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 -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가 들려주는 뼈에 새겨진 이야기
수 블랙 지음, 조진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의 저자 수 블랙은 '법의인류학자'다. 법학과 의학은 독자에게는 어려운 학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학교 다닐 때 전공도 인문학이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에는 법대나 의대는 초일류 수재들이나 가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만큼 공부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사회가 복잡해지고 디지털화되어 세분화되는데 학문도 더 세부적으로 나뉠 듯하지만 법의인류학이라는 학문은 3개의 학문을 하나로 묶어 3가지 모든 것을 배워야 하는 것 같은 생각에 머리가 아플 정도로 힘들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법의학자'나 '인류학자'는 각기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학자들이다. 법의학이 따로 있고, 인류학이 따로 있잖은가. 우리나라에도 법의인류학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것을 공부한다는 사람을 만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아마 있다면 우리나라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나 있을 것 같다. 어떤 분들이고 어떤 일을 할까에 대한 궁금증보다 우리나라에 있나? 하는 궁금증이 먼저 생긴다. 아무튼 그들은 범죄 속에서 법학, 의학, 인류학까지 합친 분석과 정확하고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찾는 일을 하는 것으로 이 책을 보고 유추한다. 이 책의 저자가 하는 일을 살펴보면 제목처럼 '뼈'에 새겨진 범죄 증거나 범행 수법 등을 찾아내는 결정적 수사관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저자가 빕의인류학자로서 범죄 수사에 도움을 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알아내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저자는 범죄 수사 범인 색출에 결정적 증거로 제시되는 것들을 알아낸 경험과 사례를 중심으로 이 책을 썼다. 아마 수사관이 보면 좋을 듯하다. 독자는 단순하게 좋아하는 추리소설 읽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선택했지만. 누가 시신의 머리를 비닐봉투 속에 버렸을까? 오래전 정원에 매장된 그는 누구일까? 세탁기 속에 왜 아내의 뼛조각이 들어 있었을까? 누군가 이 어두운 퍼즐을 맞추어야 한다면, 저자 수 블랙(SUE BLACK)은 아주 작은 뼈 한 조각을 통해 밝혀낸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선택할 직업이 아니죠.”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법의학자 수 블랙이 범죄소설보다 더한 실제 사건들을 이 책에 풀어놓는다. 작은 뼈 조각으로 죽은 자의 신원과 사인을 밝혀가며, 충격적이면서도 감탄을 자아내는 논리적 추론과 명쾌한 과학적 설명을 가득 담았다. 법의학자, 그중에서도 법의인류학자의 일은 주로 ‘신원 확인’과 맞닿아 있다. 수많은 시신들 속에서 고인의 ‘이름’을 찾아주는 일이며, 그들을 가족들 품으로 돌려보내 편안히 잠들게 하는 일이다.

 


 

법의인류학자는 마치 뼈가 레코드인 것처럼 축음기 바늘을 옮겨가면서 삶이라는 노래를 읽으려고 애쓴다. 그들의 관심은 뼈 주인의 삶이 어떠했고, 그 사람이 누구였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이미 상세히 뼈에 기록되어 있는 그 사람의 경험을 찾고, 그 사람의 사연을 알아내고, 죽은 자에게 이름을 되찾아준다. 저자는 책에서 ‘법의인류학자의 일은 짧은 멜로디만 듣고 곡명을 알아내는 퀴즈 같다’고 말한다. 아주 작은 뼈 조각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이 책은 수십 년간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온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 수 블랙이 뼈를 통해 죽은 자의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을 상세하게 들려준다. “단순히 인체에 기계적 강도를 부여하고 죽은 후 가장 마지막에 부패하는 생체조직으로 생각한다면 뼈에 대해 아주 조금만 아는 것이다.”라고 할 정도로 뼈는 많은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인체의 뼈에 대해 연구하면 그 사람의 삶과 죽음에 관해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뼈의 모습은 사실 건조하고 죽은 상태다. 하지만 뼈도 살아 있다. 뼈를 자르면 피가 나고, 부러뜨리면 상처가 난다. 상처가 나면 원래 모양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치료하려고도 한다. 뼈는 우리와 함께 성장하면서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는 대로 적응하고 변화한다. 인간의 골격은 살아 숨 쉬는 복잡한 기관이다. 장에서 오는 영양분을 골격 주변에 있는 거대한 동맥그물을 통해 공급받고 관리받는다. 모든 불순물은 복잡한 정맥그물과 림프관그물을 통해 제거된다."(p.8~9)

 


 

뼈에는 지금도 당신의 인생이 기록되고 있다. 당신이 채식주의자인지, 산악자전거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는지, 몇 살인지, 머리카락이 어떤 색인지, 당신에 대한 모든 것을 뼈가 말해준다. 예를 들면 채식주의 식단은 뼈에 새겨져 있고, 산악자전거에서 떨어졌던 일은 치유된 흔적이 남은 빗장뼈가 보여준다. 저자는 뼈에 관한 해부학적 지식으로 범죄수사를 돕는 과정을 상세히 기술한다. 두개골로는 나이, 성별, 인종을 알아낼 수 있다. 디지털몽타주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복원해내는 것도 가능하다. 척추뼈는 주로 시신 절단 사건과 관련이 많으며, 갈비뼈는 범인이 범행을 저지를 때 가장 많이 노리는 부위이기 때문에 어떤 무기로 살해당했는지를 살피기에 좋다. 또 갈비연골에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트랜스젠더인지를 밝혀내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또 성장과정에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이 있었다면 잠시 성장이 멈춰 다리뼈에 가느다란 흰 선이 남게 되는데, 이 해리스선(harris line)은 아동학대 범죄를 밝힐 때 중요한 증거가 된다.

법의인류학자는 마치 뼈가 레코드인 것처럼 축음기 바늘을 옮겨가면서 삶이라는 노래 중 그 단편들을 찾아내고, 오래전에 기록된 선율의 단장을 이끌어내어 골격의 뼈를 읽으려고 애쓴다고 저자는 밝힌다. 법의인류학자의 관심은 그 삶이 어더했고, 그 사람이 누구였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또 뼈에 기록된 그 사람의 경험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법의인류학자는 뼈로 그 사람의 사연을 알아내고 죽은 자에게 이름을 되찾아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수 블랙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루기 어렵다고 알려진 어린이 뼈대 교과서를 집필한 만큼, 법의학에서 선진국이라고 알려진 영국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다. 영국 범죄소설 작가 협회에서 논픽션 부문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석학의 위상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에서는 저자가 법의인류학자로 활동하며 겪었던 실제 사건들을 보여주면서, 사건의 의문점들을 뼈를 통해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챕터마다 더해지는 명쾌한 과학적 설명은 우리 지식의 폭을 한층 넓혀주고, 충격적이면서도 감탄을 자아내는 수사 과정은 우리를 범죄 과학 수사의 세계로 이끈다.

 

시신안치소에서 나는 이 머리 없는 해골이 나이 든 여성의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과 발의 관절염과 엉덩관절 치환술까지 여자의 설명에 부합했다. (중략)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두개골이 노부인 시신의 일부가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당시는 DNA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였던 시대다. 그래서 뼈 간에 해부학적 접합, 그리고 머리 부분의 성별과 연령이 시신의 것과 일치하는지에 의거하여 ‘적합’ 판정을 내려야 했다. 우리에게는 두개골과 아래턱뼈, 1번과 2번 목뼈가 있었지만 3번 목뼈는 없었다. 그렇다면 분명 이 부분이 바로 절단된 곳이며, 3번 목뼈가 없다는 것은 우리가 해부학적으로 시신과 두개골을 연결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두개골과 아래턱뼈의 해부학적 특징으로 보아 나이 많은 여성의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p.31)

- 「창고 속의 머리 살인사건」 중에서

 


 

저자 : 수 블랙(SUE BLACK)

 

법의학 선진국인 영국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이자 해부학자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2003년부터 2018년까지 던디대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옥스퍼드 세인트존스칼리지의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1999년 코소보 전쟁 당시 영국 법의학팀을 이끌며 전쟁 범죄 수사에 참여했고, 2004년 인도양에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사망자 신원 확인에 도움을 주기 위해 태국으로 파견된 최초의 법의학자 중 하나였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에 정기적으로 출연하며, 그녀의 전문 지식은 세간의 이목을 끄는 범죄 사건들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2016년 법의인류학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 제국 데임 작위를 수여받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루기 어렵다고 소문 난 어린이 뼈대 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의 극찬을 받은 베스트셀러 『남아 있는 모든 것들』의 작가다.

 

역자 : 조진경

 

건국대학교를 졸업한 후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우리말로 옮겨왔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클린: 씻어내고 새롭게 태어나는 내 몸 혁명』, 『설탕의 독』, 『생각의 지도 위에서 길을 찾다』, 『판도라의 상자』, 『리딩 노트』, 『트레이닝 캠프』, 『신화 동물 그리기』, 『대니 서의 업사이클링』, 『패닉 이후(공역)』,『유럽의 로맨틱 명소 101』, 『신비 동물을 찾아서』, 『콰이어트 키즈』, 『하루 10분 엄마표 지능코칭』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