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 경제학의 아버지, 신화가 된 사상가
니콜라스 필립슨 지음, 배지혜 옮김, 김광수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덤 스미스는 독자에게 『국부론』을 쓴 경제학자, '보이지 않는 손'으로 기억된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형성된다는 이론을 폈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형성된다고 말했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보이지 않는 손'이란 용어는 애덤 스미스가 정작 『국부론』에서는 한 번 정도 언급했을 뿐, 사실은 『도덕감정론』에서 처음 쓴 말이라고 한다. 이 책 『애덤 스미스』는 그의 탄생 300주년에 맞춰 전기 작가 니콜라스 필립슨이 썼다. ‘현대 경제학의 창시자’ ‘성서 이래 가장 위대한 책 『국부론』의 저자’ 등 애덤 스미스를 수식하는 말들은 화려하지만 정작 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라는 점에서 이 책의 출판 이유가 있다고 한다. 저자 필립슨은 애덤 스미스에 대한 자료를 오랜 노력 끝에 집대성해 그의 전 생애와 사상을 본격적으로 다룬 평전으로 이 책을 펴냈다. 저자는 이를 위해 그동안 감춰졌던 애덤 스미스의 삶의 궤적을 꼼꼼하게 따라간다.

저자는 경제학자이자 도덕철학자인 애덤 스미스의 다양한 면모와 사상을 생생하게 서술해 오해했거나 몰랐던 애덤 스미스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고 출간 취지를 밝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애덤 스미스는 자유로운 경제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자본시장의 차가움보다 인간의 따뜻한 도덕심을 강조했던 사상가였다. 이 책은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와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데이비드 흄과의 만남,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남긴 강의 노트,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그의 전 생애를 살펴보고 『국부론』과 『도덕감정론』 속 사상을 면밀히 추적한다.

 


 

저자는 애덤 스미스와 그의 저서를 아는 것은 단순히 한 시대의 위인과 고전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기본 개념과 핵심, 사회과학의 틀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바로 근대 경제학의 출발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는 자신이 죽은 뒤 출간되지 않은 저서와 논문을 없애라는 유언을 했고, 이 때문에 대중들이 그를 이해할 단서가 많이 부족했다. 이는 그와 그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랜 노력과 추적으로 자료를 모으고 당시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의 노트까지 확보해 가면서 애덤 스미스에 관한 것이라면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유언에 따라 그를 알 수 있는, 또 그에 대해 쓸 수 있는 자료들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저자는 그의 저서나 유작 등의 확보에는 거듭 실패해 당시 영국 등 유럽의 사회 분위기와 사상, 철학 등을 모조리 뒤져가며 자료를 보충했다고도 한다. 지난한 작업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사상가나 철학자들이 말하듯이 18세기 유럽은 계몽주의 시대였다. 인간의 합리적 이성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한 계몽주의자들은 새로운 사회를 꿈꿨다. 이들은 왕의 권력이 신에게서 받은 것이란 왕권신수설을 부정하고 절대왕정에 도전했다. 영국의 존 로크, 프랑스의 장 자크 루소 등이 대표적 계몽주의 사상가였다. 특히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18세기 후반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배경이 됐다. 섬나라 영국의 사정은 대륙의 프랑스와 크게 달랐다. 영국은 〈명예혁명〉이란 온건한 방법으로 전제군주제와 결별하고 의회의 권한을 강화했다. 의회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확산의 혜택을 모든 영국인이 고르게 받은 것도 아니었다. 브리튼 섬 남부의 잉글랜드와 그 외 지역의 격차는 그때도 컸고 지금도 여전히 크다.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가 태어난 스코틀랜드도 비주류에 속한 지역이었다.

 


 

스미스 가문은 종교적으로는 스코틀랜드 장로교 집안이었다. 지역 갈등이 심한 영국은 종교 갈등 역시 극심했다고 한다. 영국에서 종교는 스미스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종교개혁 이후에 나온 개신교란 점은 같아도, 영국 사회 주류인 국교회(성공회)와 비교하면 비주류에 속했다. 현재는 '주류 경제학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스미스는 생전에는 출신 지역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비주류 지식인'이었던 셈이다. 이 책의 저자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에서 수십년간 역사학을 가르쳤다. 애덤 스미스에 천착해 오랜 세월 자료를 집대성하는 데 시간을 들일 만큼 애덤 스미스에 관심이 유난히 컸던 것도 이유가 되었으리라 독자로서 짐작케 한다. 돈 많은 중산층이 대개 그렇듯이 스미스의 어머니는 아들의 교육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스미스는 열네 살 때부터 9년 간 대학을 다녔다고 한다. 첫 3년은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대, 이후 6년은 잉글랜드의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했다. 스미스의 옥스퍼드 생활이 어땠는지는 거의 기록이 없다. 다만 스미스처럼 스코틀랜드 출신이면서 장로교도인 학생에게 옥스퍼드는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스미스는 스물세 살 때 옥스퍼드에서 스코틀랜드로 돌아왔다. 그에게 필요한 건 후원자와 일자리,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교우 관계였다. 이 세 가지를 모두 해결해준 사람이 데이비드 흄과 그의 사촌 헨리 홈이었다. 스미스는 3년간 에든버러대에서 수사학과 법학을 강의한 데 이어 글래스고대에서 논리학과 도덕철학을 가르치는 교수를 맡는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것처럼 스미스는 경제학 연구에 일생을 바친 사람은 아니다. 스미스의 주 전공은 철학, 그중에서도 도덕철학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도덕적 감정’(moral sentiments)에 대한 그의 생각을 총정리한 책이 『도덕감정론』이다. 서른여섯 살에 초판을 낸 이후 죽기 전까지 여섯 번이나 고쳐 쓸 만큼 애정을 쏟았다.

 


 

『도덕감정론』으로 명성을 얻은 스미스는 파격적 연봉을 제안받고 귀족 자녀의 가정교사를 맡았다. 이렇게 대학교수를 그만둔 그는 제자와 함께 유럽 대륙으로 여행을 떠났다. 프랑스·스위스·독일을 여행한 스미스는 당시로선 진보적 사상인 계몽주의에 흠뻑 빠졌다. 아직 프랑스 혁명이 발생하기 전이었다.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났던 스미스는 "흉상까지 모셔놓을 정도로 볼테르를 존경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스미스는 쉰세 살에 『국부론』을 출간했다. 그는 책에서 보수 기득권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중상주의를 강력히 비판했다. 대신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과 자유무역을 강조했다. 후대 경제학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란 말은 두꺼운 책에서 단 한 번만 나온다.

스미스는 예순일곱 살에 세상을 떠나기에 앞서 자신의 강의 노트와 개인 편지 등을 대부분 폐기했다. 그래서 스미스의 사생활을 알 수 있는 기록은 별로 남아있지 않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남은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되,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정치·사회적 배경 속에서 스미스의 생애를 재구성한다. 저자의 꼼꼼한 자료 수집과 분석은 높이 살 만해도, 근대 산업혁명 시기 영국 역사와 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독자라면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21세기 한국 독자에겐 300년 전 먼 나라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다. 애덤 스미스의 연습용 서명. 에피쿠로스의 '로마사 요약'이라는 책의 여백에 남아 있다. '로마사 요약'은 18세기초 진보적 교육기관에서 교과서로 쓰였는데, 서명을 연습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애덤 스미스는 이 책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론 머스크는 『국부론』을 최고의 책으로 꼽았다. 반면 빌 게이츠는 우리가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만 봐서는 안 되며 인간의 도덕심도 함께 살펴야 한다며 『도덕감정론』을 반드시 읽어야 할 인생의 책으로 꼽았다. 워런 버핏은 자신의 투자 철학이 애덤 스미스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애덤 스미스 탄생 이후 수세기가 지난 지금도 경제학자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인 기업가와 투자자들 역시 여전히 그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애덤 스미스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더 크고, 그의 가르침은 여전히 필요하고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 책 『애덤 스미스』의 저자 니콜라스 필립슨은 『국부론』과 스미스의 저서,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는가는 자본주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와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애덤 스미스는 파벌적 자유주의, 큰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자유무역의 이점, 분업의 경제적 효과를 이야기해 오늘날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경제학의 기본적인 개념인 상품가격, 이윤, 지대 등 역시 스미스의 이론 덕분에 진지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빈부격차, 독과점 기업의 횡포 등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드러날 때 애덤 스미스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극단적 시장주의자 내지 노동자의 적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반면 모든 나라가 경제적 부가 금과 은에서 온다고 평가하던 때, 애덤 스미스는 '노동의 가치'에 주목한 인물이었으며, 자신의 묘지 비석에 『국부론』이 아닌 『도덕감정론』의 저자라고만 남겨지길 바랄 정도로 도덕성을 강조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탄생 300주년을 맞이한 지금, 그의 후손인 오늘날의 우리는 300년 전 살던 이들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경기 침체, 노동 불안정성 등 여전히 위태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따라서 다시 한 번 그를 제대로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저자 : 니콜라스 필립슨(Nicholas Phillipson)

에든버러대학교 역사학과 명예 연구원이자 전기 작가로 활동했다. 스코틀랜드 계몽주의를 연구하는 학자 중 최고로 꼽히며, 프린스턴대학교, 예일대학교, 뮌헨대학교, 툴사대학교 등에서 연구원을 지냈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부에서 발행하는 [근대지성사]의 창립 편집자이며, 18세기 스코틀랜드 연구학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2018년 1월 24일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역작이자 애덤 스미스의 평전인 이 책 《애덤 스미스》는 위대한 사상가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그 생애를 생생하게 이야기하며, 경제학자의 면모뿐만 아니라 역사, 윤리학, 미학 등을 탐구했던 지적인 철학자의 여정도 함께 다룬다. 또한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이 어떻게 쓰일 수 있었는지 그 배경을 철학자 데이비드 흄과의 만남, 스코틀랜드 계몽주의 등에서 면밀히 찾고 있다. 자신이 죽으면 출간하지 않은 글들을 불태우라는 애덤 스미스의 유언에 따라 그가 직접 남긴 글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필립슨은 애덤 스미스가 글래스고대학교에서 강의했을 무렵 학생들이 남긴 강의 노트,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등을 통해 그가 평생에 걸쳐 연구하고자 했던 주제와 구상한 상징적 개념들을 살피면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역자 : 배지혜

뉴욕 시립대 버룩칼리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유학 시절 재미있게 읽던 작품을 한국어로 옮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현재 글밥아카데미를 수료한 뒤 바른번역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쓰레기를 그만 버리기로 했다』, 『돈 없이도 돈 모으는 법』, 『시체와 폐허의 땅』 등이 있다.

 

감수 : 김광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 글래스고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애덤 스미스의 형이상학과 과학”에 관한 연구로 1994년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국내 주요 저술로는 『애덤 스미스의 학문과 사상』(2005)과 『애덤 스미스: 정의가 번영을 이끈다』(2015), 공저로는 『정치경제학과 경제주의』(1997)와 『융합 인지과학의 프런티어』(2010)가 있다. 국내 주요 논문으로는 「맨더빌의 경제 및 사회분석과 자연관에 대한연구」 「데이비드 흄: 방법론, 경제분석 및 현대경제학에 대한공헌」 「더글라스 노스의 경제사 이론체계와 인지적 제도주의」 「애덤 스미스의 법과 경제」 「현대 과학철학 및 경제철학의 흐름과 스미스의 과학 방법론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해외 논문으로는 “Adam Smith’s Natural Theology and Its Method”(Review of Social Economy, 1997), “Adam Smith’s Theory of Economic History and Development”(European Journal of the History of Economic Thought, 2009), “Adam Smith’s History of Astronomy and View of Science”(Cambridge Journal of Economics, 2012), “Adam Smith’s and Douglass North’s Multidisciplinary Approach to Economic Development”(American Journal of Economics and Sociology, 2014), “Demand and Structural Change in Adam Smith’s Theory of Economic Progress”(Cambridge Journal of Economics, 2015)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