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 최신개정판
버락 H. 오바마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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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민주주의가 가장 잘 정착된 나라로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대통령제 민주주의란 어려움과 제약을 딛고 미국은 엄격한 삼권분립을 정착시키며 민주주의 종주국(그리스나 영국 등 서구)보다 훨씬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역사는 비록 250년에 불과하지만 넓은 영토와 엄청난 자원, 우수 인재 이민 영입을 서두르며 세계 최강국의 모습을 갖춰갔다. 해외 우수 인재에게는 미국 시민으로서의 법적 대우는 물론 부와 명예를 거머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세계의 인재들을 끌어들였다. 이 정책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킨 미국은 1차,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전승국의 지위와 막대한 자원, 우수한 인재, 그들이 이룬 기술 과학 업적의 바탕 위에 세계의 초강대국으로의 입지를 굳혔다. 특히 구소련과의 이념 차이로 빚어진 2차세계대전 이후의 냉전 상황을 일방적 승리로 귀결(1990년)됨으로써 확고한 최강대국으로의 면모를 굳건히 했다.

다시 14억의 인구를 앞세운 중국이 미국과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으나 아직은 미국의 힘에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다만 양국은 서로간의 무역이나, 세계 각국과의 관계 및 여론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외교와 외부에 비친 미국의 모습은 내부적으로 볼 때 약간 결이 다른 듯하다. 독립 이후 줄곧 미국 사회의 최대 약점이던 인종(흑인 노예제) 차별과 원주민(인디언)과의 갈등 등을 불과 100년도 안 돼 전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비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국의 모습을 갖췄다.

 


 

그러나 오랜(?) 풍요의 미국 사회는 인종문제에 대해 법적으로는 노예제 폐지와 차별 없는 정책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인종 차별이 지속돼와 불협화음이 일고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흑인에 대한 차별에 항의하는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기도 해 세계인의 비판과 비난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결했다. 그러던 중 미국의 제 44대 대통령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다(2008년. 11월).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됐고, 인종 차별도 많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였다. 버락 오바마는 역사상 드문 '존경 받는 대통령'으로 8년간 대통령직에 복무했지만 오랜 폐습인 유색 인종 차별을 완전히 개선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의 품위와 국격을 높이는 데는 많은 일을 해낸 대통령이기도 하다. 아프가니스탄 철수로 중동 문제 봉합, 기존 미국의 정책에 큰 수정을 가하지 않은 채 외교 군사 문제를 마무리하고 내부적으로 미국인들은 의료 지원인 '오바마 케어'를 실시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늘 겸손하고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은 위기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한결같아 '존경 받는 대통령'으로 남은 듯 싶다.

 


 

오바마는 갤럽조사 결과 12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남성 1위'의 영예를 얻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란 타이틀을 뛰어넘어 2017년 퇴임 후에도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그는 확고한 슈퍼 스타다. 유능하면서도 매력적이고, 솔직하면서도 품위 있으며, 강인하면서도 부드럽다. 그와 정치적 견해는 다를지라도 그의 말과 글을 본 사람은 누구든 그의 인간적 매력에 흠뻑 빠진다. 과연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기에 오바마가 지금과 같이 ‘탁월한 정치인’이자 ‘훌륭한 인간’으로 평가받게 됐을지 궁금한 이들이라면 그의 첫 책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원제: Dreams from my father)에 주목해볼 일이다.

이 책은 출간 당시 각종 매체의 호평을 받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전 세계적으로 오바마 열풍을 이끌었다. 국내에서도 2007년 첫 출간되어 “인간 오바마에 대한 가장 진솔하고도 감동적인 기록”이란 평가를 받으며, 많은 독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 책은 개정판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미국 출신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출신 새아버지와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오랜 세월 그 어디에도 온전히 속할 수 없던 ‘이방인’으로 살며 방황해야 했다. 그러다 마침내 아버지의 고향 케냐에서 자신의 인종과 계급, 나아갈 바를 깨닫고 생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신념을 회복한다. 이 책은 이런 그의 정체성 찾기 여정을 시종일관 담담하면서도 힘 있게 그린다. 이 책을 읽은 독자도 "과연 오바마 전 대통령이 혼자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장이 간결하고 유려해서 놀랐다. 또 거의 대부분의 문장에 수식어를 별로 사용하지 않은 데다 일부러 꾸며 쓴 틈은 찾을 수 없을 정도다.

그의 인생사 자체도 드라마틱하고 가슴 뭉클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글솜씨 또한 수준급이라고 정평이 난 것이 대통령이라는 위세 때문이 아니었음을 책을 읽으면서 확인한 셈이다. 오바마에 대해 “현대 정치판에 뛰어든 가장 뛰어난 문필가”라 표현한 <뉴스위크>의 극찬이 이해되고도 남을 만큼, 이 책이 이룬 문학적 성취 또한 작지 않음을 확인했다.

2021년 새롭게 출간된 이 책의 개정판은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도록 문장을 다듬고 소장본 느낌이 물씬나도록 새로운 표지로 갈아입었다.

 


 

‘퇴임 후 더 존경받는 대통령’이란 수식어가 붙는 대통령을 독자는 그리 많이 알지 못한다.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민주주의 나라가 많아 독자가 다 알 수 없어 함부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대한민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오바마처럼 존경 받는 전직 대통령을 못 본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쉽지만 재임 중 한 일로 평가 받을 터이니 정치적 판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아직도 진보와 보수 싸움을 하고 있는 마당에서 미국과는 다른 정치 풍토를 이어가는 대한민국도 좀 더 연륜이 쌓이면 퇴임 후 존경 받는 대통령이 꼭 나올 것으로 독자는 믿고 기대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퇴임 후 더 존경받는 대통령’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퇴임 후까지 12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남성 1위'를 차지했다. 더구나 이번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 3기’로 불릴 만큼 오바마의 측근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전직 대통령임에도 그는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임기 말만 되면 어김없이 레임덕에 시달리고 퇴임 후에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대통령만 줄곧 보아온 우리로서는, 그저 놀랍기만 한 풍경이다. 대체 그는 어떻게 이런 힘을 가질 수 있었을까? 무엇이 그를 지금의 강력한 오바마로 만들었을까?

 


 

오바마가 직접 써내려간 어린 시절 이야기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그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 오바마는 1960년대 초반 순수하고 정의감에 불타던 백인 어머니와 인종차별 폐지론자이자 케냐 출신의 유망한 유학생이던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떠나고, 하와이에서 어머니, 외조부모와 살던 그는 인도네시아 남자와 다시 사랑에 빠진 어머니를 따라 미지의 땅 인도네시아로 건너간다. 한동안 그곳에서 어머니, 새아버지와 함께 살았지만 두 사람이 헤어지며 그는 다시 하와이의 외조부모 곁으로 돌아온다. 이런 흔치 않은 출생 배경과 성장 환경 덕에 오바마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계 등 다양한 인종의 가족들은 물론 다채로운 문화적 체험을 자산으로 갖게 된다. 오프라 윈프리는 이런 그의 가족을 일컬어 '미니 UN'이라 표현하기도 했다고 한다.

방황하던 청소년기를 지나, 그는 시카고 빈민지역에서 공동체조직활동가로 새 삶을 시작한다. 지역주민들과 수많은 활동을 하며 진정한 변화를 모색하던 그는, 그러나 근본적 개혁을 위해선 지역 환경뿐 아니라 법과 정치 체계를 바꿔야 함을 절실히 깨닫고 뒤늦게 하버드 법학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심한다. 진로는 결정했지만, 그의 가슴속에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의문이 하나 남아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온 것이다. 어린 시절 이야기보다 자신이 방황하던 이야기, 아버지에 대한 얘기보다 그리움(같이 지낸 게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가족과 케냐, 인도네시아, 그리고 시카고 시절의 이야기의 전부다. 아내 미셀 오바마의 이야기는 이 책 끝 부분에 한두 페이지에 불과하다. 미문(美文)을 이 책에 사용했다면 이 부분이 전부다. 미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만은 책 내용으로 봐서 분명한 사실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돼 있다. 무려 660페이지가 넘는 오바마의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고향 케냐의 여정 등 대통령과는 무관한 젊은 시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의 두께는 느껴지지만 독서의 두께는 없다. 그것이 오바마의 문장이며 그의 필력이다. 술술 읽히면서도 무엇을 말하는지가 분명히 독자의 뇌리에 남는 글쓰기가 인상적이다. 일부 독자들은 책을 읽기 시작해 끝낼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할지도 모른다. 독자도 하룻밤 사이에 모두 읽었다. 미리 밝혀두자면 다음날이 쉬는 날인 주말 저녁에 읽기 시작하면 새벽이 오기 전에 독서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 독자는 자신한다. 어렵거나 두세 번 생각을 해야 할 부분은 거의 없는 데다 문장들이 간결해 전달하려는 의미가 한눈에 잡히기 때문이다.

1부는 오바마 자신의 복잡한 가족사를 연대기적으로 들려준다. 이어 2부에서는 시카고 빈민 지역에서 공동체 조직 활동을 벌였을 당시의 일들을 그렸고, 3부에서는 자신의 진정한 뿌리를 찾기 위해 아버지의 고향 케냐로 떠난 이야기가 펼쳐진다. 케냐에서 그는 자신의 친아버지쪽 아프리카 계보를 접하고 부계의 여러 일가친척들과 만난다. 그러면서 그간 잘 몰랐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잔인한 빈곤과 부족 간 갈등으로 점철된 나라에서, 아버지는 인간적 약점을 끊임없이 드러내면서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힘겹게 현실과 싸워야 했다.

이런 아버지의 민낯을 정면에서 응시한 끝에, 그는 마침내 분열된 선대의 유산과 화해한다. 극적인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이 가장 극적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오바마는 자신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하고 또 걷게 될지 예감한다. 재임 당시 그가 민주당 인사들은 물론 공화당 인사들까지 끌어안고, 흑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백인들의 지지까지 등에 업을 만큼 ‘진정한 통합의 대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경험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리라. 정체성의 혼란에 시달렸던 자신의 다채롭고 모순적인 삶을 끌어안아 세상을 바꾸는 동력으로 승화한 것이다.

 


 

다 읽은 후에도 독자는 한동안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다. 앞서 일부 언급한 대로 이 책에는 그의 따뜻한 심성과 섬세한 감수성, 치밀하고 아름다운 필력, 인간적 면모가 여과 없이 드러난다. 세상의 모진 냉대와 차별에도, 그 어떤 절망의 순간에도 가슴에 ‘담대한 희망’을 품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는 버락 오바마의 적극적인 삶의 태도와 강인한 의지는 읽는 이에게 뜨거운 감동을 안겨준다. 분열된 세상엔 화해와 통합의 비전을, 정체성을 잊고 살아가는 사회인에게는 용기와 열정을, 미래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는 꿈의 가치를 알려줄 잘 빚어진 도자기에 비유하고 싶다.

 

저자 : 버락 오바마

 

미국의 제44대 대통령 당선자(2009년 1월~2017년 1월)이자 200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1961년 8월 4일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캔자스 출신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변화무쌍한 삶의 이력과 다양한 인종이 혼재된 가계도를 갖게 되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던 시절에는 높은 범죄율과 실업률로 얼룩진 시카고 빈곤 지역에서 공동체 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지역 환경뿐 아니라 국가의 법과 정치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뒤늦게 하버드 대학원에 들어가 법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이때 권위 있는 법률 학술지 《하버드 로 리뷰Harvard Law Review》의 흑인 최초 편집장이 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시카고주 인권 변호사 및 시카고 대학 로스쿨 교수,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을 거쳐 2008년 흑인 최초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2012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뛰어난 통찰력과 매력 넘치는 연설, 폭발적인 카리스마로 모든 사회 문제에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온 진보 정치인 버락 오바마. 그는 퇴임 후에도 분열된 미국을 화해와 통합의 길로 이끌 주역으로 평가받으며 여전히 전 세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저서로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Dream From My Father》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이 있다.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은 그의 두 번째 책으로, 2004년 그를 전국구 스타로 만들어준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 ‘담대한 희망’을 토대로 한다. 현 사회의 수많은 당면 과제들을 풀어가기 위한 그만의 정치적 비전이 간결하고도 힘 있는 문체로 펼쳐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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