(p.136)


인공지능이 아무리 빅데이터를 축적한 지혜의 총아라고 해도, 인간만의 감각인 촉과 데자뷰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 감각을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할 순 없다. 인간의 촉 역시 경험이라는 알고리즘에 의해 도출된 일종의 값이다.(p.192)




저자 이기원은 전작 『쥐독』을 통해 인간의 삶에 깊이 관여하는 기술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번 작품 주제는 다르지만 삶과 기술의 딜레마에 대해 통찰한다는 점에서 그의 고민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독자는 이해된다. 특히 이 작품 『사사기』는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천착하는 작가의 고뇌와 문제의식이 가감 없이 발휘된 소설이란 문단의 평가다. 저자는 『사사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아무리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고 방대한 데이터가 응축된 사법체계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인간의 감정이나 인간 특유의 인식체계에서 발견하는 심증까지 찾아내고 반영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런 판단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건 거짓이야. 진실이 아무리 잔인하더라도 사람들은 진실 속에 살고 싶어 해. 오직 진실만이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걸 마주하게 하거든.”(p.303)


인간의 탐욕은 예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이나 뉴소울시티나 마찬가지였다. 운 좋게 살아남은 것일 뿐. 정의로워서, 도덕적이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었다.(p.327)


저자 : 이기원


타인과의 대화, 누군가와의 접점, 무언가와의 연결고리가 모두 끊어진, 때론 외롭고 때론 두려운 공백의 시간 속에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는 무의미하고 부질없는 시간이라 부를지 모르지만, 작가 이기원에게는 그런 시간이 인생의 중요한 순간과 맞닿아 있는 연유다. 담배 연기와 짜장면 냄새 가득한 만화방에서 만났던 우라사와 나오키, 추운 겨울 춘천 시내의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서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비디오테이프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인디아나 존스]를 만났던 1985년의 여름날 같은 순간들. 그리고 그런 생각 안으로 죽음에 대한 사유가 비집고 들어왔다. 죽음이 사라진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거기서 우리는 진정한 이상향에 도달할 수 있을지, 수많은 고민과 반문 끝에 마침내 『쥐독』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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