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권력은 세계 역사를 어떻게 움직였나 - 믿음의 흥망성쇠로 이해하는 세계사
우야마 다쿠에이 지음, 안혜은 옮김 / 시그마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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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이야기는 가급적 논쟁에서 제외해야 한다." "정치나 세계 역사를 말할 때 종교를 함께 논의해서는 안 된다." 종교가 세계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서 이런 말이나온 것은 아닐 터, 왜 종교를 논의하거나 타 종교인들간 종교 논의는 하지 말아야 할까. 논의를 하면 할수록 싸움으로 번질 확률이 크기 때문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독자는 종교인이 아니다. 철저한 비종교인이다. 부모도 모두 종교를 가진 적이 없고 독자 역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종교 생활을 한 적이 없다. 성당이나 교회, 절에도 간 적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종교가 있어서 신자로 그곳을 방문한 적은 없다는 뜻일 뿐이다. 때문에 종교에 대한 지식도 거의 없는 수준이다. 다만 입시를 위해 학교에서 배운 정도의 종교 지식만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러나 학교 졸업 이후 수십년 동안 사회 생활을 해오면서 종교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며, 세계사적 위치 등에 관한 얘기는 많이 들었다. 책도 꽤 여러 권 본 기억이 있다. 그러나 종교에 대한 역사적 위치를 말할 정도의 지식은 갖추지 못했다. 이 책 『종교 권력은 세계 역사를 어떻게 움직였나』를 읽은 것도 순전히 종교에 대한 호기심에서이지 종교의 역사적 위치를 고찰하거나 종교 자체를 연구하기 위함이 아니었음을 밝힌다. 독자의 졸필로 혹시 있을지도 모를 독자들의 오해를 사전에 불식시키기 위해 먼저 밝히는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이 책을 읽기 전 이 책 소개글을 보고 느낀 호기심이 있었다. 종교가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단순한 조연일까, 아니면 숨겨진 주인공일까? 역사에 등장하는 세력들의 흥망성쇠를 살펴보면(전문 서적이 아닌 교양서나 비전문 서적을 통해), 종교의 흥망성쇠와 그 흐름을 같이한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세계의 역사는 왕과 제후의 역사인 동시에 종교 세력의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우야마 다쿠에이가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종교 역사’를 다루는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종교학’ 책도 아니다. 각 종교 세력이 어떤 식으로 세력 공방을 벌이고 서로의 영역에 침투했는지, 혹은 균형을 유지하였는지 그 양상을 포착하는 전혀 다른 형태의 ‘종교×지정학’ 책이라고 저자는 「지은이의 말」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종교 패권 혹은 종교 권력의 공방을 읽어가면서 오늘날 국제 정세의 본질을 꿰뚫는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는 이 책을 지역별·권역별로 4개 장으로 나눴다.

 


 

책에 따르면 집단 혹은 국가를 운영하는 지배자는 영토, 자원, 기술이라는 3요소가 필요하다. 그것을 지배 도구로 삼아야만 경제적·군사적 우위에 설 수 있고, 그래야 우두머리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법이다. 3요소는 눈에 보이는 핵심 도구이면서 가시적인 위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고 은밀하게 엄청난 위력을 행사하는 도구가 있다. 바로 종교다. 종교를 단순히 ‘신성한 것’으로만 이해하면 그 본질에 다가갈 수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종교도 결국은 권력이자 힘이었다. 신의 이름으로 감춰졌을 뿐 왕권 못지않은 힘을 휘두르고 영향력을 행사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종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사회를 잠식한다는 데 있다.

이런 정신적인 침투는 사회라는 집단의 생각을 바꾸고 기존 체제에 대항하는 힘을 불어넣는다. 저자 역시 비종교인이어서인지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은 독자와 비슷하다. 저자는 종교는 문명의 기반이고, 문명은 자기와 타인을 구분하는 역사의 단위라는 입장이다. 저자에 의하면 각 나라의 문명이 무엇이고, 다른 나라와 어떻게 다른지 등을 논할 때 종교는 필수 요소다. 어쩌면 종교가 있기에 국가라는 것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요즘 외신을 보면 단기적인 뉴스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다. 이는 ‘우리’와 ‘그들’의 문명, 특히 종교가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따라서 ‘종교 세력’의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은, 오늘날의 국제 정세를 좀 더 폭넓게 바라보는 틀이 될 수 있다.

 


 

저자의 종교에 대한 시각과 종교관은 일반 사람과 사뭇 다르다. 사람을 구원하는 것은 종교의 본질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타자를 자기에게 종속시키는 정신적인 도구’가 바로 종교의 본질이라고 본다. 종교는 ‘신성함’으로 포장한다 해도 결국 종교도 권력이라고 강조한다. 저자의 종교에 대한 비판은 계속 이어진다. 세력이고 힘이자 권력인 종교는 신의 이름으로 역사를 움직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공성의 가면을 쓴 채로 활동한 것이다. 이 책은 따라서 ‘종교×지정학’ 관점으로 세계의 역사를 이해하는 관점으로 기술되었다. 이 책은 4개의 파트와 34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유교문화권의 동아시아를 다루는데, 중국이 핵심 지역이다. 유교의 시작인 중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티베트, 대만 등을 다룬다. 각 지역이 유교의 핵심 지역인 중국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어왔는지 분석한다. 2부는 인도·동남아시아의 다신교 상황을 알아본다.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 이슬람교가 각 지역 왕권과 어떤 식으로 결합해 흥망성쇠를 보였는지 상세히 다룬다.

3부는 종교개혁을 둘러싼 유럽의 상황, 특히 기독교가 어떻게 분열되고 동맹을 맺는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특히 ‘돈’을 둘러싼 기독교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다룬다. 마지막으로 4부는 중동·중앙아시아·아프리카의 이슬람교를 정리한다. 이슬람 세력의 교리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그것이 해당 지역의 역사에 어떤 식으로 세력을 떨치고, 또 세계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신은 말없이 침묵하는 자다. 그러나 신은 인간의 뜻에 따라 늘 큰 목소리를 낸다. 이 책은 종교가 신의 이름으로 행하고 큰 목소리를 낸 발자취를 따라간다.

 


 

저자에 따르면 고대부터 지배자들은 종교를 공작과 지배의 도구로 활용해 왔으며 이런 흐름은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저자는 종교, 특히 일신교가 선인의 탈을 쓰고 구원이라는 가상의 열매로 사람들을 현혹하지만, 실상 종교는 흉악성을 내포하고 기만과 패권 역학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경우 고대부터 중국은 유교문화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이다. 춘추시대 공자에 의해 등장한 유교는 예를 중시하는 학문(이념이나 종교로도 해석될 수 있다)으로 중화사상의 핵심적 역할을 했다. 중국을 세계의 중심(中華)으로 보고 그 외의 나라들을 오랑캐(夷, 미개인)로 보는 중화사상은 11세기 북송의 사마광이 집대성했고 남송의 주희에 의해 더욱 견고해졌다. 이후 유교가 미덕으로 삼는 신분제와 질서는 중국통치의 근간을 이룬다. 1949년 마우쩌둥의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하면서 문화대혁명 시기에 유교를 계급주의의 잔재라 하여 무자비하게 탄압하기도 했지만 덩샤오핑이 집권한 1980년에 이르러 사회주의와 유교를 접목시킨 유교사회주의가 부상했고 다시 유교의 덕목(중화사상, 지배층의 계급서열화)이 강조되었다.

중국은 힘을 바탕으로 주변국을 종속시키고자 한다. 티베트와 위구르족에 대한 병합이 그 예이다. 종교가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으로써 문화와 문명을 상징하기 때문에 중국은 자신들과 다른 종교, 즉 다른 정체성을 지닌 신장이나 티벳 등을 무력으로 지배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상대의 정체성을 말살시키기 위한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종교로 인해 형성되는 강한 결집력을 방해하기 위해 종교탄압을 비롯한 각종 공작을 펼친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학교 다닐 때 서양 역사에 대해 특히 중세 시대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면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리스도교가 일으킨 수많은 종교 전쟁들, 특히 십자군 전쟁의 경우 교황에 의해 시작된 전쟁이 중심이 되는 '암흑시대'로 표현된다. 종교의 목적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도층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시대다. 오늘날 이슬람교는 폭력적이고 무슬림을 받아들이는 것은 테러를 유발한다고 착각할 정도로 이슬람교에 대한 나쁜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부 원리주의자들의 테러 행위에 대한 지적이지 전 이슬람 국가의 행위를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아시다시피 이슬람은 관용의 종교인데 어쩌다 이런 오해를 받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독자의 짧은 지식으로는 기독교 국가라고 볼 수 있는 미국 등 서방국가와의 대립 때문에 '이슬람 국가=테러국가'라고 공식화하는 데서 비롯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오히려 이슬람교는 기독교나 불교보다 늦게 시작되었는데 훨씬 짧은 시간에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던 이유 등에 관심이 더 간다. 피지배층인 대중들에게 주는 매력이 분명 있을 텐데 독자의 이슬람에 대한 지식이 짧아 정확한 이유는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 25억 명이나 되는 이슬람 신도들이 있지 않은가? 유대교에 대한 이 책의 시각도 호불호로 단정하지 않는다. 유대인의 강인함과 그들의 종교 의식을 강조해온 서방 국가들의 시각만 강조돼온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독자들이 판단할 몫으로 남겨놓는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4개의 장으로 나눠 전 세계의 큰 종교들과 지배 권력과의 관계 및 각 종교의 번창 속에 감춰진 권력욕 등이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또 시대별로도 잘 정리돼 종교에 대한 일목요연한 정돈이 가능하고, 비종교인으로서 각 종교와 권력이 어떻게 유착되고 반목했는가를 알아보기에 좋은 책이다. 각 권역별로 중국, 동남아, 인도, 아프리카 등에 대한 종교가 어떻게 큰 종교들과 결합했고 타 종교를 배척했는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쓰였다. 이 모든 관계를 여기에 쓰지 못하고 독자가 관심을 가졌던 서양과 이슬람 국가의 관계에 대해 몇 챕터를 읽고 정리한 수준에 그친다. 독자의 종교에 대한 지식이 이 책을 비판할 정도가 못 되고, 자칫 선의가 악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어 될수록 독자들의 독서 판단에 맡기고자 한다.

 

저자 : 우야마 다쿠에이

 

1975년 오사카 출신으로 게이오기주쿠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입시 학원에서 세계사 강사로 일하다가 저술가의 길로 들어섰다. 텔레비전, 라디오, 잡지 등의 매체를 통해 다양한 시사 문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알기 쉽게 해설한다. 지은 책으로는 『부의 역사』,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세계사』, 『혈통과 민족으로 보는 세계사』, 『왕실로 읽는 세계사』 등이 있다.

 

역자 : 안혜은

 

상명대학교를 작곡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와 에이전시 근무를 거쳐 지금은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세계사 명장면』, 『지도로 읽는다 미스터리 세계사』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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