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미래를 조형할 새로운 기술의 지평 EBS 과학 교양 시리즈 비욘드
김명철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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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이 발달되어 온 과정을 보면 대체로 발견과 발명의 역사다. 인간이 '불'을 발견한 것이 가장 위대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고, 현재까지 가장 큰 발명은 '전기'로 통칭된다. 불의 발견으로 고기를 구워 먹고 더 많이 먹을 수 있었으며 입안에서 씹는 과정을 통해 생체공학적으로 뇌의 발달을 가져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전기는 에너지 부분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으로 평가돼 왔다. 전기의 발명은 어둠 속에서의 생활을 가져왔고, 이는 여러가지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지금의 컴퓨터도 전기 발명이 없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란 사실은 굳이 관련 전문가나 학계에 묻지 않아도 현대인들은 알고 있다. 전기 발명이 없었다면 트랜지스터도 발명되지 않았을 것이고, 트랜지스터가 없었다면 컴퓨터 칩도 발명할 수 없었을 터다. 이런한 발명품은 우수한 두뇌의 발달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손에 의해 한 치의 오차 없이 발명의 범위를 무한적으로 넓혔다. 지금은 그 범위를 지구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우주로 확대되고 있다.

 


 

이같이 강력한 에너지는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행복을 열망할 수 있게 해주었다. 머리와 손의 진보다. 생물학적으로는 진화에 해당된다. 이 진화는 끝간 데 없이 계속 추구될 것이고 이젠 인류에 의해 발전된 기술이 인류를 통제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마저 생기는 시점에 이르렀다.

역사학자들은 "인류의 역사는 일보 후퇴와 이보 전진이 어우러진 소용돌이의 역사다"고 말한다. 지난 100년간 공학 기술은 과학과 심리학, 철학까지 흡수하며 역사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우리는 기술이 인류의 꿈과 욕망을 먹고 자라 정련되고 융합하며 진화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깨달았다. 이대로 자원을 개발하고 인구를 불리고 땅을 갈아엎어 거대한 도시를 짓고 인간만을 위한 낙원을 만들려 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각성을 토대로 이 책은 21세기의 첨단 기술들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복을 추구함에 있어 자연과의 공존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점이 저자의 집필 이유다.

 


 

저자나 학계, 전문가 등 세계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에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것은 역설적이게도 코로나 바이러스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그 이유가 분명해졌다고 주장한다. 2019년 12월 한 시골마을에서 시작된 바이러스성 전염병은 몇 달 만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 수천만 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백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는 누구나 공공장소에 나설 때 마스크를 써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원격수업을 받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모임과 행사는 사라졌다.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게임 플랫폼이나 유튜브를 통해 콘서트와 팬미팅을 하고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로 신작 영화를 본다. 매장에는 인간 직원 대신 무인결제기(키오스크)가 들어섰고 택배 배달 물량은 늘었으며 극장과 전시장은 텅 비었다.

세상은 사회적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 시대로 바뀌었다. 전 세계인이 일 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교육, 생활, 문화, 경제, 사회, 국제 관계까지 격변하는 과정을 동시에 겪은 것은 처음이었다. 사람들은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지 궁금해했고 바이러스의 정체와 방역 과정,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관한 정보를 탐독했다. 제대로 알아야 이해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의 시대가 곧 도래해 우리의 삶이 확 바뀔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실상은 사람들에게 크게 와 닿지 않는 말잔치에 불과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나 2020년 팬데믹을 계기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정보통신 기술과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이처럼 빠르게 언택트 방식으로 전환하지 못했으리라는 것이다. 인류 문명이 제아무리 번성한다 한들 인간 또한 자연선택이 지배하는 생태계의 환경압에 취약한 존재다. 다만 인간에게는 놀라운 공학 기술을 창조할 수 있는 뛰어난 지적 능력이 있으며 그로부터 비롯된 성취가 과거, 현재, 미래의 연속선상에서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도록 이끌었다. 우리에게는 스스로를 성찰하고 바꿔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이 바꿔놓을 미래에 대해 공부하고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책을 읽고 다큐멘터리를 보고 전문가의 강연을 듣는다.

 


 

이 책 『우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저자 김명철은 우리 상상력의 무한함을 이끌어내 높은 문명을 이룩한 인류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갈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깊은 사유를 제공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4차 산업혁명이 불가피하게 앞당겨지는 역설적인 현상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배터리, 자율주행, 웨어러블 로봇, 3D 프린팅, 레이저, 나노 로봇, 생물 모방 기술 등 7개 분야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가며 기술 혁명의 방향을 제시한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화석연료 사용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다 효율 높은 에너지원을 찾아내려 노력해왔다. 땅을 개간하고 콘크리트를 끼얹어 거대한 도시를 만들고 인구를 불렸다. 사람들이 살기에는 더없이 편리한 세상이 되었지만 그사이 지구는 이상 신호를 보내왔다. 벌목과 개간으로 숲은 사라지고 플라스틱과 각종 쓰레기로 바다는 오염되었다. 자동차와 난방 기구, 공장에서 쏟아낸 미세먼지는 대기의 질을 떨어뜨렸고 이산화탄소는 지구를 온도를 높였다. 온난화는 극지의 얼음을 녹이고 사막화를 가속했으며 지엽적인 폭우를 쏟아부었다. 숲을 파괴하고 야생동물들의 터전에까지 난입한 인간의 욕망이 인류 사회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선진국 대도시에서 더 큰 피해를 낳았다. 인구밀도가 높은 거대 도시가 바이러스나 기후 변화의 역습에 훨씬 취약하다는 사실은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환경과 자원을 무작정 섭취하고 약탈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으로 빌려 쓰고 가능한 한 원상태를 보존해야 한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복을 추구함에 있어서 자연과의 공존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21세기를 이끌 새로운 철학, 공존의 뉴노멀이다.

 


 

레이저는 인간이 만들어 낸 세상에 없던 빛이다. 레이저는 대기오염을 측정하거나 암세포를 추적해 제거하는 수준을 넘어 5단계 자율주행의 꿈을 이루어줄 도구이자 환상적인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만능 연장으로 활용될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레이저를 이용하는 이러한 기술들이 벌써 거의 성취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나노 로봇은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 암세포를 제거하는 한편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어치우기도 한다. 인간이 부여한 임무에 충실하게 복무하는 나노 스케일의 최정예 부대 건설은 아직 이론의 영역에 머물러 있지만, 과학자들은 오히려 그 점에 더 열광하고 의욕을 불태운다. 우리가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그리고 있는 나노 기술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더욱 다이내믹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러한 여섯 가지 공학 기술과 다방면으로 결합하고 응용될 수 있는 것이 생물 모방 기술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선택을 겪으며 찬란한 다양성을 이룩한 생명체들은 종의 존망을 걸고 생존의 아이디어를 축적해왔다. 우리는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 새로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자연과의 공존이 뉴노멀이 된 이 시대에 생물 모방 기술은 우리의 따뜻한 상상을 한층 효율적으로 구현시킬 수 있다.

모든 기술에는 한계가 있다. 한계를 무시하고 기술을 남용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악용하는 것만큼이나 나쁘다. 우리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좋은 과정을 거쳐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이 좋은 결과를 낳도록 보살펴야 한다. 아무리 효율적인 엔진을 만든다 해도 기존 엔진에 비해 환경을 더 많이 파괴하고 공해를 증가시킨다면 냉정하게 외면해야 한다. 다소 불편하고 성능이 떨어져도 지구 환경에 더 도움이 되는 기술이 주목받고. 모두가 그런 기술을 소비하고 싶어 한다면 기술은 더 나은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줄 것이다.

 


 

사실 저자 김명철은 심리학자이다. 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모두 심리학 관련 학위를 받은 심리분석 전문가이다. 저자의 눈으로 바라본 첨단 기술의 미래는 놀랍도록 유쾌하고 흥미롭다. 그러나 저자는 생명체에게 가장 가혹하다는 소금사막을 리튬 산지로 활용하는 인간의 모습을 경이로우면서도 두려운 대상으로 바라본다. 인공위성에서 레이저를 쏘아 지상의 미사일을 격추하겠다는 황당무계한 계획으로 국민을 선동한 정치 캠페인을 비판하고, 웨어러블 로봇의 발전이 근로자에게 장시간의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할 수도 있음을 우려한다. 반면에 나만의 피규어를 갖고 싶다는 열망에 생소하기 그지없는 3D 프린터에 도전하는 키덜트에게는 격려를 아끼지 않고,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돕기 위해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을 만드는 이들의 선량한 의지를 북돋는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와 영화, 드라마, 책, 게임 등의 콘텐츠를 넘나들며 21세기에 주목할 공학 기술의 기본 개념에서부터 기술이 바꿔놓을 미래상, 연구자들이 갖추어야 할 윤리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이런 기술들을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에 이르기까지 깊이 있는 통찰을 펼쳐 보인다. 친절한 설명과 재치 있는 글솜씨에 웃음 지으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가 물어야 할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것은 인간이 지구와 공존하는 데 적합한 기술인가?” 저자는 더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앞으로 세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이 기술들은 우리가 자기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존재이며 그럼으로써 때로는 결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던 스스로의 본성을 바꾸기도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는 옛사람들의 후손이지만 결코 그들과 같은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개발하는 기술은 과거의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으나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목표를 지향한다. 새로운 삶의 목적을 향해, 새로운 문명의 목표를 향해 우리가 이어가는 노력들이야말로 우리의 희망이다."

 

저자 : 김명철

 

여행을 좋아하고 성격에 꽂힌 심리학자. 서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성격심리학으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강의할 때는 ‘웃기는 심리학자’로 불릴 정도로 유머와 재치가 넘친다. 성격심리학, 사회심리학 관점에서 창의성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관심이 많다. 개성과 성격을 소중히 여기며, 창의성의 원천으로 주목한다. 세상에 나쁜 성격은 없다고 생각하는 심리학자이다. 또한 지식과 사회와 인간이 융합되어 만들어지는 인류 문명의 창조적 진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아시아를 두루 여행하며 심리학과 여행을 결합한 『여행의 심리학』을 썼고, 빅히스토리 『과학과 기술은 어떻게 발전해왔을까?』를 집필했다. 옮긴 책으로 『성격심리학》(공역), 『정서심리학』(공역)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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