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사이언스 - 불확정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생명과학
요시모리 다모쓰 지음, 오시연 옮김 / 이지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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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과학 만능 시대다. 인류 문명은 과학에 의존해 비약의 발전을 거듭한 끝에 이젠 우주 여행도 곧 실현될 예정이다. 물리학과 함께 우리 인류 진화를 생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인 생물학과 유전자학, 생리학 등 다양한 분야가 의학과 연계하며 인류 수명도 '100세 시대'로 올려놓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공로는 의학이다.

이 책 『바이오 사이언스 2025』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출간됐다. 우주 여행을 앞둔 인류가 바이러스 침공에 패닉 상태에 빠질 정도로 1년 여 혼란과 공포를 겪고 있는 데 대해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공포의 대상인가, 아닌가를 정확하게 알려주기 위해 쓰인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를 알고 대처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과는 천지 차이라 할 만큼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저자 요시모리 다모쓰는 이 책을 통해 바이러스와 인류의 관계부터 인류의 바이러스 퇴치의 노력, 현재까지의 성과, 앞으로의 전망까지 일목요연하게 알아볼 수 있게 정리했다. 특히 바이러스와 우리 몸의 면역 등에 관해 매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썼다. 이 책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류와 바이러스는 '숙명적'인 관계다. 건강은 물론 생명까지 위협하는 바이러스 멸종을 위해 노력해온 인류의 기나긴 여정도 소개한다.







사람들은 코로나19 같은 질병에 대해, 면역과 장수 같은 건강 관련 이슈에 대해 ‘과학’이라는 말에 쉽게 현혹된다. 장수와 건강한 삶은 모든 인간의 공통된 관심사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N유업의 '불가리스 사태'가 우리 인간의 건강과 장수에 대한 관심을 잘 설명해준다. 기업은 전문가를 앞세워 동물 실험 결과를 과장되게 홍보했고, 이 ‘전문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사람들은 그 제품을 대량구매하고 그 기업에 투자도 했다. 결국 그룹 회장이 사퇴하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은 사건이었지만,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이만큼 잘 보여주는 사례도 드물 것이다.

전문가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 살펴보면, 바이러스의 메커니즘을 명확히 밝히지 못했고,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도 못했다. 사실 과학은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부수고 다른 가설을 세우고, 또 그 가설을 부수면서 끝없이 ‘진리에 가까이 가는’ 과정이라는 게 저자와 의학계의 주장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새로운 가설을 세울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코로나19에 관한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하지만, 전부 ‘가설’에 불과하다.



저자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확산되고 있지만, 데이터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이므로 지금은 아무리 천재적인 전문가라도 불완전한 가설밖에 세울 수 없다. 이런 과정을 이해하고 있으면 코로나19와 같은 미지의 바이러스가 앞으로 또 나타나도 검증되지 않은 말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과학적 사고에 있어 과학에 대한 지식은 중요하지 않다. 원인과 결과, 즉 인과관계를 따져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두 사건이 서로 상관관계인지 인과관계인지를 판단할 수만 있어도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과학적 사고법이 모두에게 유용한 이유이다.

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 인한 팬데믹의 시대이자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이후 최초로 맞이하는 장수 시대다. 현대인에게 생물학 지식은 필수 교양이라고 하는 이유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면역학과 세포학, 바이러스에 대한 여과되지 않은 주장이 여러 매체에서 쏟아졌고, 대중들은 무엇이 과학적으로 타당한 것인지를 판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은 팬데믹보다 더 무서운 인포데믹(INFORDEMIC)으로 이어졌다. 세계적인 생명과학자이자 오토파지, 즉 자가포식에 관한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저자 요시모리 다모쓰(吉森保) 박사는 “우리는 매일 많은 판단을 합니다. 과학자로서 저는 이때 제대로 업데이트된 생명과학 지식이 있으면 어제보다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게 바로 과학적 사고입니다. 과학적 사고가 우리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줍니다.”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그가 몸담은 생명과학 분야의 기초지식과 최신 트렌드뿐만 아니라 ‘과학적 사고법’을 마치 강의하듯 알려주는 교양과학서이다.




책에 따르면 생명의 기본은 세포이다. 따라서 세포에 대해서 아는 것이 곧 생명과학의 대부분을 아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DNA, 유전자, 게놈, 바이러스와 세균, 면역 등 생물학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전문 분야인 오토파지(자가포식)에 대한 설명까지 이어간다. 오토파지는 2016년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 박사가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한 주제이기도 하다. 요시모리 다모쓰 박사는 오스미 요시노리 박사 연구팀에서 함께 연구한, 포유류 오토파지에 관한 최고 권위자다.

노벨상 수상 후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오토파지는 한마디로 ‘세포 내부를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세포 메커니즘’을 말한다. 세포 내부는 마치 인간 사회와도 같다. 외부에서는 끝없이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침입자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으며, 내부에서는 세포를 이루고 있는 소기관들이 일으키는 고장을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이 침입자와 세포소기관의 고장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세포의 기능이 바로 오토파지이다. 이 오토파지가 활성화하면 수명이 연장된다. 또 백신의 효용을 높이거나 염증을 억제하고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기능도 있을 뿐만 아니라 미용에도 좋다. 이 책은 세계적인 전문가가 오토파지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면서 오토파지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들, 즉 간헐적 단식과 운동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자 전 세계 수많은 매체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정보들이 넘쳐났다. 그러나 정보의 바다에서 어떤 정보를 취사선택할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몫이다. 그러려면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과학적 사고이며 이는 지식과 관계없이 누구나 갖출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 연구자들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금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그로 인해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 지나치게 말을 아껴온 게 아닐까요? 나도 젊었을 때는 그런 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오로지 연구만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과학을 잘 모르면 어떤 일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힘든 시대가 되고 있지요.”

『바이오 사이언스 2025』는 세계적인 석학이 쓴 과학책이다. 그러나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형식은 에세이 형식을 취했으니 서적 분류상 에세이에 속한다. 방대한 세포과학의 세계를 이토록 쉽고 위트 넘치게 쓸 수 있다는 데에서 오히려 그의 깊은 내공과 노과학자로서 진심이 느껴진다. 이 책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모든 현대인에게 반드시 알아야 할 과학적 사고법과 생명과학, 오토파지에 대한 필수 지식을 전해줄 것이다. 이 책은 오랜 인류의 염원이었던 건강과 장수를 위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 한마디를 남긴다. 최고의 건강법이자 최고의 장수법이다. "좀 적은 듯이 먹고 운동하며 기름진 음식을 피한다."(p. 341)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본적이고 인상적이었던 몇 개의 문장을 여기에 직접 적음으로써 독자들이 책의 성격이나 책의 내용에 대해 잘 알고, 과학적으로 깊게 생각할 수 있는 단초를 드리며 추천의 말을 대신한다.

인간의 몸에는 항상성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것을 간단히 말하면 몸을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 덕분에 우리 몸의 체온과 체중은 일정한 범위에서 왔다 갔다 하며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작동하는 것이 세포다. …… 만약 항상성을 잃으면 몸은 자신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한다. 즉, 병에 걸린다. 또한 세포가 항상성을 잃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p. 151)

…… 그런데 면역이 대체 뭘까? 알긴 아는데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는, 그런 말이 아닐까? 면역은 간단히 말하자면 외부의 적을 배제하여 몸을 지키는 시스템이다. …… 외부의 적은 병원체나 기생충을 말하며 병원체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바이러스, 세균, 진균이나 원충이 그것이다. …… 이러한 병원체와 기생충의 공통점은 숙주의 몸에 침입해 숙주가 병에 걸리게 한다는 점이다. 이런 병을 감염병이라고 부른다.(pp. 181~182)

바이러스는 세포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없다. 흥미롭게도 세포에 들어가려면 열쇠가 필요하다. …… 바이러스는 자신의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라는 단백질의 모양에 맞는 단백질을 세포 표면에서 찾지 못하면 침입할 수 없다. …… 그리고 항체는 이 원리를 이용해서 침입을 막는다. 바이러스의 열쇠에 딱 붙어서 열쇠 구멍에 넣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 열쇠의 열쇠 구멍에 들어가는 부분에 제대로 달라붙은 항체를 중화항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중화항체가 생성되었는지는 통상적인 항체검사로는 알 수가 없다.(pp. 190~191)








저자 : 요시모리 다모쓰(吉森保)

세포생물학자이자 의학박사. 오사카대학대학원 의학계연구과 교수, 생명기능연구과 교수. 2017년 오사카대학 영예교수. 2018년 생명기능연구과장.오사카대학이학부생물학과 졸업 후 동대학 의학연구과 중퇴, 독일 유학 후 1996년 자가포식 연구분야의 선구자인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2016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가 국립기초생물학연구소에 연구실을 열었을 때 조교수로 참여했다. 국립유전학연구소 교수로 독립한 뒤 오사카대학미생물병연구소 교수를 거쳐 지금에 이른다.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유랑인. 자신이 연구에 적성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세포 안의 우주’에 끌려 40년 이상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기초과학 연구에 매진했다. 특히 자가포식 연구를 여명기부터 뛰어들어 지금 이 분야가 예상을 뛰어넘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감개무량한 상태. 마라톤, 트레일 러닝, 구두닦기, 모닥불 피우기, 향수, 구름 관람, 세계의 미술관 탐방, 러버덕 수집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

오사카대학총장 표창(2012~2015년, 4년 연속), 문부과학대신 표창 과학기술상(2013년), 일본생화학회·가키우치 사부로 기념상(2014년), CLARIVATE ANALYTICS사 HIGHLY CITED RESEARCHERS(2014년, 2015년, 2019년, 2020년), 우에하라상(2015년), 모치다기념학술상(2017년), 자수포장(紫綬褒章) (2019년)을 수상했다.

역자 : 오시연

동국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했으며 일본 외국어전문학교 일한통역과를 수료했다.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절반만 먹어야 두 배 오래 산다』 『심장 혈관 혈압 고민은 해결하는 방법』 『치매 걸린 뇌도 좋아지는 두뇌 체조』 『가족 치료로 암을 없앤다』 『조용한 공포로 다가온 바이러스』 등이 있다.


동국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했으며 일본 외국어전문학교 일한통역과를 수료했다.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절반만 먹어야 두 배 오래 산다』 『심장 혈관 혈압 고민은 해결하는 방법』 『치매 걸린 뇌도 좋아지는 두뇌 체조』 『가족 치료로 암을 없앤다』 『조용한 공포로 다가온 바이러스』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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