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역의 맛있는 우리말 200
박재역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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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language, 言語)란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거나 전달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음성·문자·몸짓 등의 수단 또는 그 사회관습적 체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언어는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여 주는 특징의 하나이다. 지구상 모든 인류는 언어를 가지지 않은 경우가 없고, 아무리 고등한 유인원일지라도 인류와 같은 언어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침팬지의 새끼를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같은 환경에서 길러 보았으나 인간과는 달리 침팬지는 언어를 습득할 수 없었다 한다. 이에 따라 인간은 다른 동물이 가지고 있지 않은 언어습득의 선천적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비교적 기능이 발달하지 않은 유아기에, 그리고 비교적 짧은 시일 내에, 정식 언어교육도 없이, 또한 지능의 차이에도 관계 없이 언어를 습득하는 보편적 사실로 보아 선천적인 언어능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 많은 언어학자·동물학자·심리학자들이 과연 인간만이 언어를 가진 것인가, 동물도 교육에 의하여 언어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 아래 동물언어 실험을 실시한 적도 있었다. 이 실험에서 반복적인 집중학습에 의해 몇몇 단어, 많이는 400여 단어를 습득했으며, 이를 구사하여 간단한 문장(sentence)을 사용할 수도 있게 되었으나, 정밀히 재조사한 결과 이러한 문장의 사용은 단지 자극에 대한 반응 그리고 보상에 의한 재강화 또는 단순한 모방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무리 고등한 동물이라도 인간과 같은 언어는 가질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언어는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것이라 단정할 수 있게 됐다.(두산백과)

인간은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물건의 이름, 물건의 상태나 이동,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정도로 언어는 발달하게 된다. 모두 다른 표현을 써서 전달할 수 있었으니 이는 지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진화'를 거듭해온 언어는 필요에 따라 어휘가 늘어나는 만큼 헷갈리기 쉬운 표현들도 많다.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쓰고 있던 말이 틀린 경우도 있다. 어느 언어나 그러하듯 가장 과학적으로 제작되었다는 우리말 한글에도 이런 현상은 나타난다. ‘유감과 사과는 같은 의미일까?’, ‘쭈꾸미샤브샤브인가, 주꾸미샤부샤부인가?’, ‘본보기와 타산지석의 차이점은?’ 이 책 『박재역의 맛있는 우리말 200』은 이 같은 궁금증을 풀어줄 것이다.

 


 

언어의 세 가지 수단 중 몸짓이 가장 먼저이고, 음성, 문자의 순으로 발전한 것으로 판단한다. 당연한 수순이다.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몸짓을 사용하다, 생각한 것을 발성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말로 의사 소통을 하게 되었으며, 결국 시공을 초월해 전달하는 문자로 발전시켜 왔다는 것은 굳이 연구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이다. 지구상 인간의 수가 늘어나면서 소통은 더 많이 필요해졌으며, 문명의 발달과 함께 전달할 내용도 훨씬 많아졌을 것이다. 이에 물건에 붙이는 이름뿐만 아니라 같은 동작도 다르게 표현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해의 밝기만 하더라도 시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에 다르게 표현해야 할 필요성도 있었을 터, 인간은 언어를 이용해 이를 구별해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언어는 다양해진다.

이 책은 표제어 중에 ‘맛있는 우리말’이라는 문구에 따라 달콤한 맛, 얼큰한 맛, 새콤한 맛, 쌉쌀한 맛, 칼칼한 맛, 매콤한 맛, 씁쓸한 맛까지 모두 8장(章)으로 나뉘어졌다. 얼핏 음식 이야기로 헛갈릴 수 있으나 저자 박재열의 뜻은 이 책으로 매일 우리말과 글을 정확하게 사용하도록 음식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말에 담긴 말맛을 망라해 정리한 것이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헷갈리는 표현, 동음이의어, 띄어쓰기의 함정, 사자성어, 꼭 알아야 할 맞춤법 등 다양한 우리말을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담았고, 한 페이지에 약 500자 내외의 글로 담아 어느 쪽을 펼쳐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어문교열 기자로서 ‘교열’이라는 일을 천직으로 삼고 살아온 분이라고 한다. 이 책도 그동안 경험한 다채로운 우리말이 잘못 쓰이거나 오류를 지닌 채 그대로 쓰이고 있는 경우 안타까움과 직업적 사명감이 겹치며 집필하게 된 이유다. 누구나 읽기 쉽게 정리했다. 일상의 언어를 주제 삼아 어법을 넘나드는 이 책을 통해 "마음을 담아 열심히 쓴 글이라 해도 기본 어법에 맞지 않다면 결코 잘 쓴 글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글에도 품격인 ‘문격(文格)’이 있다"며 우리말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한글 어법의 길잡이가 되어기를 기대한다.

 


 

저자는 「두서없이 떠난 우리말 산책」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앞서 언급한 '문격'에 대해 자신의 뜻을 덧댄다. "누구에게나 마음이 있다. 생각 또한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글 또한 누구나 쓸 수 있다"고 전제한다. 더불어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글이지만 누구나 다 잘 쓸 수는 없는 게 또한 글이다. 잘 쓴 글은 읽는 이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다. 그래서 글은 마음으로 쓴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마음으로 써서 감동을 주는 글이라 해도 기본 어법에 따라 쓴 글이 아니라면 결코 잘 쓴 글이라고 박수를 보낼 수는 없다. 글에도 품격인 '문격'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아하!', '그렇구나!', '이거였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글들이 많다. 자신이 잘못 알고 썼던 글이나 말을 바로잡는 기회가 되었을 때다. 또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이 바뀌었기에 그런 감탄사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어휘를 발견할 수도 있다. 가끔은 어원이나 역사적 사실, 혹은 신화가 인용될 때도 있다. 모두 말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감탄에 그칠 뿐 아니라 올바른 글과 말을 사용하기에 더욱 노력을 해야 할 기회라고 생각할 때다.

1장 첫머리는 '가물'과 '가뭄'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아는 단어이고 비가 오지 않아 밭작물이 타들어가는 것을 가뭄이라고 한다. 저자는 '가물다'의 '가'와 '물'은 모두 '해(태양)'의 뜻을 지녔다는 것이 서정범의 어원 분석이다고 적었다. 여기서 서정범은 이젠 고인이 되신 경희대학교 교수를 지낸 국어학자다. 그 분의 어원분석에 따랐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여기서 생소한 단어가 튀어나온다. '가묾'이다. '가물'과 '가뭄'은 두 가지가 복수표준어로 쓰인다. 그런데 '가묾'은? 명사가 아니라 명사형으로 쓰일 때 사용한다. 예를 들면 "올해는 날이 많이 가묾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라는 문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가묾은 표준어이다. 저자는 비슷한 예를 추가한다. '웃음'의 기본형 '웃다'의 어근 '웃~'이 접미사 '~음'과 결합하면 "그는 웃음으로써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처럼 명사형으로 쓰인다.

 

 

개인적으로 독자가 꽤 재밌게 읽었던 부분도 있다. '및' '대'. '겸', '내지'의 사용에 대해서다. 이에 따르면 너무도 못생긴 한 여자가 세상 모든 남자에게 따돌림을 당하자 이를 비관해 자살을 결심한다. 그 여자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빌었던 소원은 "세상 모든 남자와 키스하고 싶다."였다. 그 여자가 묻힌 자리에서 풀이 한 포기 돋았는데 그게 바로 '담배'였다고 한다. 멕시코 원주민의 전설로 소개되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로 끌어올린 독자의 관심은 과거 우리나라 군대 이야기로 이어진다. 군인들에게 공급했던 필터 없는 '화랑' 담배를 전차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다. 그 옛날 앞뒤 없이 다니던 전차에 빗대 표현한 것이라 생각했다. 저자의 기억과는 다르게 독자는 '화랑' 담배를 '양담배'로 칭했다는 것이다. 필터가 없기에 양쪽 어느 쪽을 입에 물어도 마찬가지여서 '양담배'란 이름이 붙었다고 들었던 기억이다. 당시에는 양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많은 벌금을 물리던 시절이었으니 '양담배'란 담배에 대한 느낌이 묘한 여운을 준다.

저자에게는 앞뒤 어디에도 붙은 것이 없는 형태소 몇 가지를 소개하기 위해서란다. 그 몇 가지가 '및' '대'. '겸', '내지'이다. 이 네 가지는 앞뒤에 붙여 쓰이는 다른 형태소가 없다는 것이다. '수입 및 수출', '한국 팀 대 미국 팀', '이사장 겸 총장', '등록금 내지 생활비'처럼 네 가지 모두 앞뒤로 띄어 쓴다. 여기서 '및'과 '내지'는 부사이고, '대'와 '겸은' 의존명사이다. 또 내지는 '17세 내지 19세는 하이틴'처럼 구간을 나타낼 때도 쓰인다. 독자가 한마디만 덧붙인다면 '및'은 한글이고, '대(對)'와 '겸(兼)' '내지(乃至)'는 한자어이다. 우리가 장기에서 자주 쓰이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이 '양수겹장'으로 잘못 쓰이는 예를 본 적이 있다.

 


 

사람들마다 우리말 이해가 다르고, 지식이나 생활 환경이 다른 만큼 어떤 말에는 남이 모른 것도 알고 있지만 어떤 말은 남들이 알고 있는데 자신만 잘 몰랐던 말이 있을 것이다. 독자의 경우 '톺다'란 단어다. 책에 따르면 김쌈에서 쓰이는 '톱'은 삼을 삼기 전에 물에 불린 삼(대마)을 펼쳐 놓고 겉껍질을 벗겨 내고 부드럽게 하는 데 쓰이는 도구를 가리킨다. '미음(ㅁ)' 자처럼 생겼는데 위족은 손잡이로 좀 길고 칼날은 아래쪽에 있어 손잡이로 잡고 비스듬히 반복해 훑어 밀면 삼 겉껍질이 벗겨지고 끝이 부드러워진다. 이 동작을 '톺다'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톺다'처럼 점점 사라져 가는 귀한 우리말이 참 많다고 밝힌다. 이 책에서만 5~6개의 사라져 가는 어휘의 용례를 보이고 풀어낸다. 옷이 기름에 '겯다'. 불이 너무 '괄다'. 잡초만 수북이 '깃다'. 나무가 곧지 못하고 '뒤다'. 이엉으로 지붕을 '이다'. 오래 둔 채소가 '솔다'. 무더위가 한풀 '숙다'. 뉘가 많은 쌀을 '쓿다'. 우리말은 정말 다채롭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생각도 든다. 한글의 숙명을 생각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태어난 말과 글인데 제대로 쓰이지도 못하고 사라져 이젠 우리말에서 없어졌으니 말이다. 언어는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되어 없어진다. 더 쉽게 표현하면 죽는 것이다. 생명체이기에 그렇다. 자주 쓰이면 그 말은 수명이 계속되며 늘어나지만, 쓰임새가 없으면 결국 사장된다. 우리말과 글에는 그런 것들이 많다고 한다. 한글을 발명하고서도 제대로 쓰이지 않은 한글의 태생부터 힘들었다. 발명 이후 정부의 공식 문서에서 한글은 철저히 배제됐다. 관료들은 모두 한자를 빌어다 나라의 문자로 쓰고, 한글을 철저히 무시했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도 어찌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에는 한자를 못 배운 여성, 일반 상민, 천민 등에게만 전해져 내려왔다. 무려 500년 동안 그랬다. 그러니 제대로 기록될 리 없고 기록되지 못하는 말은 결국 사라진다. 특히 신분제도가 사라지면서 상민, 천민 등도 성씨를 갖고 벼슬도 사던 시절부터 그나마 유지되던 한글은 상당수 자취를 감춘 것으로 추정된다. 한글을 사용하면 벼슬이 높아도 돈으로 산 것임을 금세 눈치채니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말 큰사전에 등재된 어휘 중 70% 가량이 한자어라고 한다.

 


 

이 책에는 200개의 어휘를 선정해 살펴보고 있지만 관련어나 비슷한 사례 등에 합친 것과 합치면 모두 1,000여개의 어휘가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표제어에 드러나듯이 '우리말'은 200개 정도이다. 물론 제목에 쓰이는 숫자를 말할 것이다. 그러나 본문에서 제기된 표제어만 보더라도 순우리말은 조사, 형용사, 동사, 접미사 등이 대다수이며 명사나 표기가 한자어인 것이 대부분이다. 안타깝고 아쉽다. 저자가 〈에필로그〉에 쓴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말과 관련한 책을 세 번째 낼 때까지 단 한 번도 개운하다거나 보람을 느낀다거나 뿌듯하다는 감정은 온데간데없고 뭔가 잃어버린 듯한 아쉬움만 마음 한편에 덩그러니 남아 있다."(p.236)

독자는 우리말에 있는 한자어도 문제이지만 앞으로는 우리말에 표준어로 등재될 영어가 적잖은 걱정거리로 생각한다. 한자를 직접 쓰지 않게 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이미 지난간 일이기에 치열한 연구와 우리말 발굴 작업으로 되살려내기를 바랄 뿐이지만 외래어 남용은 앞으로 닥쳐올 '재앙'일지 몰라 당혹스럽기만 하다. 사실 우리가 영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미군에 의해 해방을 맞이했고,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우리 측(대한민국)과 함께한 이후 미국 문화를 우리가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 일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외국어를 공부하고 잘하는 것에는 거리낌이 있을 리 없다. 지금은 우리말보다 영어가 주인 행세를 할 지경이다. 영어를 못해서는 변변한 직장엔 엄두도 못 내게 됐으니 말이다. 우리말 우리글은 말과 글로만 사랑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저자 : 박재역

 

중학교 교사를 접고 동아일보 교열기자로 입사했다. 동아일보에서 정년퇴직 후 중국해양대학교 한국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중국 대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현재는 한국어문교열연구원을 운영하면서 문서 교열과 등록민간자격 ‘어문교열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경고유명사사전』(2008, 생명의말씀사), 『교열기자의 오답노트』(2017, 글로벌콘텐츠), 『다 쓴 글도 다시 보자』(2021, 글로벌콘텐츠)가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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