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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에너지 패권 전쟁
양수영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2월
평점 :

[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에너지는 더 많이 필요하다. 물리적으로 에너지는 빛과 열에 의해 생성된다. 화학적으로 보자면 생물체에 공급한 산소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한 축이다. 단기간 가장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는 전쟁 때도 고대에는 인간의 힘이 에너지의 근원이었다. 다시 말해 전쟁은 인간들의 힘과 전쟁 기술의 싸움에 불과했다. 그러나 화약이 발명되고, 이에 따른 각종 무기가 개발됨으로써 살상력은 더 멀리 있는 적까지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전쟁의 양상도 바뀌었다. 병사들의 체력보다는 강력한 무기 개발전으로 바뀌어 갔다.
특히 제1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할 수 있는 기계들이 발명됨으로써 인간의 노동력을 기계가 대신했다. 이때 사용된 에너지원은 물을 끓이는 석탄에 의해 주도됐다. 산업 전반과 교통기관의 획기적 발전으로 인류 사회를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들 기계들은 에너지를 활용하여 24시간 쉴새 없이 가동됨으로써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제 기업주에게는 인간의 노동보다는 에너지원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 인간의 노동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함으로써 도시 노동자의 실업이 발생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유럽에서 시작한 산업혁명은 새로 독립한 미국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유럽인과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여 국토와 국민의 수를 대폭 늘린 신생국가 미국이 세계 산업을 주도하게 된 것은 인구보다는 큰 영토와 자원에 힘입은 바 크다. 자원 가운데에서도 석유의 발견이었다. 미국에서 처음 석유를 발견하고 이를 산업에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산업의 주도권은 미국으로 서서히 움직이게 된다. 석유는 석탄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한 에너지 방출량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1850년대 처음 석유를 발견해 거의 200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 석유는 인류 문명 발전의 중심에 서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석유는 세계의 산업과 전쟁의 향방을 가리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물론 전쟁 무기로서는 우라늄을 이용한 핵폭탄 등이 있지만 상상을 초월한 파괴력과 후유증으로 더 이상 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미국과 소련 사이에 이미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안이 깨질 경우 어쩌면 인류의 종말이 올 수도 있다는 분석에 따라 지난 80년 동안 핵폭탄을 사용히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위기를 넘긴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제3차 세계대전이 터질 경우 인류가 살아남게 될지는 몰라도, 분명한 것은 제4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인간은 돌을 무기로 사용하게 될 것"이란 말은 핵폭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석탄이나 석유 에너지는 중동에 대량 매장된 것을 밝혀낸 이른바 '선진국'들은 에너지 확보가 국력의 크기를 가름한다는 사실을 미리 깨달았다. 한 지역의 석유 매장량을 추정해 낼 정도로 발달한 서양의 과학은 이를 둘러싸고 중동 석유의 선점을 위해 그들에게 군사적으로 각종 혜택을 주고 석유 채굴권과 판매 수익을 확보했다. 낙후된 중동 국가들은 석유가 나라의 무기 역할을 해준 셈이다. 그러나 천연가스가 에너지원으로 발굴됐으나 석유만큼의 에너지 확보에는 어려움이 있는 듯하다. 석유·석탄은 이것을 태워 에너지를 얻는 대신 타면서 내뿜는 연소 가스가 수십 년~수백 년 지속되어 지구 대기 환경은 물론 바다와 북극 얼음지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른바 온실가스라 불리는 매연 등이다. 이로써 연소물질이 지구 대기권을 둘러싸 온실효과를 냄으로써 지구의 대기나 해수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벌써 지구의 위기라는 기후변화가 지난 세기부터 본격화되었다. 많은 연구와 많은 환경론자들이 석유·석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효과적인 결과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이 역사상 최대의 격변을 맞고 있다. 석유 등 탄소를 배출하는 인간 활동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전 세계가 탄소 감축을 화두로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충격에 이어 자원을 무기로 한 보호무역주의, 에너지 수요 증가 등을 겪으며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에너지 안보 이슈가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일국의 경제 안정부터 국가 안보, 세계 질서까지 좌우하는 에너지 헤게모니를 둘러싸고 일견 첨예하게 대립하는 복잡한 상황을 맞닥뜨린 것이다.
이 책 『세계 에너지 패권 전쟁』은 바로 이러한 모순적 상황의 실체를 가장 빠르게 파악하고 ‘생존’이라는 가장 적실한 시대적 키워드로 강력한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집필됐다. 국내 최고 에너지 전문가로 불리우는 저자 양수영은 한국석유공사 사장과 서울대 교수(객원)를 지냈다. 저자는 또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한국 자원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인 미얀마 쉐(Shwe·황금) 가스전 프로젝트를 직접 발굴하여 생산까지 이끈 주역으로 현장과 학계를 넘나들며 인정받는 손꼽히는 전문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류 역사 속에서 당대를 지배하는 최고의 자원·기술·권력이 충돌하는 극렬한 부의 쟁탈전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낼 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데이터와 객관적 정세 분석을 통해 한국 경제의 운명을 개척할 방안을 강조한다.
저자는 「4가지 축으로 보면 에너지 패권 지형이 단숨에 읽힌다」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20세기가 석유와 천연가스를 확보하기 위한 각축의 시대였다면, 21세기에는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재생에너지, 수소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에너지 관련 산업을 선점하려는 여러 방면에서의 치열한 경쟁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석유가 석탄을 대체하는 시기를 세계사는 '제2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규정한다. 서방 강대국들은 앞다퉈 석유 최대 매장량을 가진 중동에 진출해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산업력 강화를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언제 벌어질지 모를 전쟁 대비이기도 했다. 사실 제2차 세게대전은 석유 확보 여부가 전쟁의 판도를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은 미국이 일본의 태평양 진출 야욕을 분석해 내고 석유 금수조치를 취한 탓에 일본의 무리한 기습이다. 태평양 제해권을 장악하기 위해선 일본으로서는 미국과의 전쟁이 불가피했다. 이에 따라 일본 군부는 치밀한 분석 아래 하와이 진주만에 대해 기습 공격을 감행한다. 작전이 성공할 경우 향후 2년간 미국이 참전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진주만 기습은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전쟁사가들은 전후 평가를 내렸다. 미국의 참전 불가능을 노렸지만 오히려 미국의 참전을 일찍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참전을 결정하고 유럽으로 엄청난 병력과 군대와 군수물자를 보내는 한편 태평양에서는 일본과 미국이 맞붙게 된다. 일본도 미국과의 전쟁이 오래 갈 경우 결정적으로 물자와 병력이 부족한 일본이 패할 것이란 분석도 이미 나와 있지만 이때부터 일본의 기세는 꺾이기 시작한다. 미국과 일본의 태평양 전쟁은 에너지(석유) 확보를 위한 일본군의 속내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이후 세계의 여러 나라, 특히 강대국들은 석유가 확보가 경제적·군사적 목적이 된다. 최근 연일 보도되는 전쟁이나 각종 무역 제재 등이 바로 자원의 ‘무기화’가 끼치는 극심한 영향력을 실감하게 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다양한 에너지원의 안정적 확보가 중요하다. 책에 따르면 우리 나라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모두 수입에 의존함은 물론이고 기후 여건상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취약한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정쟁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자원의 분포에 대한 객관적 사실과 국가 간의 정치, 경제, 안보 등의 관계를 꿰뚫는 에너지 지정학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지금 대한민국에 절실한 이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에너지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서로 어떻게 협력 또는 갈등하고 어떤 전략을 취해나갈지 파악하며, 앞으로 에너지 확보에 따른 각 산업이 어떤 지각변동을 겪을지를 전망한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등 중동의 여러 분쟁 또한 석유 자원을 차지하려는 세력들 간의 갈등이었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천연가스 패권을 가진 러시아가 이를 무기화할 수 있었던 것이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영토 싸움이라기보다 자원전쟁이라는 저자의 분석이다. 이렇듯 에너지는 산업의 운용과 발전뿐만 아니라 오늘날 각국의 경제 안정부터 국가 안보, 세계 질서까지 좌우하는 요인이 되었다. 에너지가 21세기 진정한 부와 권력의 원천이 된 것이다.
이 책에서 살펴보는 것도 지금 미중 패권 경쟁도 결국 에너지 확보 없이 결코 우위에 설 수 없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에 바탕을 둔다. 사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지난 1월부터 집권에 들어갔다. 취임 전 자신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즉각 중단시킬 수 있다고 장담했다. 가장 가까운 최근에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젤린스키 대통령이 만나 미국은 휴전을 강제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물론 푸틴과의 사전 교섭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휴전 조건으로 휴전을 압력하는 듯한 형국이다. 대신 미국은 휴전 시까지 최소한의 무기를 지원하며 결국 우크라이나가 가진 세계 최대의 희토류 광산 채굴권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지적 전쟁이 벌어질 경우 전쟁에 휩싸이면 어느 쪽이 승리하던 약소국은 점점 비참한 상태로 전락하고 만다. 더욱이 스스로 지킬 자주 국방의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면 살아남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이 책은 모두 4부 1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석유 전쟁〉, 2부 〈천연가스 전쟁〉, 3부 〈탄소 전쟁〉, 4부 〈생존 경쟁〉 등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에너지 패권 전쟁을 4가지 전쟁이라는 축을 기준으로 살펴본다. 세계는 에너지 쟁탈사에서 인류 문명과 부의 패러다임을 바꾼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1부는 석유 전쟁이다. ‘20세기를 주도했던 석유 패권은 세계 역사와 경제를 어떻게 좌우해 갈 것인가?’에 대해 고찰한다. 〈석유 전쟁〉 발제문에서 저자는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침공했던 일을 기술한다. 이는 지금까지 끝나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시작이었다. 중동의 한복판에서 일어난 이 전쟁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 보복 공격을 하느라 중동의 살얼음판 긴장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또 한 가지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할 때마다 국제 유가가 급등해 세계경제가 몸살을 앓은 경험을 여러 차례 겪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석유는 단연 인류 문명을 화려하게 꽃피게 한 가장 주요한 에너지원이다. 미국을 세계 최강 국가로 만들었으며, 사막에서 유목 생활을 하고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어가던 중동 국가들이 석유로 부를 축적해 호사를 누리게 했다. 20세기는 석유 패권이 본격적으로 세상을 지배한 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혁명과 전쟁이라는 인류 문명사의 대격변을 거치며 석유는 인류 문명 유지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1부에서는 20세기를 주도했던 석유 패권은 세계 역사와 경제를 어떻게 좌우해 왔는지 살펴본다.
2부는 천연가스 전쟁이다. ‘천연가스 패권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질서는 어떻게 바뀌어갈 것인가?’에 대해 고찰한다. 3부는 탄소 전쟁이다. ‘기후 위기 시대, 주목받는 저탄소 에너지는 화석에너지 패권을 뛰어넘을 것인가?’에 대해 분석한다. 4부는 생존 전쟁이다. ‘자원 확보 경쟁을 넘어 정치·경제적 생존 투쟁이 벌어지는 지금, 한국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해 탐구한다.

이 책은 세계 거시경제의 흐름과 에너지 산업의 방향과 투자 인사이트를 통해 에너지가 곧 생존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각자의 근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쟁이나 거짓 정보 없이 각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책을 집필한 이유이며 그 역할을 해내는 것으로 이 책은 그 의의가 크다. 또 한 가지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어떤 결말을 가져올까? 아직 휴전 등을 위한 협상 중이어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무기 지원, 특히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경향이 커지면서 이처럼 강대국이든 약소국이든 안정적인 자원 확보를 통한 에너지 안보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준다. 이를 토대로 세계 각 나라는 서로 다른 정치·경제·지리적 여건하에서 다양한 에너지원 간의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고 전략적으로 대처해 나간다. 21세기 전쟁은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전개될지 유추 탐구할 수 있는 게기를 마련해 준다. 저자는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토대 위에서 다음 세계를 제패할 자원의 각축전을 꿰뚫어볼 때 비로소 우리 자신을 위한 최고의 생존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이 책에서 역설하고 있다.
에너지 지정학이 중요한 이유는 에너지를 둘러싼 쟁탈전이 패권 전쟁을 넘어선 생존 전쟁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패권 다툼에 그쳤지만 이제 생존이 걸렸다. 에너지 확보가 한 국가의 정치·경제·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너지 확보를 통한 에너지 안보, 탄소 감축, 에너지 절약,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이 모두를 생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우리가 할 일을 해낼 때 미래가 있다.(p.227) - 「4부. 생존 전쟁」 중에서
저자 :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역임한 에너지와 자원 전문가이다.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이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텍사스A&M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석유공사,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을 거치면서 에너지와 자원 전문가로 활동했다. 대우인터내셔널 근무 시절에 한국 자원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인 미얀마 쉐(Shwe·황금) 가스전 프로젝트를 직접 발굴하여 생산까지 이끈 주역으로서 대우인터내셔널 자원개발부문장(부사장)을 역임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석유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석유·가스 전반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석유·가스 사업은 물론이고 신성장 사업으로 해상 풍력과 수소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객원)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탄소 감축과 에너지 전환에 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했다. 저서로는 미얀마 가스전 성공 스토리를 담은 『황금가스전』을 비롯하여 2022년 세종도서로 선정된 『2050 에너지 제국의 미래』가 있으며, 탄소중립의 실상을 다룬 『탄소와 에너지』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